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2

2017.01.18

와인 for you

‘빼어나게 아름다운’ 밭에서 나온 명품

미국 몬다비 와인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7-01-16 17: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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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나파밸리(Napa Valley)는 세계 최고 와인 산지 가운데 하나다. 특히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은 풍부한 향과 부드러운 맛으로 전 세계 와인 애호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북동쪽으로 60km가량 떨어진 나파밸리는 삼면이 산맥으로 둘러싸인 분지다. 포도밭이 저지대와 고지대에 고루 분포하고 토질도 다양해 밭마다 개성 있는 와인을 생산한다.

    나파밸리 포도밭 가운데 가장 우수한 밭을 꼽으라면 단연 오크빌(Oakville) 마을에 위치한 투 칼론(To Kalon)이다. 145만m2크기의 이 밭은 1800년대 중반 개발됐다. 지금은 몇몇 소유주가 나눠 가지고 있으며 대부분 와인 생산자지만, 앤디 벡스토퍼(Andy Beckstoffer)는 와인을 만들지 않고 포도를 판다. 그런데 벡스토퍼가 받는 포도 가격이 놀랍다. 그는 포도 톤당 가격으로 구매자가 만드는 와인 한 병 값의 175배를 받는다. 나파밸리 최고급 와인 가격이 300달러(약 35만9600원)가량임을 감안하면 톤당 5만 달러(약 6000만 원)가 넘는다. 포도 1t으로 와인을 700병 정도를 만드니 병당 포도 값만 약 8만6000원인 셈이다. 실제로 투 칼론의 포도로 만든 와인 가운데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것은 최소 60만~70만 원을 호가한다. 비싼 가격이 이해는 가지만 쉽게 사 마실 수 없을 거란 생각에 기분이 씁쓸하다.

    하지만 포기하기엔 이르다.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가 투 칼론 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은 10만~20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팬층이 두꺼운 몬다비 와이너리는 투 칼론 밭의 70%를 소유하고 있다. 1966년 와이너리를 설립하기 위해 포도밭을 찾던 몬다비는 투 칼론의 우수성을 바로 알아봤고, 당시 밭이 그다지 비싸지 않아 많은 밭을 사들일 수 있었다고 한다.



    몬다비는 투 칼론의 포도로 세 가지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투 칼론 밭에서도 가장 좋은 구획에서 기른 카베르네 소비뇽으로는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리저브(Reserve)’를 만든다. 신선하고 진한 베리향과 탄탄한 타닌이 매력적인 이 와인은 힘과 우아함을 겸비한 명품으로, 30년 이상 병 숙성이 가능하다. ‘나파밸리 오크빌 카베르네 소비뇽’은 달콤한 과일향, 은은한 커피향, 매콤한 후추향 등 복합미가 좋은 와인이다. 촘촘하면서도 매끄러운 질감이 와인을 마실 때마다 입안을 부드럽게 휘감는다.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리저브와 오크빌 카베르네 소비뇽 모두 생산연도로부터 최소 5년이 지난 뒤 마시면 완숙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나파밸리 퓌메 블랑(Fume´ Blanc) 리저브’는 수령이 60년 된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고목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다. 상큼한 산도, 풍부한 감귤향, 섬세한 오크향의 조화가 뛰어나며 마신 뒤에는 입안에 잔잔하고 긴 여운이 오래도록 맴돈다.



    투 칼론은 그리스 말로 ‘빼어나게 아름답다’는 뜻이라고 한다. 포도밭 풍광이 아름다워서일까. 이름의 유래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다정한 사람과 향기로운 와인을 나누는 시간이야말로 인생을 장식하는 아름다운 순간이라는 사실이다. 문득 몬다비 와인을 한 병 챙겨 들고 그리운 벗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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