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3

2007.02.13

왜 이천수를 입질하다 말았나

위건, 기량 확신 부족 까다로운 조건 제시 … ‘임대’로 자존심 상한 이천수 “안 가”

  • 노주환 스포츠조선 체육부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입력2007-02-07 16: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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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레니엄 특급’ 이천수(울산 현대)와 영국 프리미어리그 위건 애슬레틱 FC의 협상이 한창 무르익어가던 1월25일 아침, 울산구단(이하 울산)의 한 고위 관계자가 다급하게 에이전트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내용은 의외였다.

    울산 관계자는 A씨에게 서둘러 이천수가 일본 J리그(프로축구 1부)에 진출할 수 있도록 알아봐달라고 했다. A씨는 이천수의 위건행(行)이 마무리되는 줄 알고 있다가 갑작스런 전화에 몹시 당황했다.

    그날 밤 10시, 울산은 위건과의 협상 중단 소식이 담긴 보도자료를 부랴부랴 돌렸다. 울산은 위건이 이천수의 영입 협상을 중단한 것에 대해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울산도 뒤통수를 맞았다는 식이었다.

    1월19일 울산이 ‘이천수가 위건과의 협상을 위해 1월23일 영국으로 출국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돌리면서 시작된 이번 사건은 일주일 만에 불발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울산, 위건, 에이전트, 선수 모두 입을 다물면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왜 협상이 무산됐고, 어느 쪽이 먼저 협상 중단 의사를 전달했는지 명확하지 않았다.



    협상 중단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1월26일) 오전, 김형룡 울산 부단장은 “우리도 아직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위건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 몇 가지 추측해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협상 당사자 함구 궁금증 증폭

    울산은 1월 중순 대리인을 통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몇 개 구단이 이천수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중에서 위건의 제안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위건은 이천수의 몸값을 가장 높게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울산은 위건의 제안이 완전 이적인지, 임대인지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천수만 좋다면 임대든 이적이든 상관없었다.

    이런 가운데 위건이 협상 조건으로 ‘6개월 임대’와 ‘피지컬 테스트 통과’ 등을 내걸었다는 게 외신을 통해 알려지면서 협상이 고비를 맞았다. 이천수는 두 조건 모두 거부했다. 이에 울산은 서둘러 위건과 협상, 피지컬 테스트를 없었던 일로 만들었다. 또 완전 이적 대신 ‘임대 후 조건부 이적’ 카드를 꺼냈다. 울산은 새 협상 카드로 위건과 의견을 주고받다가 돌연 중단 통보를 받았다.

    울산의 보도자료대로라면 위건이 이천수에게 매력을 잃고 포기한 것이 된다. 이로써 위건이 처음부터 이천수를 완전 이적감으로 보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천수의 기량에 확신이 서지 않았던 위건이 울산에서 ‘임대 후 이적’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내밀자 포기한 모양새다. 이천수를 포기한 위건은 결국 나이지리아 공격수 줄리어스 아가호와를 이적료 240만 파운드(약 43억원)에 영입했다.

    하지만 울산구단 사정에 밝은 에이전트들은 이천수가 임대란 사실을 알고 영국행을 접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적 마감시한이 다가오면서 이천수는 지지부진한 협상에 마음이 흔들렸고, 울산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위건행이 좌절된 뒤 울산구단으로 지난 여름 이천수에게 관심을 보였던 프리미어리그 포츠머스가 다시 러브콜을 보내왔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심적으로 상처받은 이천수에겐 큰 선물이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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