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1

2007.09.04

실명의 덫 ‘황반변성’요주의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거나 흔들릴 때 일단 의심을… 진행 속도 빨라 제때 치료 급선무

  • 김하경 한림대 의대 강남성심병원 안과학교실 주임교수

    입력2007-08-29 15:2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실명의 덫 ‘황반변성’요주의

    황반변성 환자가 사물을 바라본 장면. 루센티스 주사제(아래).

    중소기업 대표 김성한(가명·58) 씨는 얼마 전부터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고, 신문 글자가 중간 중간 지워진 것처럼 보이는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 노안(老眼)이겠거니 생각해서 안경을 맞추기도 했지만, 증세는 더 심해지기만 했다. 결국 안과를 찾아 진단받은 결과는 ‘연령 관련 황반변성’이었다. 다행히 심하게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신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수개월 안에 실명(失明)에 이를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김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황반변성은 눈 속에서 비정상적으로 생성된 신생 혈관에 의해 황반(카메라의 필름에 해당)이 손상돼 시력이 심하게 떨어지는 질환이다. 60대 이상에서 주로 발병하지만, 점차 발병 연령이 낮아지고 있으며 녹내장, 당뇨 망막병증과 함께 3대 실명질환이다. 건성 및 습성 황반변성이 있는데, 실명의 원인은 대부분 습성에서 생긴다.

    황반변성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수개월 혹은 2~3년 안에 실명할 수 있는, 진행속도가 빠른 안질환이다. 이미 서양에서는 노인 실명 원인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국립안과연구소는 자국에만 170만명의 연령 관련 황반변성 환자가 있으며, 이 유병률은 2020년까지 295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

    황반변성은 나이가 들면서 특별한 이유 없이 생기지만 스트레스, 흡연, 서구식 식습관, 비만 등 환경적 요인과 가족력 같은 유전적 요인이 작용해 생기는 것이 보통이다. 자외선에 눈이 과도하게 노출됐을 때도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거나, 직선이 흔들리거나 굽어 보이는 것이다. 글자나 그림의 한 부분이 지워진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색과 명암을 구별하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시야의 중심에 검은 점이 생기기도 한다.



    황반변성은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다. 얼마 전까지는 광역학요법이나 레이저 요법을 주로 사용했으나, 시력저하 속도를 늦추거나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시력을 회복해주는 습성 황반변성 치료 주사제인 ‘루센티스’(한국노바티스)가 국내에서도 판매 허가돼 실명 위기에 처한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주사제 ‘루센티스’ 혁신적 치료제로 각광

    423명의 습성 황반변성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3상 임상시험에서 루센티스 주사 0.5mg으로 치료한 환자의 95%가 시력을 유지했으며, 40% 이상의 환자는 시력을 회복했다. 시력 회복은 흔히 시력을 검사하는 시력 검사표에서 3줄 이상을 더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루센티스는 실명을 막는 혁신적인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으나, 아직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하루빨리 보험이 적용돼 환자들이 황반변성이라는 실명의 덫에서 빠져나와 새 빛을 얻기를 기대해본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