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7

2007.08.07

관성의 법칙 믿다 발등 찍힐라

  • 김종선 경원대 교수·경제학

    입력2007-08-01 10:4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관성의 법칙 믿다 발등 찍힐라

    7월25일 한국 주식시장의 코스피지수 2000 시대가 열렸다.

    종합주가지수가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며 2000선을 넘어서자 1500선에서 과열을 걱정했던 신중론자들이 머쓱해졌다. 특히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비춰 지나치게 오르고 있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근심을 반영한 정부의 공식적인 우려 표명에도 주가는 꺾이지 않고 있다.

    마치 지난 수년간 강남 아파트가 가격 거품이 있다는 일반적 인식과 정부의 거듭된 경고에도 폭등세를 이어가던 모습과 유사하다. 시장전문가들이 경제전문가들을 압도하는 형세다.

    해외 투기자금 계속 유입 … 비상구 점검해둬야

    그렇다면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투기성 자산의 가격은 한번 불이 붙으면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제 몸이 다 탈 때까지 멈추지 않고 타들어가고 마는가? 다른 말로 하면 운동하는 물체는 계속 운동하려는 성질을 유지한다는 뉴턴의 ‘관성의 법칙’이 증시에도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최근 부동산시장이나 증권시장 가격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대답은 확실히 ‘예스’다. 경제지표로 잡히지 않는 시장 참여자들의 집단심리 탓이다. 사람들은 중장기적인 경제지표보다는 단기적인 시장지표가 더 크게 작용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가 움직임을 예측하려면 주식시장을 타오르게 하는 연료인 자금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증권시장은 부동산시장과 달리 국제 투기자금의 각축장이 되고 있어 더욱 주의해서 바라봐야 한다.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과 증권시장 과열 우려로 마침내 한국은행이 유동성 억제의 칼을 뽑았음에도 오름세가 꺾이지 않는 것은 그래도 자금이 끊임없이 증권시장으로 흘러 들어오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해외 유입 자금은 정책당국에서도 억제하기가 어려워 과열의 불길을 잡기 힘든데, 미국과 일본에서 유입되는 투기자금의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우리 증시는 오름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겠다.

    미국과 일본 투자자들이 한국으로 돈을 보낼 때는 두 가지 수익을 고려한다. 증권투자에서 얻는 금융차익과 투자기간 원화 강세로 손에 쥘 수 있는 환차익이 그것인데, 한국이 일단 불이 붙었으니 본국보다는 높은 금융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래서 달러화와 엔화 투기자금이 한국으로 흘러 들어오는 것이다. 자금이 대량으로 유입되면 이때 환차익도 생긴다. 달러화와 엔화 가치는 떨어지고 원화 가치는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런 단기적인 역학관계를 꿰뚫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투기자금은 질주하는 한국 증시의 말 등에 일단 올라타고 본다. 그러면 신선한 당근을 덥석 입에 문 말은 그동안의 피로를 잊고 다시 질주한다.

    그렇다면 이런 해외자금의 유입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해답은 한국보다 역동적인 시장이 나타날 때까지다. 그때까지 우리 증권시장은 관성의 법칙을 유지하며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관성의 법칙이 영원히 존재하는 무중력 상태가 아닌 한 운동은 언젠가 끝이 난다. 1711년 시작된 그 유명한 ‘South Sea Bubble (영국 남해회사의 주가를 둘러싼 남해 포말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이 회사의 사업내용이 부실한 것으로 판명나자 주가가 폭락하고 파산자가 속출했다. 당시 관성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도 초기 이익을 실현하지 않고 관성의 법칙만 믿고 지분을 확대한 결과 엄청난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일화를 기억하며 비상구를 다시 한 번 점검해두는 것이 좋겠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