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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골드미스가 사는 법

21세기 新인류 ‘우아한 싱글女’ 떴다

경제력 갖춘 30대 미혼여성 … 자기계발 욕구·커리어 열정 가득

21세기 新인류 ‘우아한 싱글女’ 떴다

21세기 新인류 ‘우아한 싱글女’ 떴다

사진 모델 : YBM e4u 어학원 영어 강사이자 모델인 김남희(29) 씨는 평균 월수입이 400만원인 미래의 골드미스다.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업체 벅스 인터랙티브 함시원(37) 부사장은 ‘화려한 싱글’로 통한다. 서울 한남동 80평 빌라에 사는 그는 연봉 1억원의 높은 몸값을 자랑한다. 그의 ‘애마’는 볼보. 1년에 네다섯 번은 비즈니스나 여행 목적으로 해외에 다녀온다. 지난해 말에는 2주간 휴가를 얻어 평소 쉽게 가볼 수 없었던 멕시코의 여러 도시를 둘러봤다.

그의 성공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생물학도였던 그는 호주에서 호텔경영학과 관광경영학 석사를 따며 자신을 업그레이드했다. 학위를 살려 1996년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 취업했지만 좀더 역동적인 일을 해보고 싶어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이후 2001년 홍보대행사 예스커뮤니케이션을 차려 몇 년 만에 종업원 30명을 둔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지난해 벅스 부사장에 영입된 그는 매일 야근을 불사하며 고객 유치에 나선다.

30대 싱글녀인 그는 특히 건강관리에 엄격하다. 홍보대행사 대표 시절 업무차 한 달에 네다섯 번씩 골프를 쳤고, 요즘에는 시간이 없어 틈나는 대로 명상을 즐긴다. 그의 일상은 비즈니스 중심으로 돌아가지만, 주말만큼은 자신을 위해 쓰려고 노력한다. 일주일에 한 번 스파에서 경락 마사지를 받는 것은 그의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다.

함 부사장은 패션 제품을 구매하는 데도 엄격한 원칙을 갖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로서 품위를 돋보이게 할 견고한 디자인의 옷과 가방, 구두를 선호하는 것. 가방은 구찌와 루이뷔통에서, 구두는 발리에서 주로 구입한다.

그는 음식점도 깐깐하게 고른다. 좋은 재료를 쓰는지, 음식 맛은 좋은지, 깔끔한 분위기인지 따져본다. 함께 식사를 하는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다. 서울 종로의 한정식집이나 한남동 ‘뉴욕 스테이크 하우스’는 그가 즐겨 찾는 레스토랑이다. 그의 소비는 삶의 질을 높이는 도구일 뿐 아니라, 비즈니스에서 네트워킹을 강화하는 수단이다.

대졸 이상 학력에 고소득 안정된 직업 ‘기본’

겉으론 화려해 보이지만 그도 솔로로서 외로움은 느끼지 않을까. “결혼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인연이 오면 한다. 하지만 결혼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답한다. “지금은 일에 에너지를 더 많이 쏟아붓고 싶다”는 게 그의 솔직한 심경이다.

함 부사장은 요즘 새로운 계층으로 부상한 골드미스의 전형이다. 골드미스란 탄탄한 경제력을 갖췄으며 자기계발에 몰두하는 30대 싱글 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결혼정보업체 선우는 골드미스의 조건으로 “‘대졸 이상 학력, 고소득 전문직 혹은 중견·대기업 종사자, 연봉 4000만~5000만원 이상, 아파트 혹은 현금자산 8000만원 이상’을 갖춰야 한다”고 꼽는다.

골드미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들이 갖는 사회적·경제적 함의 때문. 당당한 사회인으로서 독신생활을 즐기는 이들은 새로운 산업과 문화 트렌드를 창출하는 경제 주체다. 결혼이 유일한 탈출구였던 과거 여성과 달리 자기 성취에 방점을 찍는 뉴 제너레이션인 셈이다.

연세대 사회학과 조한혜정 교수는 골드미스의 등장에 대해 “후기 산업사회 패러다임의 변화에 걸맞은 인간형이 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사적 영역에 머물던 여성이 공적 영역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현하며, 급변하는 경쟁사회에 잘 적응하는 파워 집단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

골드미스는 마케터들의 집중 관심 대상이기도 하다. 이들은 패션 · 뷰티 업종은 물론 문화·레저 산업, 외식업의 소비 트렌드를 좌우한다. LG경제연구원 이연수 연구원은 “경제적 여유는 있지만 시간적 여력이 없는 골드미스는 자신을 위해 화끈하게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특화된 상품을 찾는 것은 골드미스의 특징적 소비 패턴 중 하나다. 해외쇼핑 대행사이트로 출발한 ‘위즈위드’는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트렌디한 제품을 판매하며 골드미스의 까다로운 취향을 공략했다. 위즈위드 e패션사업팀 MD 송유진 대리는 “전문지식이 풍부한 20, 30대 여성들은 해외 세일 정보나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새로운 브랜드를 회사 관계자에게 먼저 알려줄 만큼 똑똑한 소비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골드미스를 ‘소비지향적 세대’로만 치부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들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는 자기계발 욕구와 커리어에 대한 열정이기 때문.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사법시험 공부를 포기할 뻔했던 K(31) 변호사는 “일은 곧 놀이이자 내 삶의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곤란에 처한 사람들을 나의 법적 지식으로 도와줄 수 있으니 이만큼 매력적인 일도 없을 거예요. 게다가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많이 버니 감사한 일이죠. 요즘은 매일 영어공부를 하고 꼬박꼬박 돈을 모으며 미국 로스쿨에 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대기업에 다니는 L(31) 씨의 요즘 메신저 대화명은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고 나이는 열라 많다’다. 나이가 들면서 하고 싶은 일은 많아졌지만 ‘지금 시작해도 될까’ 하는 불안이 더욱 커졌다는 것. 하지만 그는 새해 들어 자신이 해보고 싶었던 일을 마음껏 하면서 조바심을 털어버리기로 했다.

