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3

2007.09.18

고개 숙인 남성 위한 처방

  • 한지엽 한지엽비뇨기과 원장

    입력2007-09-12 15: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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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 숙인 남성 위한 처방
    갑돌이는 의사 친구인 철수에게 발기가 잘 되지 않는다며 도움을 청했다. 철수는 ‘커지거라’를 주면서 새로 개발된 귀한 약이라며 시험해보라고 했다.

    집에 돌아온 갑돌이는 약을 먹은 뒤 외출한 아내를 기다리는데, 아내에게서 급한 일로 친정에 가야 한다는 연락이 왔다. 그는 급한 마음에 철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내가 갑자기 친정에 가서 내일 올 것 같은데 어떡하지? 이렇게 귀한 약까지 먹었는데….” 철수가 대답했다. “그럼, 애인하고 시험해보는 게 어때?” 그러자 갑돌이 왈 “애인이랑 할 땐 이 약 필요 없어.”

    이렇듯 아내와는 섹스가 잘 되지 않지만 다른 여성과는 잘 된다며 자신의 발기 문제를 아내 탓으로 돌리는 남성들이 있다. 주로 40대에게서 나타나는 이런 현상은 이 나이대의 많은 남성들이 애인을 두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10년 넘게 같이 살아온 아내와의 섹스는 단조로울 수밖에 없지만, 남의 눈을 피해 만나는 다른 여성과의 섹스는 스릴과 호기심을 강화해 성적 능력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내가 아닌 여성과의 섹스가 잘 된다 해서 안심할 일은 아니다. 이는 일시적 효과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내와의 섹스가 어렵다면 그 자체로도 발기능력에 이상이 생긴 신호라 할 만하다. 심한 경우 아예 성적 즐거움을 포기하는 부부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성기능 장애의 원인은 발기조직 자체가 점차 퇴화하기 시작하는 기질적 문제뿐 아니라 ‘발기력 저하로 체면이 구겨지면 어떡하나’ ‘잘해야 하는데’라는 부담감에서 비롯된 경우도 많다. 따라서 아내에게 이런 부담감을 솔직히 털어놓은 뒤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커지거라’보다 더 좋은 처방은 바로 부부간의 솔직한 대화이며, 아내의 협조가 남편의 자신감 회복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안 되면 부부가 함께 이 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을 받아보자. 현대의학은 이미 당신을 위해 얼마든지 당당해지고, 언제든지 실현 가능한 해답을 만들어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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