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7

2006.10.24

北 핵실험은 희대의 사기극?

초라한 폭발력·방사능 미유출 등 의혹 제기 … 美 정보기관, 다량의 TNT 폭발 ‘의심’

  • 신성택 미 몬트레이 비확산연구소 객원교수·핵공학 박사

    입력2006-10-18 15: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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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핵실험은 희대의 사기극?
    “지하 핵시험을 안전하게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한 북한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지금까지 북핵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완성된 핵탄두’로 알려져 왔다. 그렇다면 이번 실험은 당연히 성공했어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했다. 하지만 인공폭발로 지진계를 흔들었으니 실패라고 단정짓기도 어렵다. 북한이 실험 과정을 담은 화면을 공개하든지, 아니면 추가적인 핵실험으로 뭔가를 보여주기 전에는 ‘절반의 성공’으로밖에는 평가할 수 없다.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은 두 가지다. 첫째는 핵실험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초라한 폭발력을 들 수 있다. 통상적으로 핵무기 실험 시 발생하는 핵분열 에너지는 가공할 폭발력을 보인다. 둘째는 “과학적 타산과 면밀한 계산으로 방사능 유출이 전혀 없었다”는 북한의 주장이 거짓말로 들린다는 점이다. 핵물질이 핵반응을 하는데 어떻게 방사능이 없을 수 있겠는가? 지하 핵실험 공간을 완벽하게 밀폐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몇몇 기체 방사능은 아무리 잘 밀폐해도 지상으로 새어나오게 마련이다.

    공간 아무리 밀폐해도 방사능 새어나오게 마련

    북한의 핵실험을 처음으로 탐지한 곳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였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10월10일 오전 10시 35분 33초께 함경북도 길주군 화대리에서 길주 방향으로 15.4km 떨어진 지점에서 진도 3.58 규모의 지진파가 발생했으며, 이 지진파는 이 연구원의 자동측정망인 강원도 간성에서 처음 감지됐다는 것이다. 이 정도의 지진파는 TNT 550t의 폭발력에 해당하는 핵실험이라고 발표했다. 일정 수준의 인공폭발이 있으면 당연히 지진계에 잡힌다.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사실 여부에 대한 확인을 미루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서 감지된 지진파는 핵실험에 의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북한에서 감지된 지진파는 1kt 미만”, “현재로서는 이것이 핵실험에 의한 것인지 단정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일단의 미 국방 당국자들은 북한에서 일어난 폭발 규모가 워낙 작아서 핵실험 여부를 확인하기 더욱 힘들다면서 “김정일이 세계를 속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또 다른 미국 관리도 리히터 규모 4 미만의 진동으로 볼 때 “이는 핵실험이라기보다는 TNT 수백t의 폭발 결과로 일어날 수 있는 종류의 지진”이라고 지적했다.

    왜 이런 지적이 나오는가. 나는 이에 대해 핵실험과 관련한 몇 가지 기술적 원리로 설명하고자 한다. 즉, 핵폭탄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측정하는 핵실험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느냐 하는 점과, 지진 강도와 핵폭탄의 위력을 어떻게 연관시킬 수 있느냐 하는 점에 대해 설명할 것이다. 여기서 핵폭탄의 신뢰성이란 터지느냐 안 터지느냐의 문제이고, 효율성이란 설계된 폭발 위력이 100%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의 문제다.

    핵무기와 관련한 실험에는 ①완성된 핵폭탄을 터뜨려보는 핵무기 성능실험(Nuclear Weapon Yield Test) ②핵분열 물질의 연쇄반응도를 알아보는 핵분열실험(Hydro-nuclear Test) ③핵무기에서 핵분열 물질을 뺀 나머지 부분, 즉 내폭구조(Implosion Devices)와 격발장치(Triggering Apparatus)의 기능을 점검하는 핵무기 구조역학실험(Hydro-dynamic Test) ④고폭화약의 성능을 측정하기 위한 고폭실험(High Explosive Test) 등이 있다.

    ①번 실험에는 임계질량(Critical Mass)의 플루토늄 ②번 실험에는 미임계질량(Sub-critical Mass)의 플루토늄이 사용되며 ③번과 ④번에는 핵물질인 플루토늄이나 고농축우라늄이 사용되지 않는다. 위의 모든 경우에 공통으로 고폭화약이 충전되며, 폭발실험 시 충격파가 나온다. 이 충격파는 지하 핵실험 시 지진파분석(Seismological Analyses)과 공중음파관측(Hydro-Acoustics Detection)을 통해 탐지된다. 즉, 이 두 가지 방법으로는 인공폭발에 의한 충격파만 탐측한다. 핵물질이 포함된 실험인지의 여부는 오직 방사성동위원소(radioisotopes)의 표본채집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현시점에선 핵실험으로 단정하기 어려워”

    지진이나 인공발파 시 발생하는 지진파와 공중음파를 관측할 수 있는 장비를 모두 갖춘 강원도 고성군 간성관측소는 북한 핵폭발 추정 지점에서 245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간성관측소에서는 북측 폭발 1분 20여 초 뒤에 지진파가 감지됐고, 음파는 15여 분 뒤에 감지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방사성동위원소는 어디에서도 탐측되지 않았다. 이 점을 염두에 둔 북한은 방사능 유출이 전혀 없었다고 미리 발표한 것이다. 엄청난 압력과 고열로 팽창된 방사능 흙먼지가 전혀 밖으로 새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하다. 어떤 경우라도 제논과 크립톤 같은 불활성기체, 세슘 같은 방사성 미립자들이 반드시 방출되게 마련이다. 이 부분에서 북한은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런 점으로 인해 현 단계에서는 이번 폭발실험이 핵실험이라고 최종적으로 확정짓기가 어렵다. 미국의 정찰위성이나 정찰기가 방사성동위원소를 탐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국 정보기관들은 핵실험이 아닌 다량의 TNT 폭발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방사성동위원소가 탐측되지 않으면 핵실험 위치를 정확하게 찾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방사성동위원소가 확산된 최초 지점을 알아야 핵폭발 실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 핵실험의 경우에는 지하 수직갱 또는 수평갱 내에서 핵폭탄을 그냥 폭발시키지 않고 핵폭탄 외부를 1~2m 두께의 철판, 콘크리트 등의 동심구로 에워싸게 된다. 이것을 공학용어로는 활공법(Cavity Method)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하면 매질(媒質)이 바뀌는 곳에서 진동파가 매질당 30~50% 감쇄된다. 결과적으로 관측소가 측정하는 파형이 상당히 변형되기 때문에 그만큼 분석상의 오차를 발생시켜 핵폭발의 위치, 위력, 개수 등을 잘못 해석하게 만든다.

    지진 강도를 폭발력의 크기로 환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플루토늄의 순도, 폭발 방법, 지진파 측정위치 등에 따라서 폭발 위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한국, 일본, 미국의 측정 강도가 모두 달랐다. 지진파 측정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오차가 커진다. 한국은 0.55kt, 일본은 8kt, 미국은 10kt으로 측정한 것이다. 방사성동위원소 탐측 데이터만 있어도 이 오차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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