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3

2007.02.13

이경규, 두 번째 영화로 ‘복수혈전’ 꿈꾸는가

  •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 socio94@cbs.co.kr

    입력2007-02-07 17: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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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규, 두 번째 영화로 ‘복수혈전’ 꿈꾸는가
    누가 뭐래도 이경규는 우리 시대 최고의 개그맨이다. 한순간 인기를 끌며 브라운관을 누비던 개그맨들은 많았지만 이렇게 오랜 기간 꾸준히 사랑받아온 개그맨은 몇 명 되지 않는다. 굳이 따진다면 구봉서, 서영춘, 이주일, 김형곤 정도가 아닐까.

    하지만 26년째 남을 웃기는 일을 업으로 삼아온 그에게도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아픈 기억이 있다. 1992년 자신이 직접 감독하고 주연한 영화 ‘복수혈전’의 흥행 참패가 그것이다. 서세원이 만든 영화 ‘납자루떼’와 함께 지난 10여 년간 후배들의 개그 소재가 되어온 영화 ‘복수혈전’은 이경규 자신에겐 ‘엄청난 속쓰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그가 또다시 영화에 도전했다. 젊은 트로트 가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복면달호’가 그것. 이번에는 제작사 대표로 나서고 나머지는 모두 영화 전문가들에게 맡겼지만, 사람들은 이 영화를 이미 ‘이경규표’로 알고 있다. 개봉을 앞두고 이경규의 두 번째 영화라는 사실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영화 내용에 대한 이야기는 온데간데없다.

    강호동, 유재석, 김용만 등 평소 절친한 후배들은 이경규의 영화 재기를 위해 “표 만 장을 사겠다”며 적극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김제동은 제작발표회 사회를 자처하면서 개런티로 2700원만 달라며 끈끈한 우애를 과시했다.

    이경규는 ‘복수혈전’ 당시 “아무리 진지한 격투신이 나와도 관객들이 그저 웃기만 하더라”며 흥행 실패의 이유를 분석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차태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번 영화에 단 한 장면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이경규, 두 번째 영화로 ‘복수혈전’ 꿈꾸는가

    이경규가 제작한 영화 ‘복면달호’.

    성공은 고사하고 체면을 차릴 수 있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면 160만 관객이 들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이경규는 누구보다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번 영화가 망하면 방송에서 은퇴하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가 걱정하는 주변 인사들에게서 안부 전화만 수백여 통 받았을 정도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경규의 영화 도전이 그렇게 무모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동국대 연극학과 재학 당시 ‘오발탄’ 등 40여 편의 영화를 연출했던 유현목 교수가 특별히 아끼던 제자였다. 그는 대학 4년 내내 유 교수가 찍는 영화 현장에서 온갖 허드렛일을 하면서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웠다. 지금은 최고의 연기파 배우가 된 과후배 최민식과는 매일밤 막걸리를 마시며 설익은 예술을 논했던 열혈 시네필이었다. 이경규는 지금도 사석에서 영화 얘기가 나오면 거침없이 영화 지식을 쏟아내며 “오래전부터 꿈꿨던 종교 같은 믿음이 있다”고 강조하곤 한다.

    2월15일이면 그는 설날 대목을 노리며 눈물겹게 만든 영화 ‘복면달호’를 관객 앞에 내놓고 심판을 받게 된다. 이날은 그의 외동딸(예림)의 초등학교 졸업식 다음 날이다. 딸이 태어난 해에 ‘복수혈전’이 나왔고 중학교에 입학하는 시점에 두 번째 영화가 개봉되니 그에게는 또 다른 의미가 있는 영화임은 분명하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그는 요즘 소주를 몇 잔씩 들이켜고 나서야 잠이 든다고 한다. 심각한 ‘개봉 불면증’을 앓고 있는 셈이다.

    “정말이지 내가 왜 또 시작했을까 후회도 막심해요. 하지만 이제 돌이킬 수 없잖아요. 제가 진심을 기울여 만들었으니, 관객들이 그 진심만이라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저 아직 은퇴하면 안 되잖아요.”

    쉰을 바라보는 나이, 이경규의 거침없는 도전정신에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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