棟골드미스 세 가지 유형

대물림형, 플래티넘형, 자수성가형


21세기 新인류 ‘우아한 싱글女’ 떴다
몸값 높은 골드미스에게도 유형별 편차는 있다. 부모에게서 경제력을 물려받은 ‘대물림형’, 집안 배경도 좋고 본인도 능력을 갖춘 ‘플래티넘형’, 스스로의 노력으로 성공을 일군 ‘자수성가형’이 그것이다. 소비 패턴을 보면 골드미스의 유형을 비교적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대기업 간부의 딸이자 모 대학 교수인 ‘플래티넘 골드미스’ A(33) 씨는 한 달에 한 번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이나 소공동 롯데백화점 애비뉴엘에 들른다.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으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을 구입하기 위해서다.

“샤넬이나 불가리의 제품을 좋아해요. 해외여행 나갈 때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지 않는 편이에요. 제품 종류가 제한돼 있어 원하는 디자인을 찾지 못할 때가 많거든요.”

반면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자수성가형 골드미스는 국내 고가 브랜드를 선호하는 편이다. 루이까또즈 가방을 들고 타임, 마인, 데코 같은 브랜드의 정장을 즐겨 입는다. 방송사 기자로 근무하는 S(32) 씨는 “가방이나 지갑, 화장품은 명품을 쓰는데 해외여행을 나갈 때 면세점에서 한꺼번에 구입한다”고 말했다.

선우 이웅진 대표는 “과거 골드미스로 분류된 사람 중에는 대물림형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플래티넘형이 가장 많고 자수성가형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는 부모의 힘에 기대기보다는 자기 성취를 중시하는 여성이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독신 고집 않지만 눈높이 맞는 남자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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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 동호회에 나가며 춤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제가 춤출 때 깔리는 음악의 가사가 궁금해 아예 스페인어까지 공부하게 됐어요. ‘3개 국어는 해야 한다’는 생각에 올해 일본어 공부도 시작했죠. 이런 모습을 보시고 부모님이 제게 ‘우리 딸 혼자 살아남으려고 저렇게 용을 쓰니 아무래도 계속 데리고 살아야겠어’ 하시더군요. 그 말이 어찌나 서운하게 들리던지…. 사실 살사 동호회의 주축은 애인이 없는 30대 여성들이에요. 골드미스가 이렇게 자기계발과 취미생활에 매달리는 것은 ‘무너지지 않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 같아요.”

화려한 라이프 스타일을 영위하는 골드미스의 아킬레스건은 바로 ‘눈높이에 맞는 남자를 쉽게 찾을 수 없다’는 비극. 선우 조정연 매니저는 “고학력·고소득의 골드미스는 동년배의 능력 있는 남성을 원하지만, 정작 골드미스터들이 원하는 파트너는 평범하고 나이 어린 여성”이라고 말한다. 이렇듯 엇갈린 현실 때문에 골드미스들은 ‘결혼하고 싶은데 좋은 남자 없네 증후군’에 걸릴 수밖에 없다.

대학 교수인 A(33) 씨는 “20대 시절에는 주변에 괜찮은 남자가 있었는데 강의 경력을 쌓는 데만 몰두하다 보니 모두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A씨는 그토록 꿈꿔온 교수가 됐지만, 막상 결혼을 하려니 나이가 걸림돌이 되는 현실이 슬프기만 하다. 그가 소개팅에서 외모가 끌리는 남성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대머리가 아니면 다행!).

‘잘난 여성’은 때론 남성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느껴진다. 얼마 전 남자 교사와 소개팅을 한 방송사 기자 S(32)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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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을 보기 위해 들어가는 20, 30대 여성들.

“남자의 학벌, 외모, 능력은 크게 따지지 않는 편이에요. 하지만 소개팅에 나온 남자가 내게 ‘당신을 감당할 그릇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깨달았죠. 내 치열한 삶을 인정해줄 만한 배포 큰 남자를 만나야겠다고.”

눈높이를 낮춰도 골드미스의 연애는 쉽지 않다. 인라인 동호회에 가는 것이 삶의 낙인 공기업 직원 Y(34) 씨는 요즘 같은 동호회 회원인 남성에게 ‘필’이 꽂혔다. 문제는 전문대 출신인 남성이 Y씨를 연애 상대로 부담스러워한다는 점. 하지만 Y씨는 결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그를 놓칠 수가 없다고 한다.

