주간동아 610

2007.11.13

솜사탕처럼 공허한 하지만 달콤한

  • 호경윤 아트인컬쳐 수석기자

    입력2007-11-07 18: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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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솜사탕처럼 공허한 하지만 달콤한

    영국 작가 게리 웹의 ‘Looking Tower’.

    요즘은 일부러 전시장을 찾지 않아도 미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종종 있다. 이름하여 공공미술. 빌딩 앞에 놓여 있는 조각상, 지하철 벽면에 그려진 벽화처럼 미술에 일자무식인 사람이 봐도 고루한 작품을 넘어, 최근에는 새로운 형태의 공공미술 작품들이 도시에 펼쳐지고 있다.

    문화관광부 산하 공공미술추진위원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국 소외지역을 대상으로 ‘아트인시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서울시도 2월부터 망원동, 정동길, 옥수역 등 17곳에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를 시책사업으로 벌이고 있다. 이 두 프로젝트는 주민과 소통하는 과정을 기본 전제로 삼는 커뮤니티형 공공미술을 표방한다. 주민 의견이 중요하다 보니 이곳의 작품들은 대부분 놀이터, 노인정, 마을회관을 리노베이션하는 기능적 성격이 강하다. 반면 미적 완성도는 떨어진다. 그러나 주민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고, 작가들도 사회적 역할을 인식할 수 있는 기회여서 의미가 있다.

    10월20일 개막한 ‘안양 공공예술 프로젝트’(이하 안양 프로젝트)도 대표적인 공공미술 프로젝트다. 2005년 열린 첫 번째 행사는 안양유원지를 안양예술공원으로 바꿔놓았다. 이번에는 평촌 도심 전역으로 장소 개념을 확장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는 ‘뮌스터조각 프로젝트’(이하 뮌스터 프로젝트)와 종종 견주어보게 된다. 뮌스터 프로젝트는 독일의 작은 도시 뮌스터에서 1977년부터 10년마다 시내 전 지역에서 열리는 전시회다.

    그러나 안양 프로젝트와 뮌스터 프로젝트 사이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 뮌스터 프로젝트의 작품은 행사 기간에 일시적으로 놓이는 것이고, 안양 프로젝트의 작품은 영구적으로 전시된다는 것. 즉 안양 프로젝트 작품은 장소성과 그곳에 사는 사람에 대한 고민이 좀더 필요한 것이다.

    솜사탕처럼 공허한 하지만 달콤한

    아르헨티나 작가 리크리트 티라바니자의 ‘무제 2007(T-house)’.

    안양 프로젝트는 앞서 이야기했던 ‘아트인시티’나 ‘도시갤러리’와도 다른 점이 있다. 안양 프로젝트는 기능적 측면보다 시각적 측면에 중요성을 둔, ‘명품’ 같은 공공미술 사례를 제시하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안양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를 살펴보면 존 암리더, 앤젤라 블록, 실비 플러리, 리암 길릭, 댄 그레이엄, 리크리트 티라바니자 등 비엔날레에나 나올 법한 작가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세계 미술계를 누비는 이들의 구성은 어떤 커뮤니티보다도 견고해 보인다. 예술감독을 맡은 김성원 씨는 최근 한국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커뮤니티형 공공미술을 지양하는 듯해 보이지만, 작가들의 ‘커뮤니티화’는 피할 수 없었나 보다. 그러나 ‘바쁘신 작가님’들이 친히 안양까지 와서 장소를 살피고 거기에 적합한 작업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 미술계에서는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다른 나라에서 온 작가에게 이 낯선 아파트촌에 어울리는 작품을 바라는 건 그저 꿈같은 소리일까? 이번 프로젝트는 어찌 보면 평촌 중앙공원에 설치된 임민욱의 작품 ‘솜사탕 내각’과 같이 부풀린 솜사탕처럼 공허하다. 그러나 확실히 달콤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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