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4

2007.09.25

‘에이리언’ 동남아 노동자가 외계인?

  • 이명재 자유기고가

    입력2007-09-28 18: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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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리언’ 동남아 노동자가 외계인?
    보스에 대한 마피아 갱 조직의 존경심이 종교적 경배와도 같다는 것을 느끼게 한 영화 ‘대부(The Godfather)’. 이 영화의 제목은 영화 분위기를 잘 전달한 탁월한 작명처럼 보인다. 그런데 천주교 측에서는 어떻게 생각했을지 궁금하다. ‘대부’라는 종교적 후견인 제도가 어떻든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 반가웠을까, 아니면 갱 집단을 연상시키는 것이 돼버려서 불쾌했을까.

    영화 제목으로 처음 등장해 이제는 보통명사처럼 쓰이고 있는 단어로 ‘다이하드(Die Hard)’가 있다. 영화 주인공인 형사 존 매클레인이 그야말로 ‘죽도록 고생하는’ 모습을 빗댄 제목은 영화의 흥행과 함께 신조어로 이름을 올린 경우다. ‘매트릭스’ 역시 마찬가지다.

    원래 ‘매트릭스’는 기업체 등의 사업부서별 조직체제를 뜻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이 용어를 처음 접한 사람에게 이 말은 기계에 의해 지배되는 가상세계라는 뜻일 수 있다.

    이처럼 영화는 어떤 말을 대중화하고, 때로는 새로운 말을 만들어내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원래 의미나 이미지가 변용되거나 부차적인 의미가 주요 의미를 제치고 전면으로 나서기도 한다. 의미의 ‘역전’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계 괴물’ 하면 떠오르는 영화는 뭘까. ‘에이리언’이라는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에이리언’이라는 말을 외계 괴물로 해석하는 것도 그 의미에 약간의 왜곡과 변용이 일어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에이리언이라는 단어의 원뜻은 ‘외계인’이라기보다는 ‘외국인’의 의미가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한 번 생각할 대목이 있다. 우리 사회가 외국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외국인=외계 괴물’이라는 현실의 일단이 비치기 때문이다.

    예컨대 요새 지상파 방송 오락프로그램에는 젊고 늘씬한 외국 여성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다문화 흐름을 따라가는 긍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주로 서구 출신의 잘생긴 얼굴에 멋진 몸매의 여성들이 들려주는 유쾌한 대화에는 우리 주변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는 동남아 노동자들의 삶이 보이지 않는다. 이들 외국인 노동자는 외국인이라기보다는 외계 괴물과도 같은 ‘에이리언’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에이리언’이라는 말은 엉뚱하게도 한국 사회에 대한 은유가 돼버린 셈이다.



    영화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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