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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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음악 도시로 변신 중

  • 유혁준 음악평론가 poetandlove@artgy.or.kr

    입력2007-08-01 17: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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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음악 도시로 변신 중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2006년 공연.

    ♪ 수도권 도시 가운데 문화적으로 열세인 인천시가 만회를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시세(市勢)가 훨씬 작은 인근 부천시가 부천필을 필두로 음악도시로 승승장구하는 사이, 변변한 축제 하나 가지지 못했던 인천시는 2년 전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인천 앤 아츠(Incheon · Arts)’라는 음악 페스티벌을 기획해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른 정명훈을 음악감독으로 하는 아카데미와 워크숍, 그리고 시민문화 프로그램을 연중 지속적으로 개최하게 된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첫해 어려운 여건에서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룬 ‘인천 앤 아츠’는 지난해 아시아 필하모닉 창단 10주년을 맞아 주요 무대를 제공하며 이목을 끌었다. 올해는 더욱 탄탄한 레퍼토리로 인천시민뿐 아니라 수도권 청중의 관심까지 끌어모으는 대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임형주와 바이에른 체임버 오케스트라 연주회로 2007년 축제의 문을 연 ‘인천 앤 아츠’는 여름에 그 절정을 구가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아카데미(APOA) 여름워크숍. 정명훈이 몸담고 있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수석 연주자와 세계 정상급 음악가들의 지도 아래 아시아의 젊은 음악도들이 한자리에 모여 음악혼을 불태운다. 특히 국내 여름음악캠프가 개인레슨 위주로 기형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9일 동안 강도 높은 훈련과 콘서트를 열게 해준 것은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세계 도처의 오케스트라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시아 출신 연주자들로 구성된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8월3일(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4일(예술의전당)에 이어 6일과 7일에는 일본 도야마와 도쿄에서 각각 아시아의 화음을 뽐낸다. 한국 작곡가 진은숙의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가운데 ‘망가진 시계를 위한 서곡’과 드보르자크와 브람스의 교향곡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화려함과 음악성을 갖추고 한국과 일본 청중을 기다리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이 음악을 통해 평화롭고 사랑이 가득한 세상을 만들어나갑시다. 음악으로 교류할 수 있는 세상이 곧 천국 아니겠습니까?”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말처럼 음악으로 하나 되는 아시아 필하모닉의 이상은 이제 인천을 축으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갈 예정이다.

    세계적인 독주자는 많아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하나 가지지 못한 우리 음악계. 정명훈은 ‘인천 앤 아츠’를 거점으로 기존 교향악단뿐 아니라 음악성으로 무장한 미래의 단원을 선발하고 있다. 공연 문의 032-420-2027, 02-3446-0642

    인천, 음악 도시로 변신 중
    ♪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인천과 서울에서 연주할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은 작곡가의 심성이 가장 잘 드러난 걸작이다. 1890년 2월2일 드보르자크의 지휘로 프라하 루돌피눔에서 초연된 이 곡은 도처에 체코 전통의 선율과 보헤미안적인 애수가 숨어 있다. 1악장 도입부의 비가(悲歌)는 차라리 아름답기까지 하다. 3악장은 곡의 백미다. 드보르자크만이 표현할 수 있는 소박함과 로망스는 블타바 강의 물결이 굽이치듯 유연하다.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 연주는 역시 체코필하모닉을 최고로 친다. 체코필을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린 전설적인 지휘자 바츨라프 노이만이 1982년 역시 루돌피눔에서 녹음한 음반은 오래전부터 애호가들의 수집 대상 1호로 꼽힌 명연이다. 서방의 어느 거장 지휘자도 이 연주에 도달하지 못했다. 3악장을 듣고 있노라면 어느새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1920년 프라하에서 태어나 95년 세상을 등진 노이만은 조국 체코를 가장 사랑한 음악가였다. 체코 슈프라폰 레이블에서 노이만의 드보르자크 교향곡 전집을 만날 수 있다. Supraphon SU 3705-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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