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3

2006.12.05

“평창동계올림픽, 두 번 울지 않는다”

김진선 강원지사 “내년 實査 빈틈없이 준비, 2014년 대회 반드시 유치”

  • 춘천=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06-11-30 11: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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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동계올림픽, 두 번 울지 않는다”
    2003년 7월, 캐나다 밴쿠버에 뒤져 불발로 끝난 2010동계올림픽 유치의 꿈. 당시 분루를 삼켜야 했던 강원 평창은 지금 2014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또 한번의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2007년 7월4일 과테말라에서 열릴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 총회에서 개최도시가 최종 선정되기까지 남은 절차는 내년 1월10일의 신청파일(Bid Book) 제출, 2월14~17일로 예정된 IOC 조사평가위원회의 현지 실사(實査)다.

    평창의 재기를 위해 진력하고 있는 인물 중 으뜸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집행위원장인 김진선(60·사진) 강원지사. 그는 해외에서의 연이은 ‘평창 알리기’ 활동으로 눈코 뜰 새 없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11월20일 강원도청에서 그를 만났다.

    -그간의 유치활동 성과를 어떻게 자평하나?

    “성과라기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10월부터 최근까지 미국, 페루, 중국, 쿠바, 말라위 등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유관 국제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 현지 활동을 했고 세계 유수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평창을 알렸다. 12월 열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카타르 도하)와 유럽올림픽위원회(EOC·벨기에 브뤼셀) 총회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올림픽 유치를 위해서라면 지구를 몇십 바퀴라도 돌 각오다.”

    -IOC의 평창 현지 실사에 대한 대비는 빈틈이 없나?



    “현지 실사는 올림픽 개최 여건을 실제로 확인하여 제출된 신청파일의 내용을 검증하는 단계다. 그만큼 매우 중요하다. 그 평가 결과에 따라 IOC 위원들의 표심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유치위원회 차원에서 전문가들로 이뤄진 일명 ‘드림팀’을 구성해 가동 중인데, IOC 조사평가위원들을 감동시킬 프로그램과 함께 그들의 입국~숙박~귀국에 이르는 모든 의전 절차를 최고 수준으로 마련함으로써 평창의 확실한 경쟁력을 검증받을 계획이다.”

    -3년 전엔 밴쿠버에 밀렸다. 내년엔 기대해도 좋은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IOC 평가항목 중 첫째 항목이 국민의 지지도인데, IOC가 평창과 경쟁도시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러시아 소치 등 3개 후보도시의 주민 지지도를 자체 조사한 결과 평창이 96%로 가장 높았다. 따라서 국민들의 변함없는 성원과 참여가 절실하다. 외국 스포츠언론들은 우리 국민을 ‘동계올림픽을 위해서라면 없는 산도 만들 사람들’이라고 평한다.”

    -그때와 지금의 여건을 비교한다면?

    “당시는 많은 준비도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도전했다. 일부 IOC 위원과 외국 언론이 ‘평창’을 ‘평양’으로 혼동할 정도로 평창의 지명도가 낮았다. 그럼에도 IOC 등 국제스포츠계와 언론 등을 통해 세계 스포츠계 지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 덕에 ‘눈물겨운 도전, 아름다운 실패’라는 평가도 받았다. 당시 유치활동 과정에서 확보한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과 국제적 인적 네트워크, 노하우 등은 지금 큰 힘이 되고 있다. 더욱이 10월27일 올림픽타운인 ‘알펜시아 리조트’를 착공함으로써 평창의 강력한 올림픽 유치 의지의 실체를 보여줬다.”

    “진실성 담은 개최조건 제시 … 유럽 표가 성공 여부 가늠”

    “평창동계올림픽, 두 번 울지 않는다”
    -그동안 IOC 위원들과의 친분은 어느 정도 쌓았나? 그들의 표심을 잡는 게 관건일 텐데….