한 결혼정보업체의 매니저는 “35세가 넘는 여성의 경우 재혼 남성과도 선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볼품없는 싱글남보다 외모와 능력이 출중한 재혼남을 만나겠다’고 먼저 제안하는 골드미스도 있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몇 년 전 30대 싱글 여성의 삶을 그린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 방송사 기자인 주인공 이신영의 대사는 두고두고 회자됐다. 골드미스가 처한 현실을 처절하게 반영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사이에 오직 결혼에만 불을 밝힌 기집애들이 쓸 만한 남자들을 다 채갔다니까. 새벽 도서관에 한 번도 간 적 없고, 독서는 패션잡지 뒤적이는 걸로 대신하고, 자기계발은 성형외과 드나드는 게 전부인 줄 아는 여자애들이 남자들을 다 채갔다니까.”

골드미스는 경쟁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하며 활동적인 특성이 있다. 이들은 결혼 역시 ‘성취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자신과 매치가 되는 좋은 조건의 남성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다. 건국대 정신과 하지현 교수는 골드미스가 겪는 스트레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경쟁적·활동적·자기주장 확실 ‘특성’

“보수적인 성향의 골드미스들은 어느 연령대에서 무엇을 하는 게 정상인지에 대한 사회적 통념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비록 일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관습적인 트랙을 쫓아가지 않았다는 불안감에 시달립니다.”

연세대 청년문화원 강윤정 연구원은 “80년대 개방화 이후 사회 안팎에서 터져나온 글로벌 담론과 한국 사회의 독특한 성별구조는 골드미스의 탄생에 중요한 구실을 했다”고 말한다. 굳이 독신으로 살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지적·경제적·문화적 수준과 조화를 이루는 남성을 찾기 어려워 여성들이 우아한 ‘골드미스’의 삶을 선택했다는 것이 강 연구원의 해석이다.

“골드미스는 교육열 높은 부모 밑에서 성장했고 어학연수, 배낭여행, 해외유학 등 다양한 글로벌 경험을 한 세대입니다. 여성들의 경험과 인식의 확장은 자연스럽게 한국 사회와 한국 남성들이 가진 문제를 직시하게 만든 셈이죠. 여성들이 결혼을 하고 싶어도 마땅한 남자를 찾지 못하는 현실은 남녀의 문화적 격차가 벌어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현실과 타협하지 못한 골드미스들은 해외로 떠나기도 하죠.”

골드미스는 우리 사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설명하는 ‘불편한 진실’이다. 혹자는 원해서, 누군가는 비자발적으로 골드미스가 됐다. 그래도 분명한 사실은 골드미스야말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왔다는 점이다. 그것만으로 이들은 당당할 자격이 있다.

선우 이웅진 대표의 제안

“골드미스는 ‘남자 신부’와 결혼하라”


21세기 新인류 ‘우아한 싱글女’ 떴다
35세 L씨를 4년 만에 만났다. 당시 나의 회원이었던 그녀는 몇 번 만남이 불발로 끝나자 유학을 떠났다. 미국에서 언론학을 전공한 후 광고인으로 활동하는 지금 그녀의 조건은 4년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학력, 직위, 연봉, 커리어 등을 볼 때 사회적으로 성공했다. 그녀가 자신의 조건에 걸맞은 남성을 원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녀가 생각하지 못한 게 하나 있었다. 자신이 4년 전보다 나이를 더 먹었다는 것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그녀에게 내가 해준 말은 이 한마디다. “남자 신부(新婦)와 결혼하라.”

전통적으로 우리의 배우자 선택문화는 ‘남고여저(男高女低)’의 기준을 따른다. 남성이 여성보다 나이도 많고, 조건도 더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늘고 여성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고는 있지만, 아직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다.

남성의 경우 서른이 넘으면 나이가 더 어린 여성을 배우자로 맞고 싶어한다. 반면 여성은 나이가 들수록 비슷한 연배의 남성을 원한다. 이 때문에 30세가 넘은 여성들은 결혼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천하의 골드미스가 실망할 수는 없다. 세상은 넓고 남자는 많다. 조건상 골드미스에 어울리는 남자가 적을 뿐이다. 꼭 ‘남고여저’를 고집할 필요도 없다.

30대 중반의 여의사 K씨는 3년 전 단체미팅에서 만난 중소기업 직원과 결혼했다. 조건을 따지지 않고 만난 남편과 무엇보다 마음이 잘 맞았기 때문이다. 아내의 사회생활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남편 덕분에 K씨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골드미스여! 눈에 보이는 조건에 집착하지 말고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남자 신부’를 찾아보자. 앞치마를 두른 ‘백수’ 남편이 아니라, 외조 잘하는 헌신적인 남편감 말이다. 학력, 직업, 연봉이 좋은 남편감을 결정하는 주요소는 아니다. 세상에는 능력 있는 아내의 후원자가 되기를 자청하는 남편도 많음을 잊지 말자.


주간동아 2007.02.13 573호 (p18~21)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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