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2

2017.01.18

김승용의 俗 담은 우리말

신년 다짐 이어갈 ‘습관 다이어리’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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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aristopica@gmail.com

    입력2017-01-13 18: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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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14일은 매월 14일에 있는 ‘14일 데이’의 첫 절기입니다. 첫 번째 절기답게 한 해를 알차고 보람되게 지내라고 좋아하는 사람이나 친한 사람에게 다이어리를 선물하는 ‘다이어리 데이’입니다. 연초가 되면 다들 한 해 계획 한두 가지는 꼭 세웁니다. 금연, 금주, 다이어트 이 셋은 기본이고, 외국어 공부나 그 밖의 개인적인 목표를 달성하겠다며 굳은 다짐을 하죠. 결심하자마자 행여 마음 약해질까 싶어 바로 피트니스클럽에 등록하고 강좌도 수강 신청을 해둡니다. 그런데 그게 참 작심삼일(作心三日)에 용두사미(龍頭蛇尾)입니다. 거의 대부분 ‘네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미약하리라’로 흐지부지되거든요.

    우리 속담에 ‘지어먹은 마음이 사흘을 못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무슨 뜻인지 다들 아실 겁니다. 우리 모두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요(저 역시 그렇습니다). 거금 들여 사들인 러닝머신은 ‘비싼 빨래 건조대’가 되고, 피트니스클럽에 가는 일은 춥다고, 일어나기 싫다고, 피곤하다며 이래저래 몸이 기억하는 나태함에 순응하고 맙니다. 1월 초에는 피트니스클럽에 빈 자리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관장님은 며칠만 기다리면 자리가 날 거라며 웃습니다. 오죽하면 ‘헬스란 석 달 끊고 사흘 나가는 것’이라는 현대속담이 생겼겠습니까. 뜨끔하신 분들 계실 겁니다.

    같은 현대속담으로 ‘작심삼월 다이어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올해는 대충 살지 말고 꼼꼼하게 챙겨가며 살아야겠다고 다이어리나 스케줄러 하나씩 장만합니다. 1월 1일부터 온갖 잡다한 것까지 이 펜 저 펜으로 정성 들여 기입합니다. 한 며칠은요. 시간이 지나면 점점 적어 넣는 내용이 적어지다가 뜸해지다가 건너뛰다가 3월쯤 되면 다이어리 열어보는 것도 귀찮아집니다. 그렇게 손때도 안 탄 새 다이어리는 책장 어딘가 굴러다니다 12월에 ‘깨끗하게’ 생을 마감합니다.

    작심삼일은 왜 일어나는 걸까요. 그것은 당장의 게으름이 먼 훗날의 내 모습보다 훨씬 빠른 보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처음 계획을 세우고 결심을 할 때 지어먹은 마음과 하던 대로 편하고 쉽게 살자는 타성이 좁은 마음 안에서 세력 다툼을 합니다. 이때 대개 신참은 고참을 못 이깁니다. 게으름에 이력이 났기 때문입니다. ‘요것만 하고, 이것만 하고’ ‘있다가, 다음에, 내일부터’ 식으로 미루다 보면 어느 순간 애초 의지를 따라잡을 수 없게 저 뒤로 밀려납니다. 그렇게 날씨 풀리고 돌아다니기 좋은 3월이 됩니다. 남은 10개월은 지난해와 같습니다.

    의지를 다잡는 것은 의지만으로 안 됩니다. 습관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습관은 만나는 사람이나 활동하는 공간이 바뀌지 않으면 바꾸기 매우 어렵습니다. 자주 보는 사람들과 시간대 및 공간을 달리해야 합니다. 또한 막연한 목표보다 구체적인 계획으로 세분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서로 힘이 되도록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정리가 안 되는 사람이 정리도구를 산다고 정리가 되는 것은 아니듯, 스케줄러를 사고 피트니스클럽이나 학원에 등록한다고 결심과 계획이 제대로 지켜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 오랜 타성을 이길 만큼 새 습관이 단련되지 못했습니다.

    벌써 1월도 반이 지나갑니다. 이대로 질 순 없습니다. 또다시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습관 단련 헬스장’에 꾸준히 다녀야겠습니다. 인생은 습관이 만드는 것입니다. 나쁜 습관을 이기면 좋은 습관이라는 전리품을 얻습니다. 돈 한 푼 안 드는 ‘습관 단련 다이어리’ 하나씩 장만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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