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2

2007.07.03

사생활 폭로와 협박 ‘연예인은 공공의 인질인가’

  •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 socio94@cbs.co.kr

    입력2007-06-27 17: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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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생활 폭로와 협박 ‘연예인은 공공의 인질인가’

    미니홈피 해킹 피해를 당한 가수 데니 안(왼쪽)과 보아.

    연예인의 ‘사생활 유포’ 악몽이 재현되고 있다. 일본에서 활동 중인 한류스타 보아가 자신의 미니홈피를 해킹당하고 협박범에게 3500만원까지 건넨 것으로 알려지자 팬들은 물론 연예 관계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이번 사건은 사생활 공개를 두려워하는 연예인의 약점을 악용한 범죄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해킹당한 자료는 보아가 그룹 god 출신 데니 안과 함께 찍은 사진, 주고받은 e메일 등이다. 모 대학 정보통신학과에 재학 중인 서모 씨는 이를 해킹, 보아 측을 협박해 돈을 뜯어냈다.

    사건이 알려진 이후 누리꾼은 분노하고 있다. 특히 ‘미니홈피’가 범죄도구로 활용된 점에 누리꾼은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악플로 연예인들이 자살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해킹을 통해 돈을 뜯어내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는 댓글이 삽시간에 인터넷 공간을 채웠다.

    10여 년간 가요계에 몸담아온 한 제작자도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지나친 관심이 범법 수위에 이를 정도로 악용되고 있다”면서 “미니홈피가 팬과 연예인의 ‘소통의 장’이지만 자칫 관리 부재로 치명적 이미지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보아 측은 “실제와 다른 내용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매니저가 범인과 연락을 취하는 과정에서 돈을 건넸다”고 해명했다. 신고한 이유에 대해서는 “보아에게 돈을 가져간 뒤에도 데니 안에게 재차 협박 메일을 보내 수사를 의뢰했다”고 언급했다. 데니 안에게는 650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아 측의 설명은 처음 협박받았을 때는 신고하지 못하다가 2차 협박이 시작되자 어쩔 수 없이 신고를 결심했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여기에는 협박을 당하면서도 말 못하고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연예인의 애환이 깔려 있다. 오해 살 만한 사진 한 장, 사적인 대화내용이 공개될 경우 인기 하락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연예인들은 알면서 당하고 가슴앓이를 하는 것이다.

    눈 뜨고 당하며 가슴앓이 … ‘사이버 매니저’ 둬야 할 판

    어디 보아나 데니 안뿐인가. 4월에는 공식 커플로 발표된 박지윤 최동석 KBS 아나운서의 사생활을 담은 사진이 미니홈피 해킹으로 대량 유출되는 사건이 일어나 충격을 주었다. 유출된 사진은 모두 결혼을 앞둔 연인의 다정하고 살가운 모습이었지만 사진이 몰고 온 후폭풍은 요란했다. 두 사람 모두 지상파 방송에서 뉴스를 진행하는 공인인 만큼 대중이 받은 충격도 작지 않았다. 얼마 전 결혼한 전 KBS 아나운서 노현정 씨도 결혼 전 연인과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살포돼 마음고생한 바 있다.

    지난해 말에는 마약거래 조폭들이 과거 히로뽕이나 대마초를 하다가 적발된 경험이 있는 연예인들에게 소포로 마약을 보내 돈을 갈취하려다 신고당한 일도 있었다.

    사생활 유출, 특히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연예인에 대한 사생활 유출과 이로 인한 각종 사고는 인터넷 시대의 만개와 함께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을 향유하는 젊은 연예인들의 미니홈피, 셀카 촬영 등은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상황을 초래한다.

    방송을 통한 지나친 사생활 공개가 사고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높다. 연예인의 자녀들까지 언론에 공개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잠재 범죄자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그동안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통해 팬들과 자사 연예인의 소통을 이어온 매니지먼트사들은 이제 로드매니저, 스케줄 매니저 외에 ‘사이버 매니저’까지 배치할 태세다.

    연예계 최대 사생활 유출 사건인 이른바 ‘연예인 X파일’이 터진 지 2년 반, 하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사생활 유출과 이로 인한 연예인들의 고통에 가슴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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