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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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연대은행 덕분에 대박 행진 살맛 나죠”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7-07-25 1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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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연대은행 덕분에 대박 행진 살맛 나죠”
    서울 왕십리 곱창골목에서 ‘왕십리이모네곱창’(대표 김옥연)은 골리앗들에게 둘러싸인 다윗이라 할 만하다. 수십 년 역사와 널찍한 규모를 자랑하는 유명 곱창집들 틈바구니에서 지난해 1월, 고작 10개 남짓한 테이블을 놓고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6개월간 이 식당이 거둔 성공은 놀라울 정도다. ‘부드럽게 씹히면서 달지 않은, 씹을수록 매콤한 맛’으로 고객들의 입맛을 붙잡는 데 성공한 것. 인터넷을 타고 소문이 돌아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 김씨에 따르면 손님은 부산 광주 대구 제주 등 전국에서 찾아온다고 한다. 덕분에 김씨는 방송에까지 진출(?)했다. 7월11일 방송된 SBS 요리대결프로그램 ‘결정! 맛대맛’에 출연, 골뱅이무침과 매운맛 대결을 벌여 우승을 거둔 것.

    김씨에게 특히 눈길이 가는 이유는 그가 마이크로크레디트(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무담보 소액저리 신용대출)의 성공 사례이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병상에 누워 있던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그에게 남은 것은 두 딸의 양육과 병원비 때문에 진 빚. 산모도우미 등으로 일하면서 김씨는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간절했다”고 한다.

    그는 곱창을 납품하는 동생의 도움으로 곱창요리집을 차리기로 결심했다. 문제는 자금이었다. 그는 사회연대은행의 문을 두드렸고 연리 2%, 1년 거치 3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1500만원을 빌렸다. “사회연대은행 대출이 큰 용기가 됐어요. 전셋집을 줄여 모두 4000만원을 마련해 가게 문을 열었습니다.”

    골리앗들과 경쟁하기 위한 김씨의 전략은 차별화였다. 매운맛의 ‘불곱창’을 개발했고, 골라 먹는 음식문화에 익숙한 젊은 층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 불곱창 소금곱창 양념곱창을 한 번에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양이 적은 여성고객을 위해 인원 수만큼 주문해야 한다는 식당 편의주의적 ‘원칙’도 없앴다. 덕분에 그는 현재 월평균 1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방송 출연 이후 손님이 3배 이상 늘어 행복한 비명을 지르면서도 김씨는 결코 안주하지 않는다. 지금의 호황은 일시적 현상이고, 꾸준한 단골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요즘 그는 퐁듀처럼 치즈에 찍어먹는 곱창을 연구 중이다. 여성 가장에서 곱창집 사장으로 변신한 김씨의 얼굴이 자신감으로 가득해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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