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3

2007.07.10

얼굴 흉터 싹 지우니 ‘중장년 완소남’

험상궂은(?) 아저씨들 성형 문의 급증 … 성형술과 레이저 치료 병행이 바람직

  • 박현 박현성형외과 원장

    입력2007-07-04 19: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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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 흉터 싹 지우니 ‘중장년 완소남’
    최근 성형외과에 남성들의 문의전화가 부쩍 늘었다. 남성들도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당당히 성형수술을 받는 추세이긴 하지만, 특이한 점은 문의전화의 상당수가 흉터 상담이라는 것이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장난치다 얼굴에 흉터가 생겨 몇십 년을 훈장처럼 달고 살았는가 하면, 사춘기에 앓은 여드름 생채기로 우툴두툴 자국이 남아 있기도 하다. 얼굴에 흉터 좀 있는 게 대수겠느냐 싶었지만 살아보니 그렇지 않더라는 것이 그들의 이구동성이다.

    이미 두 번이나 사업에 실패한 남성 A(47)씨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자그마한 가게를 냈지만 시작부터 신통치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찾은 관상가에게서 그는 자신의 실패 원인이 흉터라는 말을 들었다.



    주위의 혐오감에 마음속 상처

    A씨의 이마엔 사선으로 길게 난 흉터가 있다. 중학교 때 친구들과 장난치다 생긴 것이다. 사내녀석 얼굴에 상처 하나쯤은 괜찮다는 부모 말씀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그냥 뒀다. 젊었을 때야 이까짓 거 했는데, 나이 들면서 인자한 아저씨보다는 험상궂은 아저씨로 비치는 것에 마음이 쓰였다. 게다가 흉터가 사업운을 막는다는 관상가의 말까지 듣고 나니 안 되겠다 싶었다고 한다. 이런 흉터도 치료할 수 있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A씨는 난생처음 성형외과 문을 두드렸다.



    얼굴에 있는 흉터는 인상을 험악하게 만든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흉터가 있는 사람은 대부분 성격이 흉포하거나 범죄자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얼굴 흉터는 주위에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그로 인해 당사자의 마음에 상처를 남겨 심한 경우 대인기피 등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흉터는 외부 충격으로 생긴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남은 자국이다. 인체로서는 제 할 일을 다한 결과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 피부의 상처가 치유된다 해도 마음에 남은 상처는 쉽사리 없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흉터는 관상학적으로도 좋지 않다고 한다. 관상은 얼굴 생김새의 기본 인상을 보는 것으로 주요 부위인 눈, 코, 입, 이마뿐 아니라 점이나 흉터까지 모두 고려 대상이 된다. 특히 이마 중앙 가까이 있는 흉터는 사업운이나 재물운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해서 중년 남성들이 흉터 치료를 결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여드름 흉터도 문제다. 오랜 백수생활 끝에 첫 직장을 얻은 B(31)씨는 한창 일자리를 찾아 동분서주하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토익 점수도 높고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과 봉사활동 경험이 풍부해 웬만한 기업의 서류전형에는 모두 통과했지만 문제는 면접이었다. 청소년 시절 앓은 여드름 자국이 얼굴에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얼굴 전체를 덮은 곰보 자국 같은 흉터 때문에 깔끔한 첫인상을 주지 못했던 것이다. B씨는 고민하던 중 여자친구의 권유로 여드름 흉터 치료를 받았다. 그는 “덕분에 인상이 깔끔해졌고 지금의 직장에 취업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여드름 흉터도 콤플렉스 원인

    얼굴 흉터 싹 지우니 ‘중장년 완소남’
    청춘의 상징이라는 여드름. 하지만 여드름이 지나가고 난 흔적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여드름과의 전쟁’을 잘못 치르면 부분적으로 피부가 패거나 두꺼워져 붉고 얼룩덜룩한 자국이 생긴다. 남성은 피지선이 발달해 여성보다 여드름이 많이 생긴다. 이때 여드름을 함부로 짜거나 염증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곰보처럼 얽어 보이는 흉터를 남기게 된다. 첫인상을 결정하는 피부가 이러면 깔끔한 인상을 주지 못해 주눅들게 되고, 다른 사람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할 만큼 콤플렉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흉터 치료에서 기본적으로 알아둬야 할 것은 흉터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는 점이다. 다만 흉터를 옅게 만들어 눈에 덜 띄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흉터 치료는 수술적 방법인 Z성형술과 레이저를 이용한 방법이 있다.

    Z성형술은 절개선이 Z자로 남아 붙여진 것이다. 우리 몸에는 최소긴장선(relaxed skin tension line)이라는 주름선이 있다. 흉터가 이 선과 직각을 이루는 방향으로 생기면 눈에 잘 띄지만, 평행하면 눈에 덜 띈다. Z성형술은 이를 기반으로 흉터를 최소긴장선에 맞춰 교정함으로써 흉터를 눈에 덜 띄게 만든다.

    여드름 등 얕은 흉터는 레이저 치료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프락셀 레이저다. 흉터 부위에 1㎠당 2000개의 구멍을 뚫어 미세하게 피부를 깎아주는 동시에 피부에 레이저 빛이 침투해 피부 진피조직에서 탄력섬유를 재생시킨다.

    수술과 레이저 요법을 동시에 하면 흉터 개선에 훨씬 도움이 된다. 치료 기간에는 반창고를 붙이고 있어야 하는 등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비용은 cm당 30만~50만원, 레이저 시술은 흉터 크기에 따라 30만~100만원이다. 치료는 장기간에 걸쳐 여러 번 했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다.

    흉터 없애면 인상 바뀌고 인생도 바뀐다



    얼굴 흉터 싹 지우니 ‘중장년 완소남’
    미국에서 흉터가 사람의 인생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를 한 적이 있다. ‘얼굴의 흉터를 없애면 범죄가 줄어들까?’라는 다소 엉뚱한 의문에서 비롯된 실험이었다. 실험은 이렇게 진행됐다.

    중범죄자를 수용하는 어느 형무소에서 형기를 마친 사람 중 일부는 흉터가 있는 얼굴 그대로 내보냈고, 일부는 성형수술로 흉터를 없앤 뒤 석방했다. 그런 다음 다시 범죄를 저질러 구속되는 비율을 조사했더니 놀랍게도 흉터를 없앤 그룹의 재범률이 훨씬 낮았다고 한다.

    흉터를 없앴다고 범죄 욕구마저 사라진 것일까? 그보다는 흉터가 없어짐으로써 타인들이 그들을 편견의 눈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재범을 일으키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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