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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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커지는 AI 인체감염 공포

‘삼계탕’ 수출에 집착? 예방백신 개발 미루다 시기 놓쳐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6-12-30 15: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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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닭의 해를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닭이 죽어나가고 있다. 2016년 12월 28일 기준으로 국내 사육 닭의 약 16%가 살처분됐다. 산란계 2081만 마리, 산란종계 41만 마리, 육계·토종닭 198만 마리 등 줄잡아 2400만 마리에 달한다.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이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는 “지금 같은 확산세가 이어지면 살처분 가금류 수가 5000만 마리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동물을 집어삼킨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중국, 동남아 등에서 AI 변종바이러스가 사람을 감염시킨 사례가 있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행 중인 H5N6형 바이러스는 2014년 중국에서 1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전문가들은 AI 감염 사태가 조속히 진정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추위, 과로, 바이러스 확산 3중고

    이때 첫 번째 위험군은 추위 및 과로와 싸우며 지속적, 반복적으로 AI 바이러스에 노출되고 있는 방역인력이다. 농림축산식품부(농림부)에 따르면 2016년 11월 국내에서 첫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뒤 연말까지 방역작업 등에 동원된 인력은 7만 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해당 작업에 전문성이 없는 일반인이다. 농민들은 “훈련 안 된 민간 용역업체 사람들이 지방자치단체(지자체) 공무원, AI 발생 농가 농민 등과 뒤섞여 살처분, 소독 등을 담당하고 있다”고 증언한다. 심지어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외국인도 다수 포함돼 있다.

    AI 발생 초기만 해도 질병관리본부(질본)는 AI 인체감염 가능성을 낮게 봤다. 전문가들도 “공포를 지나치게 조장하지 말자”는 쪽으로 입을 모았다. 하지만 AI 초동대응 과정에서 정부의 무능과 무지가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이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많아지는 모양새다.



    AI는 높은 폐사율이 특징인 고병원성(Highly Pathogenic) AI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저병원성 AI로 나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AI는 전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에 감염된 가금류 분변 1g에 최대 닭 100만 마리를 감염시킬 수 있을 만큼의 바이러스가 존재한다. 그만큼 감염력이 강력하다.

    류영수 건국대 수의대 교수는 이에 대해 “AI 바이러스에 주로 감염되는 건 조류지만 불행히도 해외에서 인체감염이 확인된 H5형과 H7형 바이러스가 현재 국내에서 확인된 상태다. 특히 최근에 발견된 H7형 바이러스의 경우 과거 사례를 보면 치사율이 H5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으나 감염자 수가 훨씬 많았다. 결코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병리학자인 공구 한양대 의대 교수는 “A형 독감에 걸린 사람과 AI 감염 조류가 만나면 인체를 숙주로 한 바이러스 변이가 가능하다”고도 했다(14쪽 상자기사 참조).



    닭 수출이 사람 생명보다 중할까

    현장에서 AI 실태를 접하는 농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충남 아산시의 한 양계 농민은 “AI 발생 초기 역학조사를 한다고 오가는 사람들이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정부 대응이 엉망진창이었다. 지금도 AI 확진, 살처분, 소독 등 뭐 하나 매끄럽게 진행되는 게 없다”며 “바이러스가 어디서 어떻게 돌아다니는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고 했다. 경기 포천시의 한 양계 농민은 “2014년에 이어 두 번째로 닭을 땅에 묻었다. 한참 전부터 AI 백신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은데 바이러스가 이 지경으로 퍼질 때까지 정부가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정부의 상황 인식이 안이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의학자는 “2003년 겨울부터 2~3년 단위로 AI가 발생하고 즉각적인 살처분을 통해 이를 잠재우는 일을 반복하면서 정부가 ‘겨울에 일부 농가에서 AI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잘 통제할 수 있다’는 그릇된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다 2016년 초동대응에 실패하면서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이다. 그는 “전문가 사이에서는 몇 년 전부터 반복된 AI 유행을 보면 우리나라 농가에 이미 AI가 토착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겨울철 대유행을 막으려면 예방백신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농림부 역시 2015년 무렵까지는 전문가를 초청해 의견을 듣는 등 이를 본격 추진할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그해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가 삼계탕 중국 수출에 합의하면서 관련 논의가 올스톱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백신은 널리 알려졌듯 특정 감염병이 발생하기 전 체내에 해당 병원균을 일정량 투여해 면역력을 높이는 물질을 뜻한다. AI가 발생하기 전 예방 차원에서 백신을 투여한다는 것은 해당 지역이 AI 상시 발생지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경우 가금류 수출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현재 한국이 닭을 많이 수출하는 나라는 아니다. 2015년 육계(닭고기) 기준으로 전체 생산량 58만5000t 가운데 수출량은 2만6000t(생산 대비 4.4%)에 불과하다. 그러나 정부는 지속적으로 수출 확대를 추진했고, 특히 ‘한류’ 열풍을 타고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본 삼계탕 수출에 관심을 뒀다. 이런 상황에서 2015년 중국과 삼계탕 수출 논의가 탄력을 받자 이쪽에 힘이 쏠렸다는 분석이다.

