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1

2017.01.11

스포츠

WBC 김인식호 출항 제대로 할까

투타 주축 선수들 개인 또는 팀 사정으로 대표팀 합류 불투명

  •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donga.com

    입력2017-01-09 15: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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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은 4년마다 개최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리는 해다. WBC에 출전할 야구 대표팀을 이끄는 김인식 감독은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축 선수의 연이은 이탈과 미국 메이저리그 주전 마무리투수로 우뚝 선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선발 여부 등 잡음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최고 마무리투수로 꼽히는 오승환을 대표팀에 선발한 것을 두고 야구팬 사이에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오승환은 2014년 임창용(KIA 타이거즈)과 함께 단순도박혐의로 약식 기소돼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벌금을 납부한 뒤 메이저리그로 진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임창용, 오승환에게 KBO리그에 복귀할 경우 정규시즌의 50%를 뛸 수 없다는 징계를 내렸다. 임창용은 2016년 복귀해 시즌의 절반을 뛰지 않아 징계를 마쳤고, WBC 대표팀에 선발됐다.

    김 감독은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오승환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다 저렇다 말을 못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오승환은 “대표팀은 영광스러운 자리다. 뽑히면 당연히 갈 것이다. 아직 대표팀 명단에 들지 않은 상태라 모든 게 조심스럽지만, (최종 엔트리)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나로선 언제든 (대표팀에 발탁되면) 뛸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해놓겠다”고 말했다.



    오승환의 선발 전환?

    김 감독은 선발투수 부족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류현진(LA 다저스), 윤석민(KIA 타이거즈), 김광현(SK 와이번스)이 국가대표 선발진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3명 모두 부상으로 참가하기 어렵다. 김 감독은 “김광현이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는데 그 자리에 누구를 대신 뽑아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김광현의 이탈로 대표팀 선발진은 양현종(KIA 타이거즈), 장원준(두산 베어스)의 구실이 매우 커졌다. 윤석민 이후 150km 강속구와 제구력, 수준급의 변화구 구사능력까지 갖춘 특급 우완 정통파 투수가 없다는 것도 큰 고민이다.



    또한 WBC 대표팀은 지난해 12월 음주뺑소니 사고를 낸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도 대표팀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대표팀의 중심 타자 후보이자 주전 유격수였던 강정호의 이탈은 타선 약화뿐 아니라 내야 라인업 조정과 백업선수 교체까지 고려해야 할 만큼 후폭풍이 크다.

    WBC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도해 출범한 대회다. 축구 월드컵과 달리 준결승과 결승전은 1회 대회 때부터 계속 미국에서 열리고 있다. 그러나 최고 선수들이 각 국가를 대표해 참가한다는 원칙은 메이저리그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선수와 선수노조, 구단이 모두 합의해야 출전이 가능한데, 메이저리그 구단은 천문학적 액수의 연봉을 받는 선수의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출전을 허락하지 않는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2016시즌 부상자 명단에 4차례나 오른 추신수의 참가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손목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에 마친 박병호도 미네소타 트윈스가 WBC 참가를 반대하고 있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참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 감독은 “2월 6일 최종 엔트리 제출 때까지 선수단 구성에 전력을 다하겠다. 먼저 1라운드 통과를 목표로 WBC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야구국제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최정예 멤버로 구성된 각 국가대표팀이 일전을 벌이는 WBC는 야구 세계화를 위해 축구 월드컵처럼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2006년 첫발을 내딛었다. 한국 야구 역사도 국제대회가 시작된 2006년 전과 후로 크게 나뉜다. 한국 프로야구는 WBC 이전에도 국민스포츠로 불리는 국내 최고 인기 종목이었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 한국 야구는 메이저리그의 두 단계 아래인 더블A 수준으로 평가됐다. 콧대 높은 미국 야구는 일본도 메이저리그의 한 단계 아래인 트리플A 수준으로 생각했다.



    국가대표팀에 진 빚

    그러나 2006년 제1회 WBC에서 한국은 예상을 깨고 3위에 올랐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박찬호, 서재응, 최희섭 등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던 해외파를 모두 소집했다. 당시 김인식 한화 이글스 감독이 사령탑을 맡고 김재박 현대 유니콘스, 조범현 SK 와이번스, 선동열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코치로 참가하며 최정예 대표팀을 꾸렸다.

    당시 한국은 WBC A조에서 일본에게 승리하며 조 1위로 1라운드를 통과했다. 2라운드에서 한국은 야구 종주국인 미국을 7-4, 다시 만난 일본을 2-1로 이기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준결승에서 일본에 0-6으로 패했지만 세계는 한국 야구에 주목했다.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이룬 성과는 곧장 KBO리그 인기로 이어졌다. 여기에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이 더해지면서 KBO는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2009년 다시 대표팀을 맡은 김인식 감독은 제2회 WBC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야구의 폭발적 인기는 광주와 대구에 야구장 신축, 2013년 1군에 데뷔한 NC 다이노스, 2015시즌에 참가한 kt 위즈 등 신생팀 창단으로 이어졌다. 관중 수도 매년 증가했다. 2016년 KBO리그는 833만9577명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 800만 관중을 돌파했다. 한국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의 2016년 관중 수가 180만 명인 것과 비교하면 프로야구의 인기가 실감된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끈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은 “프로야구는 국가대표팀에게 빚이 있다. 신생팀 창단과 신축구장, 팬들의 깊은 사랑 모두 대표팀의 국제대회 성적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3월 6일 1라운드가 시작되는 제4회 WBC 대표팀을 향한 국민의 시선은 더는 장밋빛이 아니다. 한국 대표팀은 이미 2013년 WBC에서 네덜란드에게 일격을 당하며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전력분석의 실패, 메이저리그 데뷔로 참가하지 못한 류현진의 공백이 큰 이유였다. 당시 기술위원장으로 대표팀을 지원했던 김인식 감독은 “일본 대표팀과 열 번 싸워 다섯 번 이길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같은 팀을 2~3개 만들 수 있다. 우리가 항상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저변의 차이, 선수층의 차이가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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