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3

2007.09.18

엄숙함과 폐쇄성을 향한 통쾌한 테러

  • 이병희 미술평론가

    입력2007-09-12 18: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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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숙함과 폐쇄성을 향한 통쾌한 테러

    작품 ‘the Road to the Museum(박물관 가는 길)’(왼쪽), 작품 ‘Pool(수영장)’.

    최근 국내 미술시장에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이것이 거품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데다, 조금 새롭다 해서 작품의 생명력이 오랫동안 지속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럼에도 이들 작품에서 느껴지는 작가들의 기대와 열망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젊은 작가 강유진의 작품에는 힘이 있다. 그 힘이 어떤 것인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게다가 젊은 미술과 젊은 세대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독특한 자극이 있다.

    그림의 배경은 미술관이나 수영장 같은 모던하고 차가운 공간이 대부분이다. 그 공간에 어떤 이질적인 것들이 침투한다. 예를 들어 식물원, 심장, 고깃덩어리 같은 것들이다.

    그럼 그 공간은 외부의 습격을 받아 무너진, 테러를 당한 곳으로 변해버린다. 그리고 원근과 공간의 질서가 파괴되고, 안과 밖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중첩된 층들과 현란한 원색 속에서 도시적 공간은 치명적인 뭔가와 충돌한 듯하다. 그런데 이 파괴적인 이미지들은 불안감을 주기보다 오히려 화려하고 통쾌하며 강렬하다.

    작가는 간혹 새빨간 물감, 심장, 고깃덩어리들로 미술관이나 건축적으로 완성된 공간을 와해시키기도 한다. 공간이 거짓된 엄숙함과 폐쇄성이라면 그 공간을 와해시키는 행위는 인간이 인간을 위해 저지르는 테러로 볼 수 있을 듯하다.



    그 테러는 단순한 위협이나 폭력이 아닌 에너지의 폭발과 그 속에서 느끼는 통쾌함이다.

    현대의 젊은 그림들이라면 어떤 에너지를 담아낼 필요가 있다. 단지 일상에서 작은 위안을 느낄 수 있는 정도가 아닌, 우리의 삶을 통째로 뒤흔들어놓을 수 있는 에너지 말이다. 그래야 적어도 젊은 작가의 젊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8월30일부터 시작된 강유진의 작품 전시회 ‘Gallery’는 갤러리 ‘썬 컨템포러리’에서 9월16일까지 열린다.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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