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2

2017.01.18

월급쟁이 재테크

빅·허들·포켓·해피머니란?

내가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투자할 수 있다고?

  • 김광주 웰스도우미 대표 www.wealthdone.me

    입력2017-01-13 18: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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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누구나 재산을 불리길 원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얼마ww를 원하는지는 명확지 않다.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은 목표도 아니거니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먼저 돈의 종류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오랫동안 재정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돈의 종류를 총 4가지(빅머니, 허들머니, 포켓머니, 해피머니)로 구분해왔다.

    먼저 ‘빅머니(Big Money)’는 인생을 바꿀 만한 규모의 돈을 뜻한다. 마치 로또 당첨과도 같다. 하지만 꼭 로또가 아니라도 빅머니를 만드는 사람이 분명 있다. 일반적으로는 창업에 성공한 경우다. 물론 이 역시 로또 당첨까지는 아니어도 어려운 일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기업을 설립해 5년을 버틸 확률은 27.3%에 불과하다. 100명이 창업하면 5년 뒤엔 4분의 3이 문을 닫는 셈이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창업 후 몇 년 만에 빅머니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대체로 정보기술(IT) 같은 기술 기반의 혁신적 창업가가 여기에 속한다. 필자가 최근 알게 된 30대 초반 청년도 동료들과 함께 창업한 회사를 매각해 30억 원이라는 빅머니를 벌었다. 그렇다면 이런 기술이 없는 사람에겐 전혀 기회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당신이 구글이나 구글이 인수한 유튜브에 투자했다면 어땠을까. 또한 페이스북이나 페이스북이 인수한 인스타그램에 투자했다면? 국내에서 여러 번 주인이 바뀐 티몬에 투자했다면? 





    ‘빅머니’는 사람과 트렌드에 달렸다!

    사람은 대부분 “내가 어떻게 그런 기업에 투자할 수 있어?”라고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구글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사업 초기 창업자금을 구하지 못해 쩔쩔맸다. 대표 프라이드치킨 기업 KFC의 설립자인 커넬 샌더스 역시 첫 번째 투자자를 찾기까지 1008번이나 거절당했다고 한다. 따라서 될성부른 기업에 투자할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다만 스쳐 지나가는 기회를 붙잡느냐, 놓치느냐의 문제다.

    한국에도 스타트업으로 알려진 수많은 혁신기업이 있다. 또한 그들은 구글 창업자와 마찬가지로 투자자를 찾고 있다. 투자하려면 돈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심지어 100만 원, 200만 원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 ‘와디즈’ 같은 크라우드펀딩 회사는 스타트업과 소액 투자자를 연결해주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 IT기업에 투자할 수도 있다. 단,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자.

    직장인은 소득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연간 소득금액이 1500만 원 이하인 경우는 투자금의 100%, 1500만 원 초과 5000만 원 이하는 50%, 5000만 원 초과는 30%의 소득공제 혜택이 있다. 다른 절세상품에 비해 혜택이 훨씬 큰 편이다. 벤처기업은 물론, 기술성 평가를 통과해 창업한 지 3년이 안 된 중소기업도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또한 투자한 연도를 포함해 3년 중 아무 때나 선택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으니 소득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해를 선택하는 게 좋다. 물론 투자하고 3년이 경과하기 전 투자금을 회수하면 소득공제받은 부분을 도로 내야 한다.   

    빅머니를 획득할 기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궁극적인 기준은 사람과 방향성(트렌드)이다. 우리가 늘 기회를 놓쳤다고 아쉬워하는 것의 실체는 바로 사람과 트렌드다. 필자가 고객 자산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 궁금해하는 이유다. 상대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가능성을 가졌는지에 관심을 둬야 한다. 물론 변화를 읽는 지혜가 필요하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창업기업이 아니라 이미 자리 잡은 기업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해 장기투자하는 방식으로 빅머니를 만들었다. 시대 방향에 맞는 기업에 투자했고 그 때문에 가치투자라는 용어가 일반화될 수 있었다.



    재테크보다 중요한 소비 관리

    두 번째 돈은 ‘허들머니(Huddle Money)’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재테크’로 만드는 돈이다. 재테크에는 반드시 장애물(허들)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이것을 ‘위험(risk)’이라고도 부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위험을 즐겨야 할까. 방법은 간단하다. 경기 규칙을 모르면 경기를 즐길 수 없듯, 자신이 투자하는 상품이나 종목에 대한 정보는 물론 투자시장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 정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기를 끝까지 마쳐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야 점수와 상관없이 성적표를 받아볼 수 있다. 물론 만기는 꼭 기간을 뜻하지는 않는다. 스스로 정한 목표 수익률이나 목표 금액이 만기일 수도 있다.

    세 번째 돈은 ‘포켓머니(Pocket Money·쌈짓돈)’다. 지출 습관 및 소비 관리로 만들 수 있는 돈으로, 흔히 말하는 ‘짠테크’가 여기에 속한다. 사람들은 용돈 정도의 포켓머니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돈은 애초부터 ‘소비’를 위해 만들어졌다. 즉 돈의 본능은 지출이기 때문에 답답한 통장에 갇혀 있지 않고 통장을 뛰쳐나가 ‘노는’ 것에 익숙하다. 돈을 모으고 불리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쓰는 것은 한순간이다. 따라서 돈의 본능, 즉 지출을 다스리지 못하면 통장은 비어 있을 수밖에 없다.  

    더 중요한 것은 포켓머니가 단지 포켓머니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해마다 12월과 1월이 되면 직장인은 대부분 연말정산 환급금에 기대를 걸지만 정작 그것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연말정산에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가 수중에 현금이 들어오는 것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통장을 나누는 것도, 신용카드 대신 현금이나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생기는 포켓머니를 구체적인 재테크, 즉 허들머니로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 돈은 ‘해피머니(Happy Money)’다. 이 돈에는 행복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세 가지 종류의 돈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이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돈의 본능은 지출이다. 하지만 어디에 돈을 쓰느냐에 따라 우리의 행복도 달라진다. 한 잔의 커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반면, 값비싼 물건을 사고도 마음이 텅 빈 허무함을 느낄 수 있다. 결국 지출과 마찬가지로 행복 역시 습관이다. 작은 돈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는 사람은 큰돈에서도 행복을 찾기 어렵다. ‘돈만 있으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에는 함정이 있다. 누구나 꿈꾸는 큰돈을 가졌지만 그것이 오히려 불행의 시작이 된 사람도 많다. 물론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돈 없이 행복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돈으로는 행복을 살 수 없다는 사실, 행복의 주소지가 내일이 아닌 오늘, 그리고 지금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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