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1

2017.01.11

경제

세제 변화에 부동산시장 ‘출렁’

증여·상속세 공제 폭 축소, 양도소득세 줄이려 법인 명의 거래 증가…“절세가 곧 수익”

  • 정다슬 이데일리 기자 yamye@edaily.co.kr

    입력2017-01-06 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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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에서는 아파트 70가구가 증여됐다. 전달 36가구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서울 전체로 따지면 같은 기간 432가구가 증여돼 전달 387가구보다 11.6% 늘어났다.

    보통 증여는 집값 상승기 때 많이 이뤄진다. 증여세 산정 기준인 집값이 더 오르기 전 빨리 증여하려는 것이다. 반대로 집값 하락기에는 집값이 더 내려간다고 예상해 증여를 뒤로 미룬다. 하지만 최근 서초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1월 분양권 전매제한 금지 등을 담은 11·3 부동산대책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현재는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이 기간 증여가 대폭 늘어난 이유는 새해부터 증여·상속세의 신고세액 공제율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납세자가 기한 내 증여·상속세를 자진신고하면 산출세액의 10%를 공제해주는데, 올해부터는 세법 개정에 따라 7%로 줄어든다. 결국 집값이 하락해 세액기준이 줄어드는 것보다 세액공제율이 축소되기 전 증여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사람이 많아지면서 증여가 늘어난 셈이다.   

    이처럼 매년 변화하는 세법은 부동산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특히 올해는 부동산 호황기였던 지난해와 달리 전국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미국 금리인상으로 국내 금리까지 출렁이고, 주택 과잉공급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다. 내수와 수출 전망 역시 모두 부정적이며, 정치적 불안 요소도 상당하다.  

    전문가들은 앞날이 불확실한 시기에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투자 전략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이 ‘세법’이다. 부동산은 이득이 한꺼번에 실현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세금 부담이 크다. 따라서 얼마나 ‘합법적으로’ 절세할 수 있느냐가 투자 수익률을 좌우한다.





    소득세율 최고 구간 상향 조정, 법인투자 늘어

    올해 개정된 세법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소득세율 최고 구간이 신설된 것이다. 양도소득세의 최고 세율은 그동안 38%였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소득이 5억 원을 넘으면 최고 세율이 40%로 올라간다. 여기에 연동되는 지방세율 역시 과세표준 5억 원을 초과하면 기존 3.8%에서 4%로 상승한다. 과세표준이 10억 원이던 사람이라면 지난해에는 3억9666만 원(소득세 3억6060만 원+지방세 3606만 원)을 냈지만, 올해는 이보다 1100만 원 많은 4억766만 원(소득세 3억7060만 원+지방세 3706만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득이 5억 원 이상인 사업자 가운데 개인 명의가 아닌 법인을 앞세워 부동산 거래를 문의하는 이가 늘고 있다. 중·소형 빌딩 전문중개업체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중·소형 빌딩거래에서 법인 비중은 2015년 3분기 15%에 불과했지만, 최근 꾸준히 늘어나 지난 삼사분기에는 39.4%까지 증가했다.

    문소임 리얼티코리아 수석연구원은 “등기부등본상 명의가 법인일지라도 대기업이 아닌 이상 실제 투자 주체는 법인 대표라고 생각하면 된다. 개인이 내는 양도소득세보다 법인세율이 낮고 법인 주식을 통한 증여·상속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양도소득세를 낮추려는 다양한 시도 역시 이뤄지고 있다. 9억 원 이하 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한 경우 1가구 1주택자로 보고 비과세된다. 다주택자는 보유 주택을 한꺼번에 매도하지 않고 연도를 나눠 분할해 양도하거나, 손실이 난 부동산과 이익이 난 부동산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면 이를 한꺼번에 매각하는 것 역시 양도소득세를 줄이는 방법이다. 양도소득세는 1년간의 매각 손실과 매각 소득을 합산해 과세하기 때문이다.

    비사업용 토지(토지 용도에 맞게 활용하지 않고 방치된 토지) 매각을 고려한다면 올해 처분하는 것이 유리하다.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부동산을 3년 이상 보유한 경우 양도차익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토지를 10년 이상 보유하면 최대 30%까지 공제가 적용된다. 비사업용 토지의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지난해 1월 세법 개정으로 인정됐다. 다만 보유 기간을 산정하는 기준일을 2016년 1월 1일로 정해 사실상 공제 대상이 되는 토지가 없었는데, 올해 다시 세법이 개정되면서 취득 시점을 기준으로 보유 기간을 계산할 수 있다.  

    원종훈 KB국민은행 세무팀장은 “비사업용 토지는 기존 세율에 10%p나 가산되는 만큼 세제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그동안 비사업용 토지를 매각하고 싶어도 매각 시기를 미뤄온 사람이 적잖은데, 올해부터 비사업용 토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게 돼 토지 매각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주택임대소득과세 옥죄기 돌입

    주택을 여러 채 임대해 임대수익을 올리는 이들은 한숨 돌리게 됐다. 올해부터 적용되기로 하던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시기가 늦춰졌기 때문이다. 애당초 정부는 2주택 이상 보유자 또는 기준시가 9억 원 초과 1주택 보유자의 임대소득이 연 2000만 원 이하인 경우 올해 1월 1일 이후 발생하는 소득부터 14% 세율을 적용해 분리과세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집주인들의 반발이 심한 데다 최근 주택시장이 혼란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고려해 과세를  2018년 말까지 2년 동안 하지 않기로 했다. 실제 세금은 2019년 올린 임대소득에 대해  2020년 부과된다.

    소형주택 전세보증금에 대한 비과세도 2년 유예됐다. 다만 면세되는 소형주택 기준이 전용면적 85㎡에서 60㎡로 하향 조정됐다. 기준시가는 3억 원 이하다. 전용면적 60㎡ 초과 주택을 3채 이상 보유한 전세 사업자는 2019년부터 과세 대상자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용면적 60㎡ 초과 주택의 보증금 합계액 중 3억 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60%에 연이율 1.8%를 곱해 간주임대료를 산출한다. 보증금 2억 원짜리 주택 3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전체 보증금 합계 6억 원 중 3억 원에 60%를 곱한 후 여기에 또 1.8%를 곱한 금액인 324만 원을 연간 간주임대료로 산정해 세금을 물린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과세를 유예했지만 시장에서는 출구전략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 센터장은 “정부가 그동안 의무화하지 않던 임대소득에 대한 신고·과세를 엄중하게 다루겠다는 시그널이라고 볼 수 있다. 다주택 임대사업자 사이에서는 보유한 주택을 처분할 계획을 세우거나 투자용 주택 포트폴리오를 비과세 대상인 전용면적 60㎡ 이하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법 개정에 따른 움직임이 겨울철 비수기가 끝나는 3월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센터장은 “현재는 겨울철 비수기로 매매시장 참여자들이 올해 부동산시장 전망을 아직 확신하지 못한 채 시장 흐름을 관망하는 상태”라며 “봄 이사철이 오고 올해 부동산시장의 상승 혹은 하락 방향이 잡힐 경우 각자 셈법에 따라 대응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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