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6

2007.03.13

원망은 눈 녹듯, 그리움만 쌓였나

  •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입력2007-03-12 14: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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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망은 눈 녹듯, 그리움만 쌓였나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스키 모글 부문 동메달리스트인 토비 도슨(오른쪽)이 2월2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26년 만에 친아버지 김재수 씨와 만나 기뻐하고 있다.

    그의 삶은 1982년 3월31일 새롭게 시작됐다. 당시 만 3세를 갓 넘긴 그는 잔뜩 겁을 집어먹은 모습으로 미국 콜로라도 덴버 공항에서 양부모를 만났다. 그로부터 26년의 세월이 흐른 2월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아버지, 오래… 기다리셨어요.”

    한국인 입양아 출신으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스키 모글 부문에서 동메달을 따낸 토비 도슨(29)이 친아버지 김재수(53·시외버스 운전기사) 씨를 만났다. 빼다박은 외모는 두 사람이 부자 사이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했다.

    26년 세월을 뛰어넘는 부자 상봉까지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했다. 친부모라거나 친부모를 알고 있다는 수백 통의 e메일은 약과였다. 수많은 한국인에게 연락을 받았지만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 한국 기자가 ‘친부모를 찾았다’고 미국 방송국에 제보해 씁쓸해한 적도 있었다.

    도슨의 말대로 26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부자는 서로의 존재를 잊은 채 살아야 했다. 김씨가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연신 “미안하다”면서 고개를 숙이자, 도슨은 “울지 마세요. 좋은 날이잖아요”라며 아버지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도슨이 두 살이던 1981년, 부산 범어동 한 시장에서 아버지와 헤어진 도슨은 82년 ‘김수철’이란 이름으로 미국 콜로라도의 스키강사 부부에게 입양될 때만 해도 스키가 부자 상봉의 매개가 될 줄은 몰랐다. 양부모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스키를 시작한 도슨은 99년 미국 대표팀에 발탁됐고, 2006년 자신이 목표로 했던 올림픽 메달의 꿈을 이루며 일약 유명인사가 됐다. 그가 입양아라는 사실이 국내에 알려진 것도 이맘때.

    “그동안 미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중간에서 혼란스러운 삶을 살아왔다”고 토로한 도슨은 “이제 내 가족을 찾았으니 무척 행복하다”며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환하게 웃었다.

    도슨은 한국 태생이라는 사실이 한동안 부끄러웠다고 한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한국인 입양아 가족을 위한 캠프에서 카운슬러로 일할 만큼 한국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

    아버지를 찾은 도슨은 매사 자신감이 충만하다. 프로골프라는 새로운 영역에 주저 없이 도전장을 내민 것도 아버지라는 존재가 큰 힘을 보탰기 때문일 터. 2007년 2월28일, 도슨에게는 또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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