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7

2006.10.24

‘최-고’스타에서 ‘진짜 연기자’로 변신 성공

  •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 socio94@cbs.co.kr

    입력2006-10-23 10: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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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스타에서 ‘진짜 연기자’로 변신 성공

    KBS ‘장밋빛 인생’의 최진실.

    지난해 여름, 무더위가 막 시작된 7월 중순이었다. MBC 방송센터 3층 드라마국 국장실 한쪽에서 탤런트 최진실이 매니저 한 명과 고개를 숙인 채 울고 있었다. 드라마국 국장이 “할 말 없다”며 나가버린 뒤 그 자리에 남겨진 최진실의 심경은 무척 복잡했다. KBS의 새 수목드라마 ‘장밋빛 인생’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MBC에 전속계약으로 묶인 88회(1시간 기준)의 출연 잔여분량 문제가 해결돼야 했기 때문.

    MBC는 남은 출연 분량을 소화하기 전에는 KBS 드라마 출연을 허락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여기에 최진실이 타 방송사 출연을 강행한다면 방송 출연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는 MBC 측의 으름장이 이어지자 최진실은 절박해졌다.

    자신을 대스타로 만들어준 MBC를 찾아가 설득하고 진심으로 머리를 조아리며 도움을 구했지만 최진실은 벽에 부닥치듯 좌절하고 말았다. 결국 최진실이 KBS 출연을 강행하자 가처분 신청이 접수됐다. 그리고 드라마 시작 직전에야 MBC는 소를 취하했다. 이에 용기백배한 최진실은 남편의 불륜에 이혼까지 당하고 암까지 걸려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 여주인공 ‘맹순이’ 역할을 드라마틱하게 소화했고 연기자로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실제로도 파란만장한 최진실의 결혼생활과 드라마 속 맹순이가 묘하게 오버랩되어 시청자들로 하여금 눈물을 쏟게 했고 그로 인해 시청률도 40%를 넘나들었다. 한마디로 대박이 난 것이었다.

    ‘최-고’스타에서 ‘진짜 연기자’로 변신 성공

    MBC ‘여우야 뭐하니’의 고현정(왼쪽).

    고현정의 부활도 한 편의 영화 같았다. 미스코리아 출신에 ‘틀면 나오는’ 수도꼭지 시청률을 기록했던 SBS ‘모래시계’의 공주로 남자들의 로망이었던 90년대 스타 고현정. 그러나 가장 화려한 시절 재벌가 자제와 결혼함으로써 연예인 여성 스타가 보여줄 수 있는 성공 공식을 그대로 보여준 그녀에게 이혼의 시련은 작지 않았다.

    재기에 나선 고현정이 복귀작으로 선택한 드라마는 SBS의 ‘봄날’이었다. 하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드라마 속 그녀는 여전히 공주 이미지였고, 시청자들은 곧 싫증을 냈다. 그러나 이후 고현정은 변해갔다. 올해 여름 작가주의적 연출을 보여온 홍상수 감독과 손잡고 찍은 영화 ‘해변의 여인’으로 파격 변신을 선보인 것. 비록 20만 명 정도의 흥행에 그쳤지만 고현정의 영화 속 모습은 대단했다.



    영화 개봉 이후 캐스팅된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에서 그녀는 더 낮은 데로 임하고 있다. 고현정이 맡은 역할은 18세 미만 구독금지 성인잡지 ‘쎄시봉’에서 음란 소설을 쓰는 삼류 여기자. 시청자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바바리맨 흉내를 내기도 하고, 친구의 남동생과 하룻밤을 보내는 사고를 치는가 하면, 상상이긴 하지만 뜨거운 정사 장면을 보여주는 그에게서 더 이상 재벌가 3세의 부인이자 며느리의 이미지는 찾을 수 없다. 극중에서 고현정의 엄마로 등장하는 중견 연기자 윤여정은 고현정에 대해 “내가 이 드라마를 하라고 했다. 언제까지 광고 속 공주 이미지로 살아갈 거냐고, 이제 현실로 내려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최진실과 고현정은 공통점이 많다. 한때 최고의 스타였고 화려한 결혼으로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으나 뼈아픈 이혼을 경험했다. 하지만 이들은 다시 시작하고 있다. 과거의 영화를 잊고 이제 진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여우야 뭐하니’의 김남원 CP(책임 PD)는 “시청자들이 이들에게 반응하는 이유는 이제 그들이 잠시 지나가는 ‘스타’에서 내려와 진짜 ‘연기자’의 모습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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