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3

2006.12.05

부시 당근정책 비용 누가 낼까

  • 김종선 경원대 교수·경제학

    입력2006-11-30 15: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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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시 당근정책 비용 누가 낼까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이 11월18일 베트남 하노이 쉐라톤호텔에서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악수하고 있다.

    아직 논술시험이 남아 있긴 하지만 수능시험이 끝나면서 수험생들에겐 잠시 ‘평화’가 찾아왔다. 공부에 매달리느라 굳게 빗장을 걸어두었던 일탈을 잠시나마 맛볼 수도 있게 됐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학부모의 마음은 다를 것이다. 그들은 지금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의 한 구절처럼,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수험 뒷바라지가 잘 되었는지 곱씹어보고 있는지 모른다.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채근하기 위해 그동안 어떤 방법을 써왔는가, 그리고 그 성과는 만족스러운가.

    사정은 다르지만 미국의 부시 대통령도 요즘 비슷한 고민을 하는 듯하다. 평화를 힘들어하는 북한을 그동안 어떻게 다루어왔는가.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대북제재 채찍과 함께 병행 … 미국 움직임 세심히 살펴야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도록 만드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벌을 줄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강제로 시키는 위압적 방법이 첫 번째이고, 살살 달래가며 시키는 회유적 방법이 두 번째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구사하는 혼합적 방법이 세 번째다.



    가부장적 권위가 미덕이던 옛날에는 아버지의 ‘채찍’이 무서워서라도 책상 앞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위압적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 같은 민주적 가정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 고립을 자초하는 어리석은 일이 되고 만다. 그래서 ‘당근’을 앞세운 대화와 협상의 회유적 방법이 채택될 수밖에 없고, 그러리란 것을 아이들도 다 안다.

    그런데 어느 쪽이 더 좋을까. 부모들은 채찍을, 자녀들은 당근을 좋아할 게 뻔하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일까. 결과는 똑같다. 제대로만 작동되면 다 똑같이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이런 결론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게다. 부시 대통령의 채찍정책이 북한을 변화시킨 게 전혀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경제제재라는 긴 채찍을 견디지 못하고 평화를 사랑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은 리비아의 사례도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어쨌든 부시 대통령은 채찍을 접지 않은 채 당근도 꺼내들기로 마음먹은 모양이다. 지난번 베트남 하노이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기간 중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면 경제지원과 안정보장 등 상응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카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중간선거를 통한 민주당의 약진을 의식한 결정인지 모른다.

    또 한편으로는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국제연합(UN)을 통해 내놓았던 경제제재라는 채찍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미끼를 물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우리 국민이 반드시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당근을 누구의 비용으로 마련하는가 하는 것이다.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자에게 채찍으로 벌과금을 부과하든, 아니면 오염물질을 억제하는 자에게 당근으로 보조금을 지불하든 환경오염을 똑같은 수준으로 통제할 수는 있다. 그러나 보조금은 국민의 혈세를 써야 하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든 실제로 정책으로 수용되는 예는 드물다. 혹시 미국이 남의 손으로 코를 풀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부시 대통령의 당근정책을 한국 정부는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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