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0

2007.04.10

못 말리는 신명 민족 풍류에 살어리랏다

  • 손대현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 최고엔터테인먼트과정 원장

    입력2007-04-04 17: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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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 말리는 신명 민족 풍류에 살어리랏다

    한국인의 '신명'을 보여준 '붉은 악마'의 월드컵 응원전.

    한류 현상은 참 재미있고 아름답다. 일종의 문화융합 상품인 한류에는 감성(재미)과 이성(아름다움)이 함께 녹아 있기 때문이다. 한류는 우리나라 5000년 역사에서 대중문화가 해외에 수출되는 최초의 사건이다.

    단기 4340년 역사를 지닌 세계 최장의 문화강국인 한국은 지금까지 3세기 단위로 문예부흥을 이뤘다. 8~9세기에는 불국사와 석굴암을 창건하고, 12세기 고려시대에는 금속활자와 상감청자, 15세기 조선 세종대왕 때는 훈민정음을 발명했다. 18세기 영·정조 때는 유교를 한국화한 성리학과 판소리를 창조했으며 21세기인 지금 한류문화가 꽃을 피우고 있다. 신명을 추구하던 우리 민족의 뛰어난 엔터테인먼트 감각이 한류 열풍에 큰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한류를 진정한 문화상품의 반열에 오르게 하려면 그 원류를 한국 전통사상인 풍류도와 신명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는 보통 화랑을 통해 풍류도를 처음 접한다. 신라는 이 풍류도로 화랑을 교육해 삼국을 통일했다. 그런데 풍류도는 신라에만 통용된 이야기가 아니라 고대 한국에서부터 내려온 우리 민족 고유의 사상이다.

    풍류란 흔히 생각하듯 춤추고 노래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진정한 멋이자 문화, 얼을 담은 표현이다. 재미를 말하면서 풍류도를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풍류도를 통해 우리 민족의 문화와 예술이 형성되고 발전했기 때문이다.



    풍류도에는 크게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상마도의(相磨道義), 상열가악(相悅歌樂), 유오산수(遊娛山水)가 그것이다. 먼저 ‘상마도의’는 서로의 도의를 닦는다는 의미로 도의에 맞는 노동, 도의에 맞는 삶, 도의에 맞는 어우러짐을 포함한다. ‘상열가악’이란 서로 노래와 음악을 즐긴다는 뜻인데, 춤추고 노래하고 노래를 짓고 술을 마실 때 혼자 즐기지 말고 함께 놀이를 벌여야 한다는 뜻이다. ‘유오산수’는 산수에서 즐기며 논다는 뜻으로, 자연에 활동하고 있는 신비한 기운과의 접촉을 말한다.

    지금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어떻게 놀 것인가, 얼마나 적절히 일할 것인가, 사람과 어떻게 지낼 것인가, 자연을 어떻게 누릴 것인가의 문제인데 그 답은 이미 오래전에 나와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풍류도를 보면 자연과 예술, 인간이 어떻게 어우러져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우리 민족 엔터테인먼트 감각이 한류 뿌리

    풍류란 둘이 모여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가 되는 소통의 나눔이며, 섞임의 조화를 이루는 통합의 정신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붉은 악마’로 모인 이들이 7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온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붉은 악마가 보여준 것은 궁극적으로 ‘신명’이었으며, 그것이 곧 풍류도의 정신이다.

    옛 풍류를 즐기는 사람은 성품이 물과 바람처럼 융통성이 있어 고지식하지 않으며, 인간관계에서 운치와 멋스러움이 있었다. 어느 집에 경사가 생기면 함께 잔치를 벌여 축하해주고, 거기서 서로의 정을 느끼는 것도 풍류에서 시작된 전통이다.

    ‘재미(신명), 원융(圓融), 상생’을 표방하는 신풍류도의 사상은 오늘날에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크게 어필할 수 있다. 풍류철학을 세계인의 라이프스타일로 제안하고, 한류를 ‘필 코리아(Feel Korea)’ 브랜드로 승화시키는 것이 한류를 특화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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