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2

2007.07.03

반론 재반박해야 좋은 평가

  • 강상식 학림논술연구소장

    입력2007-07-02 09: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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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론 재반박해야 좋은 평가

    투수가 두뇌싸움에서 이겨야 하듯, 학생도 반론을 재반박할 수 있도록 머리를 써야 한다.

    또 야구 이야기지만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니 양해 바란다. 야구장에서 투수와 타자의 대결은 두뇌싸움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타자는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 것인지를 예측하는 데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반면 투수는 타자가 어떤 공을 기다리는지 짐작한 다음 타자의 예상에서 벗어나는 공을 던지려고 노력한다. 즉 타자가 예상한 것과 다른 구질의 공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한다. 이처럼 투수와 타자는 상대방의 생각을 읽어내고 그것을 역이용하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두뇌싸움을 펼친다.

    경기장에서 반대편에 있는 타자의 생각을 파악하기 위해 신경을 집중하는 투수처럼, 논술답안을 작성하는 학생은 자신과 반대되는 생각을 지닌 사람의 반론을 예상하고 그에 재반박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논술고사에서는 특정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만 일방적으로 서술한 답안으로는 깊이 있는 사고능력을 보여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대에서 발표한 논술채점 기준의 창의력 영역에서도 심층적인 논의전개 능력을 중시한다. 즉 자신의 주장이나 논거에 대해 스스로 가능한 반론을 제기하고, 재반박하는 형태로 답안을 작성하는 능력을 중요한 평가요소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서울대가 2007년 2월27일 실시한 통합교과 모의논술고사 4번 문항에서는 ‘단, 자신이 마련한 대책에 대해 예상되는 반론과 이에 대한 재반론을 포함하시오’라고 요구조건을 제시했다. 예상되는 반론을 서술할 수 있는 심층적 사고력이 논술 고득점을 위한 필수요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주장에 대한 예상 반론을 서술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다른 제시문의 논지를 활용해 예상 반론을 서술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논술문제에서 주어진 제시문은 답안을 작성하기 위한 기초 재료다. 즉 요리를 할 때 주어진 재료와 양념을 배합하듯, 답안을 작성할 때는 제시문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대학에서 논술문제를 출제할 때 각각의 견해가 담긴 글을 제시하는 것은 그것을 활용해 답안을 작성하라는 암묵적인 요구사항이다. 따라서 자신이 지지하는 생각과 상반되는 제시문의 논지를 파악한 뒤 그것을 토대로 예상 반론을 서술하고 재반박하는 것이 좋다.

    서로 다른 방식의 인간관계를 제시한 제시문 나)와 다) 가운데 본인은 어떤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밝히시오.



    -연세대 2008학년도 모의논술고사

    이 문제의 답안을 작성할 때 대부분 학생들은 제시문 나), 다) 중 자신이 지지하는 제시문을 선택한 뒤 그 근거를 제시하는 형태로 답안을 작성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심층적인 사고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다른 제시문에서 제기될 수 있는 반론을 제기하고 그에 반박하는 형태로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 좋다. 즉 제시문 나)를 지지할 경우 다)에서 제기할 수 있는 예상 반론을 서술한 뒤 그에 재반박하는 형태로 결론을 제시할 때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 문제에서 제시문 나)에는 감정적 결속관계(또는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적 관계), 다)에는 계약적 관계가 소개돼 있다. 연세대가 발표한 우수답안에서는 제시문 다)의 계약적 관계가 더 바람직하다고 서술한 답안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리고 우수답안으로 평가받은 답안에서는 ‘다)의 인간관계는 폐쇄적이거나 인간미를 소멸시킬 것’이라며 나)의 논지를 기반으로 한 반론을 서술했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예상 반론에 대해서는 계약의 ‘강제력은 단지 관계에서의 일방적인 피해를 예방하는 안전망일 뿐이며 이것이 인간미와 정서적 유대를 파괴할 필연성은 결코 없다’고 반박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전개는 상반된 주장을 담고 있는 제시문의 논지를 고려해 예상 반론을 서술하고, 그에 대한 재반박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더욱 공고히 함으로써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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