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1

2006.11.21

뉴미디어에 담은 상하이의 불안한 시선

  • 김준기 미술비평가 www.gimjungi.net

    입력2006-11-15 16: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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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미디어에 담은 상하이의 불안한 시선

    ‘SURROUNDED’

    동아시아에서 가장 북적거리는 도시 중 하나가 된 상하이. 서구화와 근대화가 뒤섞인 아시아의 도시 정체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예술가들의 활동반경 또한 마찬가지다. 상하이비엔날레가 자리를 잡아가고, 대규모 화랑가가 생겨 시장이 형성되는 중이다.

    양첸종은 최근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는 상하이 작가다. 올해 가을 영국 버밍엄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12월에는 서울 홍대 앞에서 열리는 기획전 ‘아시아의 지금 2006’에 참가한다. 영상, 사진,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동원해 현대인의 삶과 도시의 면면을 읽어내는 양첸종은 역동하는 상하이를 닮았다. 그는 사진과 영상 같은 뉴미디어의 매체 특성을 잘 이용해서 대상이나 인물의 실체를 뒤집어보고 비틀어보는 적극적인 의미 독해를 시도한다.

    비디오설치 작품인 ‘SURROUNDED’는 휠체어 위에 여덟 개의 카메라를 설치하고 그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카메라는 가까이 다가가면 물러서고, 물러서면 다가오는 사람들의 표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현대도시와 현대인들의 욕망을 은유한 이 작품은 설치와 퍼포먼스를 섞은 영상작품이다. ‘라이트 박스 2005’는 도시의 야경에서 가로등 같은 조명을 사진작업으로 끌어들이는 데 매우 독특한 방법을 사용한다. 카메라 셔터를 장시간 노출해놓고 있으면 어둠 속의 건물이나 도로처럼 고정된 사물들은 고스란히 그 형체를 드러내는 반면, 움직이는 불빛은 선의 흔적을 남긴다. 그는 지지대를 이용해 카메라를 매단 막대 끝에 그림 그릴 수 있는 펜을 두고 도시의 야경을 향해 셔터를 열어놓은 상태에서 그림을 그린다. 헬리콥터나 전투기, 르네 마그리트의 아이콘, X자, 빗자루를 타고 나는 마녀 등이 등장하는 이 드로잉 사진은 마치 야경 위에 네온사인이 펼쳐진 것 같은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도시의 야경을 끌어들이는 매우 낯선 블랙유머다.

    상하이의 눈부신 번창을 상징하는 동방명주 탑을 가운뎃손가락으로 들어올리고 있는 연출사진 ‘Light Fuck II’는 도시의 상징을 ‘엿먹이는’ 양첸종 특유의 시선을 잘 보여준다. 동방명주 탑을 스테인리스로 제작해 한 손으로 지탱하는 퍼포먼스 영상도 같은 맥락이다. 활을 쏘는 영상작품도 있는데 특수 제작한 활에 화살 대신 카메라를 당겨 쏜다. 렌즈를 부착한 원통을 특정 사물을 향해 발사함으로써 대상물을 향해 날아가는 카메라에 의해 포착된 사물을 영상작업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KFC 할아버지의 얼굴을 향해, 거리의 신호등을 향해 날아가는 카메라는 숨 가쁘게 변모해가는 현대도시 상하이의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지고 다닌다. 활시위를 떠난 화살 카메라는 발사 이전의 긴장과 발사된 후의 흔들리며 유동하는 프레임을 통해 도시 상하이의 불안한 시선을 은유한다. 11월30일까지, 상아트H-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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