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0

2007.04.10

김근태 천정배 의원의 정치쇼

  • 나 성 린 (한양대 교수·경제학)

    입력2007-04-09 09: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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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태  천정배 의원의 정치쇼
    여권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김근태 천정배 의원이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위한 단식농성에 들어가자 정치권 안팎에서 거센 비판이 일었다. 비판의 핵심은 그들이 대선을 겨냥해 ‘정치쇼’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을 공격하고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의 한미FTA 지지를 비난함으로써, 좌파 진영과 농촌지역의 지지를 얻으려 한다는 주장이다.

    필자가 보기에도 이들은 좌파나 일부 지역 지도자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나 21세기 무한경쟁 시대에 선진화를 지향해야 할 대한민국 지도자가 되는 데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에 좌파세력과 농민만 사는 게 아니다. 우파와 중도파 성향의 사람들도 있고, 농업 외에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리는 수많은 제조업 및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국민 대다수의 이익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할 텐데, 두 의원은 자기편을 제외한 다른 국민을 무시하고 심지어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연거푸 선거에서 참패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서 두 의원은 뼈를 깎는 반성을 하겠다며 사과하고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대체 무엇을 반성했는지 알 수가 없다.

    참여정부는 친북좌파적, 과거지향적, 국론분열적, 반기업적, 반시장적, 반국민적 국정운영으로 경제를 망가뜨리고 서민과 빈곤층의 삶을 어렵게 했으며, 소득 및 부동산가격 양극화를 심화했다. 무엇보다 철 지난 이념논쟁을 촉발해 국민을 좌우로 갈라 철천지원수처럼 싸우게 했다.

    그런데도 김 의원과 천 의원을 포함한 일부 여권 인사들은 한미FTA를 하면 우리 경제가 미국 식민지가 된다는 수구좌파들의 시대에 뒤떨어진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는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다. 국가지도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우리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 추구해야 할 비전과 정책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나라가 FTA와 지역경제협력을 통해 살아남을 수단을 강구하는 이때, 우리만이 개방을 하지 않고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과 경제협력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경제를 성장시켜 선진국이 될 수 있단 말인가. 평소 자유시장경제와 개방에 적대적 태도를 보여온 두 의원에게 선진화를 이끌 정책대안이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한미FTA 반대 단식투쟁 무책임한 선동

    시민단체 지도자라면 모를까,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개진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진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들이 독재시대에나 마지막 저항수단으로 의존해야 할 극단적 단식투쟁을 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선동이다. 이들은 참여정부의 장관으로 재직 시 온갖 논리로 한미FTA 지지 발언을 하다 지금 와서는 180도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 인간적 신뢰를 저버린 행동이다.

    강조하건대, 수출로 먹고사는 개방형 소국경제인 우리나라는 개방과 국제경제협력 강화를 통해서만 살아남을 수 있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서로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각자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해 미국과 FTA를 성사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개방으로 피해를 보는 부문에 대해서는 적절히 보상하고 자체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다. 지난 10여 년간 100조원이 넘는 재정이 투입되고도 우리 농업이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농민들은 여전히 빚더미에 앉아 있으니 그동안의 무조건적 보호정책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농민들이 국가지원과 다른 국민의 동정에 의지하지 않고 자립해서 잘살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줘야 한다. 한미FTA를 그 계기로 활용하는 것이 국가지도자가 할 일이다. 농민을 위하는 척하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만 챙기는 것은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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