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3

2007.02.13

孫 잡아라, 孫 놓칠라

여야, 손학규 전 경기지사 쟁탈전 … 결단 땐 대선판도 일대 변화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7-02-07 11: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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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孫 잡아라, 孫 놓칠라

    2007년 1월16일 손학규 전 경기지사(오른쪽)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 신년인사회’에서 이수성 전 국무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둘러싼 ‘DNA 논쟁’이 한창이다. 한나라당 소속인 그에게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이 “우리당의 유전자가 흐르고 있다”며 호적을 옮기라고 요청한 것이 그 발단이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경기 중에 상대편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경우도 있느냐”며 발끈했지만 우리당은 구애를 멈추지 않는다.

    국민도 이 DNA 논쟁에 뛰어들었다. 최근 연합뉴스와 SBS 등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손 전 지사가 정동영 우리당 전 의장 등을 제치고 가장 유력한 여권 후보로 떠오른 것. 소설가 김진명 씨는 그가 ‘범여권 후보로 출마해 대권을 잡는다’는 소설(‘나비야 청산 가자’)을 출간해 DNA 논쟁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켰다.

    현재로선 한나라당 탈당 가능성 ‘별로’

    ‘손학규 DNA 논쟁’을 지켜보는 여론 가운데 광주의 민심이 흥미롭다. 1월29일 한 언론은 광주지역 40대 남성을 심층 좌담한 결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지지한다고 밝힌 대담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속으로는 손 전 지사를 지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여권의 대안 부재 상황이 몰고 온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광주의 밑바닥 민심이라는 면에서 정치적 의미가 각별하다.

    2002년 노풍(盧風)을 만든 곳이 바로 광주다. 손 전 지사도 ‘오이밭에서 갓끈 고쳐 매며’ 흥미를 북돋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손 전 지사는 과연 ‘결단’을 내릴 것인가.



    우리당에게 손 전 지사는 양수겸장의 수단이다. 지지율 10%대의 우리당은 정계개편을 통해 반전을 모색 중이다. 그러나 ‘흥행사’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대로 외부에서 선장을 영입해야 할 처지다. 그 그물에 고건 전 총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다음으로 손 전 지사가 걸려들었다.

    우리당은 그를 통해 정계개편의 흥행을 기대하고 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란 국민의 불신을 ‘손학규 DNA’로 해소할 수 있으리라 판단한 것. 정치 지형을 성공적으로 재편하면 그 기세를 몰아 오픈프라이머리의 흥행도 기대해볼 수 있다.

    한나라당은 우리당의 이런 계산을 빤히 내다본다. 손 전 지사가 결단을 내릴 경우에 닥쳐올 상황도 도상 검증을 끝낸 상태다.

    그 결론은 심각하다. 한나라당은 중도-보수의 지지가 높다. 그에 비해 진보-개혁 색채는 옅은 편이다. 손 전 지사는 지금까지 그 약점을 커버하며 무게중심을 맞춘 핵심 인물이다. 당 인사들은 한나라당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개혁 DNA의 보고인 그가 자리를 비울 경우 한나라당은 순식간에 수구-보수의 ‘꼴통’ 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잘 알고 있다. ‘손학규를 지켜라’는 목소리가 절로 나온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손 전 지사가 범여권 후보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현 구도가 바뀌지 않는 한 명분이 없다. 한나라당의 자양분을 먹고 큰 그가 탈당해 제3후보로 변신하는 것에 대해 국민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도 검증해봐야 한다.

    정치권 인사들은 그런 손 전 지사에게 명분을 택하라고 주문한다. 한나라당 경선에서 질 경우 당 선대본부장 등을 맡아 국민과 만나라는 것.

    대선 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 전 시장이 비운 자리는 당연히 손 전 지사에게 돌아갈 것이다. 만일 권력 창출에 성공하면 더 큰 실리가 보장된다. 총리 등 정치적 자리를 통해 몸 불리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의 러브콜을 받는 손 전 지사는 이런 상황을 즐기는 눈치다. 과연 그는 어떤 선택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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