    반면 예방 조치에는 소홀했다. 농림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등록된 ‘조류인플루엔자 긴급행동지침’에는 주변국에서 AI가 발생할 경우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긴급 백신(항원뱅크) 비축 및 공급체계 확립’ 조치를 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정부는 우리나라에서 AI가 확진된 후에도 관련 작업을 미뤘다. 김재수 농림부 장관은 2016년 12월 16일 대국민담화 당시 “백신으로 인한 많은 부작용, 행정비용, 실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볼 때 현시점에서 한국 상황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부 당국자의 입에서 ‘항원뱅크 구축’ 얘기가 공식적으로 나온 건 AI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한 같은 달 20일 일이다. 전문가 조언과 자체 매뉴얼 등을 외면하고 백신 개발을 미룬 데 대해 농림부 측은 ‘변종 바이러스’ 위험을 거론한다. 박봉균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AI 백신을 사용하는 나라에서 다양한 종류의 바이러스 변이가 생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이에 대해 “인과관계를 오인한,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얘기”라고 반박한다. 서상희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방역능력이 확실한 선진국은 백신을 안 써도 괜찮다. 하지만 방역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우리나라는 지금 당장이라도 백신 투여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영수 교수는 “살처분만으로 AI를 잡을 수 없을 때 플랜B로 쓰기 위해서라도 백신이 필요하다. 개발조차 안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방역 백년지대계 세워야

    한편 이번 AI 사태를 수습한 뒤엔 같은 위험이 반복되지 않도록 축산정책 전반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백신 개발 △AI에 효과적인 소독약제 개발 등에 더해 △철새 도래지 인근 축사 설립 제한 △달걀유통센터 건립 등을 요구한다. 농장시설을 첨단화해 바이러스가 유행하지 않을 때도 외부인이나 외부차량의 농장 출입을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고도 강조한다.

    허주형 한국동물병원협회장(수의사)은 동물관리업무 일원화를 촉구했다. “야생동물은 환경부, 천연기념물은 문화재청, 집에서 키우는 동물은 농림부가 관할하는 현 체제가 효과적인 질병 대처를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또 그는 “현재 우리나라는 축산진흥을 담당하는 농림부 내 축산국에서 동물방역 업무까지 맡는다. 별도의 방역국을 만들어 감염병 예방을 맡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바이러스 학자 네이선 울프는 저서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에서 ‘판데믹(pandemic·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말로, 세계보건기구의 전염병 경보단계 중 최고 위험등급에 해당된다)은 거의 언제나 동물 병원균이 인간에게 전이될 때 시작된다’고 했다. ‘병원균은 위험할 정도로 역동적이다. 달리 말하면 병원균은 정체 상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지금 AI 바이러스가 한반도를 덮쳤다. 그리고 동물 병원균이 인간에게 전이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모든 조치를 해야 할 때다.  

    H5N6? H7N9?◇ 알쏭달쏭 바이러스 이름의 의미



    ‘직경이 100nm에 미치지 못하고, 11개의 하찮은 유전자로 이루어진 단순한 바이러스에 의해 사망한 사람의 수가, 1차 대전과 2차 대전 및 온갖 전쟁으로 찌든 21세기에 전쟁으로 사망한 군인의 수보다 많았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면역학과 감염증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바이러스 전문가 네이선 울프의 저서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1918년 세계를 휩쓴 스페인독감의 피해가 이렇게 컸다. 그리고 2005년 미국 연구진은 이 ‘대재앙’을 불러온 것이 H1N1이라는 고병원성 조류독감 바이러스였음을 밝혀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표면에는 헤마글루티닌(hemagglutinin)과 뉴라미니다아제(neuraminidase)라는 두 종류의 항원단백질이 존재한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 분류에 따르면 ‘H’ 단백질은 다시 18가지(H1~H18), ‘N’ 단백질은 11가지(N1~N11)로 나뉜다. 이 각각의 단백질 조합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이름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H5N6형 바이러스는 H5와 N6가 결합한 것이다. 이 바이러스는 중국에서 15명을 감염시켜 이 중 9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바 있다. 그리고 현재 한국에서 확산 중이다.

    한편 요즘 사람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A형 독감’ 바이러스는 H3N2형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바이러스 표면의 핵단백질 구성에 따라 A, B, C형 세 가지로 나뉘는데 현재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형이고, 조류 인플루엔자(H5N6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A형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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