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7

2006.10.24

망가진 조폭으로 인기 얻고 진지한 조폭으로 연기 뽐내

  • 입력2006-10-23 09: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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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가진 조폭으로 인기 얻고 진지한 조폭으로 연기 뽐내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정준호를 좋아하지 않는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그가 싫다. 아니 싫었다. 뭐랄까, 너무 뻔질뻔질해 보였기 때문이다. 잘 계산된 머릿속 판단에 의해 대중에게 자신의 어떤 모습을 보이는 게 유익할까 생각한 뒤 행동하는 듯했다.

    이런 나의 생각이 완전히 뒤바뀐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준호를 보는 시선을 조금 바꿨다. 나의 억측이 맞다고 해도, 그러한 노력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준호는 1970년생, 우리 나이로 37세다. 183cm에 79kg의 이 잘생긴 남자가 왜 지금까지 혼자일까? 그는 최근 13세 연하의 여성과 사귀고 있다고 공개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아닌가. 결혼할 때가 되어서 그런지 주위에서 소개를 많이 해준다. ‘그녀’와는 올해 8월 뉴욕에서 소개팅으로 만났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세 번 정도 만났고, 둘이서는 식사를 딱 한 번 했다. 아직 애인이라고 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만남의 횟수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느낌이다. 우리는 서로 호감을 갖고 있다. 잘 해보고 싶다.”

    정준호가 만난다고 고백한 여성은 뉴욕의 파슨스 스쿨을 졸업한 예비 디자이너. 그녀는 중학생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현재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그림과 예술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우리를 가깝게 만들었다.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주로 전화로 안부를 주고받는데, 국제전화 요금이 만만찮게 나온다. 이번 추석 연휴에 고향에 갔다가 결혼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고 왔다. 내년 추석엔 싱글이지 않아야 할 텐데…. 그래도 결혼은 빨라야 내년 상반기가 될 것 같다.”

    정준호는 10월21일 서울 한남동에 마련한 빌라에 입주한다. 자신이 직접 디자인해서 인테리어 공사를 끝마쳤다.

    “큰 방이 3개나 되는데 빨리 결혼해서 신혼집을 꾸미고 싶다. 살아갈수록 인생이 생각처럼 길지 않다는 걸 느낀다. 일도 중요하지만 가정이 더 가치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예쁘게 사랑할 수 있도록 성원해 달라.”

    1995년 MBC 24기 공채 탤런트로 연기를 시작한 이후, 정준호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서 가시밭길은 없었다. 그는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대로 항상 귀공자 스타일을 유지해왔다.

    정준호는 두 가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우선, 그는 연예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대표적인 연예인 출신 사업가다. 현재 주머니 필름과 주머니 엔터테인먼트 이사직도 겸하고 있다. 또한 그는 어느 누구보다도 각종 선행 및 봉사 활동을 열심히 하는 연예인이다.

    정준호는 대외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쌓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폭력 없는 학교 만들기’ 홍보 대사를 맡고 있으며, 11월1일부터 10일까지는 캄보디아에 가서 다양한 평화운동 및 봉사 활동을 할 예정이다. 내전이나 지뢰 사고로 팔과 다리를 잃은 캄보디아 절단 장애우에게 의수와 의족을 지원하는 동시에 캄보디아의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사랑의 밥차’를 운영할 계획이며,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도 참여할 생각이다.

    망가진 조폭으로 인기 얻고 진지한 조폭으로 연기 뽐내

    '거룩한 계보’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때를 잊으면 안 된다. 우리가 전쟁 등으로 힘들 때 주변국이 많이 도와주었으니, 이제는 그 도움을 돌려줘야 할 때다.”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으로 흥행배우 대열 합류

    영화계에서 정준호의 또 다른 이름은 ‘계두식’이다. 계두식은 그가 주연을 맡은 ‘두사부일체’에서 맡은 배역 이름이다. 계두식이 곧 정준호가 된 이유는 ‘두사부일체’를 통해 비로소 흥행 배우로 올라섰고, 그 이미지가 대중에게 무척 강하게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TV에서 연기를 시작했지만, ‘두사부일체’로 흥행 배우가 된 이후에는 영화에만 전념하고 있다. ‘가문의 영광’ ‘공공의 적 2’ ‘투사부일체’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이외에도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 ‘나두야 간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등을 찍었다.

    정준호가 출연한 영화 중에서 중량감 있는 작품은 거의 없다. 대부분 가벼운 캐릭터로 등장해 코믹한 웃음을 주는 데 주력한다. 대중은 멀쩡하게 생긴 귀공자 스타일의 남자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한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아니라, 손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그가 있다고 생각한다.

    장진 감독의 최근 영화 ‘거룩한 계보’는 조폭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조직의 2인자였지만 보스에게 버림받은 뒤 복수를 꿈꾸는 동치성(정재영 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거룩한 계보’는 정재영과 정준호의 버디 무비처럼 홍보되고 있지만, 사실 이 영화는 철저하게 정재영 중심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작품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준호의 비중이 늘어나야 했다.

    보스를 대신해서 감옥에 들어갔지만 실리를 취한 보스의 선택에 따라 조직에서 버림받고 이제는 목숨까지 위험해진 동치성, 그리고 그에 맞서는 조직 내의 둘도 없는 친구이자 3인자에서 2인자로 올라선 김우중(정준호). 두 사람의 맞대결이 중요함에도 영화는 지나치게 정재영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영화에서 나의 출연 분량은 많지 않다. 새로운 영화를 결정할 때 출연 분량이나 비중을 고려하지는 않는다. 1년 365일 중 내 생일은 단 하루뿐이니, 나머지 364일은 남의 생일을 축하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정준호의 솔직한 이야기에 따르면, 그가 ‘거룩한 계보’에서 김우중 역을 맡기로 결심한 것은 장진 감독의 유혹 때문이었다. 그 유혹의 핵심은 정준호가 맡은 김우중이 ‘영웅본색’의 주윤발과 비슷한 결말을 맞는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사투리가 약간 어설프다. 하지만 배워가면서 열심히 작업했다. 장진 감독과 정재영을 비롯한 여러 배우와 즐겁게 촬영했다. 내가 맡은 배역은 싸움을 잘하지 못해서 액션신도 별로 없었다. 계속 얻어맞는다. 싸움을 잘 못하는 역할은 조금 쉬울 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얻어맞는 역할을 하려니 어려웠다.”

    미국 시장 겨냥한 ‘웨스트 32번가’서도 갱단 보스 역할

    정준호는 극중 정순탄 역을 맡은 류승룡에 대해 “처음에는 못 보던 사람이 와 있어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촬영 내내 그의 파워풀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면서 반해버렸다. 류승룡 씨는 우리 영화계의 숨은 보석이다”라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가 미국 시장을 겨냥해 뉴욕에서 촬영 중인 마이클 강 감독의 ‘웨스트 32번가’는 뉴욕 한인 거리를 배경으로 한국계 갱단의 음모, 배신, 야망, 사랑을 그리는 작품이다. 정준호는 이 영화에서 갱단의 중간 보스 역을 맡았고, 미국 TV 시리즈 ‘우주전함 갤럭티카’와 영화 ‘로미오 머스트 다이’ 등에 출연했던 모델 출신의 한국계 배우 그레이스 박이 갱단 두목의 여동생 역에 캐스팅돼 열연 중이다. 정준호는 12월부터 경남 김해에서 촬영하는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에도 출연한다.

    그는 정치에 대한 관심도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그의 모든 선행이 자신의 개인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즉 내면에서 우러나온 진심 어린 봉사 활동이며 이웃 사랑의 행위임을 우리는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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