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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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욕 촬영, 스타 테러 … 방송 제작 현장 ‘빨간 불’

  •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socio94@cbs.co.kr

    입력2006-10-25 16: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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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욕 촬영, 스타 테러 … 방송 제작 현장 ‘빨간 불’

    김정은, 유노윤호, 이서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9월 중순 한 드라마 촬영팀이 남의 나라, 그것도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간첩으로 몰려 일시 억류되는 일이 있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드라마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에 이은 3탄 미니시리즈 ‘연인’의 이야기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주인공인 조폭 역의 이서진과 그에게 애틋한 정을 품은 성형외과 의사 김정은이 중국에서 만난다. 그러나 곧 경쟁 조폭들이 김정은을 납치한다. 김정은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이서진은 하이난섬 근처 해상에서 보트 추격을 벌인다. 한마디로 위험천만한 상황. 사고는 여기서 터졌다. 위기일발의 상황을 담던 연출자 신우철 PD의 촬영 카메라에 중국 해군이 촬영 3일 전 진수한 군함 한 척이 고스란히 담긴 것. 이를 확인한 중국 해군은 무장 상태로 즉각 출동했다. 그리고 제작진을 위협하며 카메라 필름을 압수하고 감독과 몇몇 스태프를 5시간 동안 억류했다. 고의였는지 우연이었는지는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 사건 과정에서 다행히 주인공 연기자들은 스태프의 도움으로 피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산국가 중국에서, 그것도 남의 군사기밀을 ‘때깔’ 좋다는 이유만으로 카메라에 담은 것은 분명 무리한 촬영이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하이난섬은 중국과 베트남의 분쟁이 자주 일어나는 곳으로, 휴양지이면서도 군사시설이 즐비하다. 만일 중국 해군이 강경하게 나와 제작진을 간첩죄로 체포했다면 이는 안전문제뿐만 아니라 국가 간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밖에도 무리한 촬영으로 인해 벌어진 해프닝도 있었다. 현재 시청률 40%를 넘나들고 있는 사극 ‘주몽’이 그 주인공. 올해 초 중국 현지 촬영을 진행한 주몽 촬영팀은 베이징의 세트장 촬영을 허락받기 위해 중국 측에 ‘주몽’이 아닌 ‘무사’라는 이름의 대본을 내놓았다. 동북공정이 한-중 간에 첨예하고 민감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혹시나 이러한 갈등으로 촬영을 허가받지 못할 것을 대비한 것. 중국 측이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넘어갔으니 망정이지 만일 알아차렸다면 그 뒷수습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에는 연예인을 상대로 한 팬의 테러도 벌어져 세간을 놀라게 했다. 팬을 가장한 한 대학생이 한 아이돌 스타 가수에게 녹화현장에서 본드를 넣은 음료수를 건넨 것. 다행히 위세척으로 위급상황을 모면했지만 사고 직후 자수한 스무 살 가량의 이 여성 안티 팬은 음료수와 함께 건넨 쪽지에 불만과 저주에 가까운 비방 내용을 담아 충격을 더했다. 방송국 직원의 제지 없이 녹화장까지 들어간 것도 문제였고, 누군가가 싫다고 해서 그에게 해를 가한 사실도 놀랍다. 이번 사건 이후 방송가에서는 “아는 사람이 주는 것 말고는 받지도 말고 먹지도 말라”는 경고가 퍼져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굳이 과거 KBS 예능 프로그램에서 떡을 먹다가 질식해 유명을 달리한 성우 장정진 씨나 오지탐험 프로그램 출연으로 정글에 들어갔다 말라리아에 걸려 숨진 탤런트 김성찬 씨의 경우를 재론하지 않더라도 방송을 제작하면서 발생하는 돌발사고나 과욕이 부르는 방송사고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제작진은 방송사고를 ‘운이 나빠 생긴 일’쯤으로 생각하기 일쑤고, 시청자들과 팬들은 방송 프로그램을 프로그램으로 보지 않고 ‘지나치게 몰입’하다 보니 생기는 일들이다. 방송인 보호 차원을 넘어 방송의 건전화를 위해서도 방송인과 국민 모두가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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