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0

2007.11.13

한물간 공모주 그래도 알짜는 있다

투자자 스스로 적정주가 구하고 안정성 따져봐야

  • 김세형 이데일리 증권부 기자 eurio@edaily.co.kr

    입력2007-11-07 13: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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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물간 공모주 그래도 알짜는 있다
    10월18일 새내기 디아이씨가 코스닥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공모가는 6만3000원. 하지만 개장 직후 6만1000원에서 거래가 시작되더니 끝내 하한가인 5만1900원으로 추락하는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디아이씨는 10월 말까지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과거 공모주는 받기만 하면 돈이 되는 ‘보증수표’였다. 나중에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상장 초기는 기대감으로 공모가를 훌쩍 뛰어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모주만 쫓아다니는 투자자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공모주가 손실을 안겨주는 경우가 늘고 있다. 상장 후 공모가를 넘지 못해 본전을 건질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사례도 많다. 8월 공모가격 자율화 등 기업공개(IPO) 선진화제도가 시행된 이후 특히 두드러진 현상이다.

    공모가가 기업이 원하는 수준에서 결정되면서 실제 가치보다 부풀려질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를 간파한 기관 등 현명한 투자자들은 공모 직후 시장에 내다 파는 일이 많아졌다. 주식을 일정 가격에 사주는 ‘풋백옵션 제도’가 폐지되면서 ‘안전판’마저 사라졌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모주를 보유한 개미들의 피해가 커지게 됐다.

    8월 이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22개 회사가 새로 상장했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공모가를 웃돌고 있는 회사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STX팬오션과 중국 기업 최초의 국내 상장회사인 코스닥 3노드디지털, 태양광 에너지 테마에 편승한 에스에너지 세 종목뿐이다. 개중엔 현 주가가 공모가의 60%대 이하인 종목도 상당하다. 미래나노텍과 웨이브일렉트로닉스는 공모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공모가가 급락하면서 청약경쟁률이 저조해진 것은 물론, 아예 청약조차 안 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10월18일 공모주 청약을 마감한 이엘케이는 청약경쟁률이 0.62대 1을 기록해 주간사 증권사가 미청약분을 인수해야 했다. 청약 부진에 따른 주식분산 요건 미달로 상장을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공모주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는 힘들 전망이다. 그러나 가능성 있는 종목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돈 되는 공모주, 어떻게 찾을까

    주식시장은 미인대회와 비슷하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주식이 오른다는 이유에서다. 공모주 역시 인기를 얻을 만한 주식을 고르는 것이 투자의 기본이다. 반짝 인기라도 따라줘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원금을 잃지 않는 것이 투자의 첫째, 둘째 원칙이라고 했다. 먼저 손실 위험부터 따져보고 판단하자.

    1. 적정주가를 구하라

    한물간 공모주 그래도 알짜는 있다
    공모주 투자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작업은 그 기업의 적정가치를 구하는 것. 공모가 결정에 주간사 증권사의 기업 분석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최근 기업이 원하는 수준에서 공모가가 결정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통째로 믿을 일은 아니다. 투자자는 대강이라도 적정가치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PER[주가수익률=주가/주당순이익(EPS)]가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주당순이익에 업종 PER나 전체 시장 PER 배수를 곱해 구한 값이 현재 시장에서 수긍할 수 있는 주가가 된다. 현재 전체 주식시장의 PER는 13~14배, 건설업종의 경우 PER 배수가 20을 넘기도 한다.

    발행주식이 180만 주이고 공모를 통해 20만 주를 새로 발행하는 회사가 있다고 해보자. 이 회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20억원이었다. 이 경우 주당순이익은 1000원. 여기에 시장 PER 13배를 곱해서 나오는 1만3000원이 적정가치다. 1만3000원에 200만 주를 곱한 260억원은 기업가치가 된다. 하지만 신규 상장종목이 판판이 떨어지는 판국이니 13배보다 낮은 배수로 계산하는 것이 바람직할 듯하다.

    2. 안정성을 따져보라

    주식도 상품이다. 살 사람이 많으면 주가가 오르고, 팔 사람이 많으면 떨어지는 것이 순리다. 특히 최근 공모주 급락에는 상장 직후 기관들이 물량을 무더기로 쏟아내면서 부정적인 수급 상황을 연출하는 것도 큰 이유로 작용한다.

    유통물량이 얼마나 되는지, 기관 물량이 언제 얼마나 나올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 측에 물어보자. 그것도 귀찮다면 유가증권신고서라도 들여다보자. 사실 유가증권신고서의 경우 피곤할 정도로 상세하게 기술돼 있다. 미래나노텍과 웨이브일렉트로닉스는 상장 즉시 유통될 수 있는 물량이 전체 지분의 60∼70%대에 달했다.

    보호예수 의무가 없는 개인이나 기관투자자가 자진보호 예수하는 기업의 경우 프리미엄을 줄 만하다. 또 벤처투자금융 등 1개월 보호예수에 걸려 있는 물량이 있다면 그 물량이 나오는 시점의 주가를 지켜보면서 오히려 저가매수로 삼는 역발상도 필요하다.

    유통주식 수 외에 유가증권신고서 상의 투자위험요소 역시 눈여겨봐야 한다. 여기엔 회사의 영업 환경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부터 회사가 현재 겪고 있는 소송 등 법률 문제, 최대 주주의 평판까지 회사가 잘못될 수 있는 사항이 전부 기재돼 있다.

    3. 투자자 심리를 파악하라

    요모조모 위험 요소를 점검해보니 별문제가 없는 듯하다. 공모가 역시 과대포장된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이제는 다른 투자자들이 살 것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최근 주식시장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가 아무리 좋아도 전망이 나쁘다면 선뜻 손을 대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해당 기업의 전방산업이 현재 산업주기에서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조선업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덕분에 현대중공업이 주도주 위치에 올랐고, 조선소 납품업체들도 호평을 받고 있다. 플랜트, 조선, 금융, LCD장비 등이 경기 사이클 측면에서 상승 국면에 있는 업종으로 평가된다. 반대로 소프트웨어나 휴대전화 부품 등은 아직 전망이 불투명하고 인기도 그다지 높지 않다.

    주변에서 많이 접해봤다면 실제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해당 기업의 제품이 널리 사용되고 있고, 회사 이미지도 친근하다면 깎아내릴 이유가 적다. 이런 이유로 이름이 덜 알려진 기업들은 상장 전에 기업설명회 등 IR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인다. 또 TV 광고를 시작하기도 한다.

    증시에선 11월 말까지 제이에스전선과 성진지오텍, 그리고 중국 방직업체인 화풍방직이 공모주 청약에 나선다. 코스닥에서는 씨모텍, 디엔에프, 세실, 알에프세미 등이 공모 일정을 확정했다. 유가증권신고서를 가까이하고 투자 심리를 읽어 공모주에서 수익을 내보자.

    ▼ 공모주 청약 일정 (자료 : 피스탁)
    회사명 청약 일정 주간사
    성진지오텍(유) 11월19~20일 대우증권
    화풍방직(유) 11월13~15일 대우증권
    알에프세미 11월8~9일 대우증권
    세실 11월8~9일 CJ투자증권
    디엔에프 11월7~8일 한국증권
    제이에스전선(유) 11월1~2일 삼성증권
    씨모텍 11월1~2일 동양종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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