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8

2007.10.30

“한국 내비게이션 시장 프로비아로 30% 점유”

“자동차에 집과 똑같은 환경 만들기 도전 계속”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7-10-24 14: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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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내비게이션 시장 프로비아로 30% 점유”
    ‘꿈꾸는 자만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 현대텔레매틱스 대표 조철(35·사진) 씨의 집무실 책상 정면에 내걸린 문장이다. 조씨는 “중학교 시절부터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스스로를 채찍질해온 글귀”라고 말했다. 그 덕분일까?

    2003년 단돈 12만원으로 시작한 회사는 4년 만에 매출 800억원을 바라보는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초창기 후배 두 사람을 포함해 3명이 전부였던 직원도 20명으로 늘었다.

    현대텔레매틱스는 내비게이션 전문회사다. 2003년 4월 ‘위드업’으로 출발해 2004년 현대오일뱅크의 텔레매틱스 사업부문을 총괄위탁 받으면서 현재의 회사명으로 바꿨다. 그동안 자사 제품보다 다른 회사에 납품하는 주문자생산방식(OEM) 개발에 주력해오다 최근 ‘프로비아(PROVIA)’라는 새 브랜드를 시장에 내놓았다. 이제 그만큼 자리를 잡았다는 얘기다.

    조씨가 지금의 회사를 만들기까지는 고난과 시련으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조씨의 학번은 92학번이기도 하고, 98학번이기도 하다.

    ‘4전5기’ 성공 일궈 내년엔 해외시장 개척



    1992년 대전 한남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조씨는 가정형편 때문에 1학년을 마친 후 군에 입대해야 했다. 그리고 군에서 제대한 후 곧바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첫 직장은 ‘세진컴퓨터랜드’. 열심히 일했지만 2년 정도 직장생활을 한 조씨는 그곳에서 ‘학벌’이라는 우리 사회의 커다란 벽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 능력보다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입사 동기들은 대리, 과장으로 승진하는데 혼자만 주임이었죠. 그때 충격을 받고 다시 대학에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98년 다시 입학한 곳은 한밭대 산업경영학과. 그해 말 조씨에게 새로운 기회가 왔다. 벤처붐이 일던 당시, 학교에서 실시한 창업경시대회에 출전했다가 선정된 것. 그때 만든 회사가 동영상솔루션 업체 ‘이도움 닷컴’이다. 하지만 그 회사는 오히려 조씨에게 큰 시련을 안겼다. 적대적 인수합병(M·A) 세력에 회사를 빼앗긴 것. 2000년 12월31일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던 날을 조씨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6개월 후 새로 취임한 경영진이 전원 구속되면서 회사는 풍비박산 나고, 조씨는 그 과정에서 4억원이라는 빚만 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는 노릇.

    조씨는 지인의 도움으로 작은 정보기술(IT) 업체에 들어가 온몸이 부서져라 일했다. 아침에는 스팀세차, 낮에는 회사일, 그리고 저녁에는 대리운전을 했다. 주말에는 관련 기업체 기획서 작성 아르바이트까지 도맡았다. 하루에 2시간 이상 잠을 잔 적이 없었다. 그렇게 일한 덕분에 3년 만에 빚의 절반을 갚았다.

    그런 고난을 겪으면서 조씨는 텔레매틱스의 성공 가능성을 찾아 지금의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텔레매틱스는 집 안이나 사무실에서만 이뤄지던 일을 자동차에서도 똑같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우리의 생각을 기계에만 의존하게 하는 단점도 있지만, 편하고 신속하고 정확하다는 점에서 장점이 훨씬 많다”는 조씨. 올해 목표는 한국시장 30% 점유, 내년부터는 세계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할 계획이다. 당장 다음 달 진출하는 태국이 그 첫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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