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6

2007.03.13

남북 의료진 하나로 엮은 ‘봉사의 달인’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7-03-12 14: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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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 의료진 하나로 엮은 ‘봉사의 달인’
    개성병원이 3월29일 남한과 북한 의료진이 함께 운영하는 ‘개성병원’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남북한 의료진의 통합치료는 이미 1월 중순부터 시작됐지만, 이날 정식 개원식을 갖는 것. 지금까지의 개성병원은 남측 의료진이 남측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북측 근로자들은 갑작스런 산재 사고를 당했을 때 북측으로 후송될 수 있도록 응급조치를 받는 수준의 서비스를 받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제 개성공단 내의 남북한 근로자 모두 개성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성과를 일군 일등공신은 바로 그린닥터스 정근(47) 사무총장이다. 국제적 의료봉사기구인 그린닥터스 한국지부(2004년 2월 창립)의 창립 멤버인 그가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2년부터. 부산 당감동과 개금지역 달동네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해오다가 중국 옌볜으로 해외 의료봉사 활동을 나갔던 것이 계기가 됐다.

    “그때 북한을 바라보면서 북한 동포들에게 힘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 나와 있는 민족경제연합회 등 북측 관계자들과 만나 중국, 평양 등지에 병원 설립 및 의약품 지원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죠. 그 와중에 2004년 4월 용천폭발사고가 터졌고, 그 일을 계기로 의약품 지원보다 진료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래서 개성공단 내에 병원을 세우기로 한 겁니다.”

    병원은 25평 정도의 응급진료실로 시작됐다. 초창기 가장 힘들었던 건 북측의 지나친 경계였다. “왜 영어인 그린닥터스를 쓰느냐?” “왜 왔느냐?”며 순수한 의료봉사를 정치적 시각에서 받아들였던 것. 그러던 2004년 4월 말 개성에서 연탄가스 중독환자가 발생했는데, 의료장비가 열악한 북측에서 별다른 손을 쓰지 못할 때 고압산소를 전달해 환자를 살리는 데 일조하자 북측의 경계심이 크게 누그러졌다. 이후 북측에 가장 부족한 항생제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그린닥터스에 대한 신뢰가 쌓여갔고, 그것이 발판이 돼 남북한 의료진이 손을 잡게 된 것이다.

    “역시 약속과 신뢰입니다. 신뢰가 바탕이 돼야 공동으로 일을 하고 협력도 할 수 있습니다. 내년 중 착공 예정인 종합병원에서 함께 일하기 전까지 협력병원은 하나의 모델로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조사하는 과도기적 기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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