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9

2016.12.28

갤러리 | ‘이집트 보물전’

영원으로 가는 길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6-12-23 17: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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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범람하는 나일 강 물이 빠져나가고 섬처럼 다시 새로운 언덕이 솟아오르는 것을 보면서 이집트인은 태초의 바다에서 태초의 언덕이 생겼다는 창조관을 갖게 됐다. 이집트 신화에 따르면 창조의 신 아툼이 자가수정으로 대기의 신 슈와 습기의 여신 테프누트를 낳고 슈와 테프누트가 대지의 신 게브와 하늘의 여신 누트를 낳았으며 게브와 누트는 다시 오시리스, 이시스, 네프티스, 세트를 낳았다.

    여기서 질서의 세계를 상징하는 오시리스와 무질서를 상징하는 세트가 등장한다. 오시리스는 아득한 옛날 이집트를 다스리는 왕(파라오)이었으나 세트가 왕위를 노려 형을 죽이고 시신을 조각 내 여러 곳에 흩뿌렸다. 그러자 오시리스의 누이이자 배우자인 이시스가 동생 네프티스와 함께 시신 조각을 모두 찾아내 원래대로 붙여 미라를 만든 뒤 주술로 생명을 불어넣는다. 이후 오시리스와 이시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호루스가 이집트 왕이 되고, 부활한 오시리스는 지하세계 통치자가 된다. 이로써 다시 우주 질서가 확립되고 혼돈이 사라진다. 

    고대 이집트인은 죽은 자의 영혼이 배를 타고 지하세계로 가면 오시리스가 주관하는 ‘심장 무게 달기 의식’을 치른다고 믿었다. 평형저울 한쪽에 진리와 정의의 여신인 마트의 깃털을 올리고 다른 한쪽에는 심장을 올려 무게를 재는 것. 만약 살아 있을 때 악한 행동을 많이 해 심장이 깃털보다 무거우면 그 자리에서 괴물 암무트(머리는 악어에 앞발과 가슴은 사자, 뒷발과 배 아래는 하마 형태)가 먹어치워 영혼이 소멸된다. 반대로 저울이 균형을 이루면 오시리스 왕국에서 영원한 삶을 얻는다. 이러한 내용은 시신과 함께 묻는 사후세계 안내서 ‘사자(死者)의 서(書)’에 자세히 기록돼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 ‘카’는 생명의 힘이고 사람 머리를 가진 새로 표현되는 ‘바’는 인간의 정신적 부분, 즉 영혼으로 인식됐다. 심장은 양심과 같은 개념으로 부활과 영생을 결정하는 척도였다. 사람이 죽으면 몸에서 ‘카’가 빠져나가는데 심장 무게 달기 의식을 통과해 ‘카’와 ‘바’가 다시 만나면 영생을 얻는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믿음 때문에 사후에도 영원한 삶을 위해 신체를 보존하는 일이 중요해졌고 이집트에서 미라를 만드는 기술이 발달하게 됐다.





    2016년 12월 20일부터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집트 보물전’은 2009년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기념한 ‘파라오와 미라’전에 이은 두 번째 이집트 문명 특별전이다. ‘파라오와 미라’전이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의 이집트·오리엔트 컬렉션을 중심으로 전시됐다면, 이번 ‘이집트 보물전’은 미국 뉴욕 브루클린박물관 소장품 229점을 전시한다.

    ‘영원한 삶’에 대한 이집트인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6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1부 ‘사후세계의 믿음’에서는 오시리스의 신화와 관련된 유물을 선보이고, 2부 ‘영원한 삶과 미라’에서는 미라 제작 방법을 소개한다. 3부 ‘영원한 삶을 위한 껴묻거리’에서는 사후에도 이승에서의 풍요로운 삶을 이어가고자 부장품으로 넣은 작은 인형 ‘샵티’를 보여주고, 4부 ‘부와 명예의 과시, 장례의식’에서는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의미하는 장례물품을 전시한다. 5부 ‘신성한 동물들’ 편에서는 ‘매의 모습을 한 호루스’처럼 동물로 표현된 신이나 인간과 동물이 결합된 형태의 조각 등 이집트의 동물숭배 신앙을 확인할 수 있다. 6부 ‘영혼이 깃든 동물 미라’에서는 이집트인이 신성시한 동물 미라를 전시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매, 따오기, 고양이 같은 신성한 동물이 죽으면 미라로 만들고 흙으로 빚은 원뿔형 용기에 담아 정해진 장소에서 보관했다. 3000년 고대사가 빚은 찬란한 문명 속에서 진실한 삶을 통해 영생을 얻고자 한 인간의 소망을 읽을 수 있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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