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1

2017.01.11

경제

저성장 터널 진입 한국 경제 ‘깜깜’

외환위기 이후 최저 2%대 경제성장률 예상…민간 경제연구기관 “이미 심각한 불황 국면”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7-01-06 18: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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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2% 초·중반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연초부터 우리 경제가 ‘저성장 터널’에 빠져들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는 이유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6%로 잡고 연초부터 21조 원 이상 재정 보강에 나선다. 돈을 풀어 경제성장률 하락을 막겠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정부의 2.6% 성장률 전망치는 ‘정책효과’ 0.2%p를 포함한 수치다. 이는 정책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을 경우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각 기관 2.1~2.8% 전망치 내놔

    지난해 국내 경제는 추경 편성과 금리인하로 간신히 버텼다. 하지만 추경 효과가 사라지고 금리인하 추세가 멈추는 올해는 경제 안팎이 더 어렵다. 세계적인 저성장 추세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충격, 경제성장 잠재력 훼손 등이 겹치면서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1~2.8%에 그친다. 한국은행이 2.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정부가 각각 2.6%를 제시한 반면,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4%, 현대경제연구원은 2.3%, LG경제연구원은 2.2%, 한국경제연구원은 2.1%를 예상했다(그래프 참조).

    먼저 KDI는 지난해 5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발표했지만, 12월 7일 수정전망 보고서를 통해 2.4%로 낮췄다. KDI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완만한 가운데 세계 교역량 증가세가 둔화됨에 따라 수출은 여전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내수 부문도 실질소득이 점차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눈여겨볼 것은 민간소비와 실업률이 지난해보다 악화되리라 예상된다는 점이다. 민간소비는 유가 상승에 따른 교역 조건 악화 등으로 지난해 2.4%보다 낮은 2.0%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조업 부진이 지속되면서 취업자 수가 줄어 실업률도 지난해 3.8%에서 3.9%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에는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반영되지 않아 상황에 따라 성장률이 더 하락할 수도 있다. 김성태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일사분기 경기흐름을 보고 나면 올해 경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상반기에라도 추경 편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전망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심각한 불황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예상치 못한 정치 불확실성이 가계와 기업의 경제심리를 악화시켜 내수 부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민간소비와 설비투자의 침체 강도는 경제가 감내할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그동안 ‘나 홀로 호황’으로 성장을 견인하던 건설 부문도 크게 약화될 조짐이 보인다”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편으로 “경제 주체들의 심리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면 비관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경제정책의 일관성 유지, 거시경제정책의 적극적 대응 기조, 적재적소의 내수 진작, 서민생활 안정, 적극적인 대외통상, 금융시장 리스크 관리, 실효적인 중·장기 경제성장 전략 수립 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일단 민간소비가 살아나는 것이 관건”이라며 “수출 부문에서 지난해보다 좀 더 힘을 낸다면 경제가 살아나는 심리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도 국내 경제가 성장 저하 흐름에 단기 수요 둔화까지 겹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2.2%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글로벌 투자 위축이 우리나라의 중간재 및 자본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이 둔화되고 수요 활력이 떨어지는 원인인 주력 생산 및 소비연령인구(15~64세) 감소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로 지적했다. 그렇지만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의 재정확장정책이 예상되고 전자부품, 철강 등 일부 산업에서 과잉공급 조정이 어느 정도 이뤄진 점은 세계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요소로 꼽았다.



    정부, 재정 말고는 쓸 카드 없어 고민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1%로 전망해 가장 비관적이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2월 1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트럼프 당선 등으로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정치의 반세계화 흐름이 가시화되면서 글로벌 교역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대내적으로도 정책 수단의 운신 폭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자국 중심주의 정책 추진은 물론, 프랑스 대통령선거(4~5월)와 독일 총선(9~10월) 결과 극단주의 정당이 약진할 가능성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재정적자 누적으로 국가부채가 크게 증가한 상태에서 세계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정책의 구실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같은 경고에도 재정 말고는 쓸 만한 카드가 없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정부가 2016년 12월 29일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의 핵심은 재정·금융 부문에서 가용할 수 있는 재원을 최대한 활용해 성장률 급락을 막겠다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앞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이 지난해 12월 14일 기준금리를 1년 만에 0.25%p 인상한 데 이어 올해도 세 차례 정도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금융안정 관리에 고심이 클 수밖에 없다.

    1300조 원을 훌쩍 넘어선 폭발 직전의 가계부채, 수출 부진과 투자 위축, 구조조정 지연, 저출산·고령화 심화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암울하다. 2%대 경제성장률을 3%대로 끌어올리려면 정부, 기업, 가계 등 경제 3주체의 협력과 희생, 비상한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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