    “2010동계올림픽 유치과정에서부터 꾸준히 인적 네트워크를 다져왔다. 외국에선 나더러 ‘올림픽 도지사’라고 할 정도다. 현 IOC 위원 113명 중 104명이 개최도시 선정을 위한 투표에 참여한다. 따라서 그들의 성향과 관심분야에 따른 전방위적인 맞춤식 유치홍보 활동을 펼치는 한편, 진실성을 담은 최적의 올림픽 개최조건을 제시할 것이다. 유럽의 IOC 위원이 48명으로 가장 많은 만큼 결국은 유럽 표의 향방이 유치 성공 여부를 가늠할 것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나?

    “정부는 동계올림픽 유치를 ‘제1의 아젠다’로 정하고 적극 지원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해외순방 시 또는 외국 주요 인사 접견 시 유치의지를 꾸준히 천명해왔다. 10월18일엔 노 대통령이 직접 청와대에서 2014평창동계올림픽 성공유치 보고대회를 주재하기도 했다. 정부지원위원회를 통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강원도는 동계올림픽 유치를 도(道) 전체의 공생을 가능케 할 모멘텀으로 여기는 듯하다. 올림픽 유치로 전망되는 파급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우선 국가적으로 소득 3만 달러 시대 선진국 진입의 계기가 될 것이다. 강원도로서는 도로와 철도망, 경기장 시설 등 관련 인프라에 대한 확충, 그에 따른 관광객 증가와 연관산업의 투자 확대를 꾀할 수 있어 발전의 획기적 전기가 될 전망이다. 서울대 스포츠산업연구센터의 2004년 9월 조사에 따르면 올림픽 유치에 따른 생산유발 효과만 15조572억원, 고용증대 효과는 18만6000명에 이른다.”

    -북핵 사태 때문에 유치활동에 불리한 점은 없나?

    “핵 문제가 유치에 결정적 영향은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스포츠와 정치는 별개의 것이다. 6자회담 재개 등 상황도 호전될 것이다. 최근의 해외홍보 활동 때 보니 북핵 사태에 대한 국제스포츠 인사들과 언론의 관심도는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래도 경쟁도시들의 공세가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3년 이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어떤 국제 동계스포츠 대회들을 유치해왔나?

    “동계올림픽 개최 능력을 대외적으로 각인시키기 위해 2004년 이후 10개의 스키 관련 및 빙상 종목 국제대회를 유치해 이미 개최했고, 유치가 확정된 대회도 현재 6개에 달한다.”

    -유치활동에서 아직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한국 IOC 위원이 많지 않아 활동에 제약이 있다는 점이다. 자격을 지닌 위원이 사실상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한 명뿐인데, 국내 기업문제 등으로 활동에 지장이 있다. 그래도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경쟁도시인 잘츠부르크와 소치를 평창과 냉정히 비교한다면?

    “둘 다 강력한 경쟁도시다. 잘츠부르크는 기본적으로 동계스포츠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인데, 주민 지지와 정부 지원체제가 미흡한 측면이 있다. 반면 소치는 러시아 정부의 강력한 지원하에 활발한 유치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아직 기본시설이 전무하고 국제대회 경험도 없다. 평창은 기존 시설이 많고 인프라 여건이 좋다. 국제대회 개최 경험도 풍부하다. 평창이 다소 우세하다고 본다.”

    -현재 경쟁도시들의 움직임은?

    “두 곳 모두 나름대로 전략을 마련하고 IOC가 승인한 국제행사에 참가해 적극적인 유치홍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소치가 거세게 나오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아이디어를 낸 주인공이 김 지사라고 들었다. 2014동계올림픽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동계올림픽 유치는 국익과 관련이 깊다. 또한 유치에 성공한다면 이미 개최한 하계올림픽과 월드컵을 합해 스포츠 이벤트의 ‘트리플 크라운(Tripple Crown)’을 완성하는 세계 6번째 국가가 된다. 무엇보다 당부하고 싶은 것은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다. 지지 없이는 유치 자체도 힘들고, 유치하더라도 성공적인 개최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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