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7

2006.10.24

물류량 조작?… ‘의혹의 대형 위그선’

비용·안전성 이유 전문가들 보류 결정… 수산개발원 자료 제공, 오거돈 前 장관이 적극 추진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6-10-18 12: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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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류량 조작?… ‘의혹의 대형 위그선’

    한 번에 300명을 태울 수 있는 대형 위그선 시뮬레이터.

    2005년 5월부터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가 한 민간기업과 손잡고 개발 중인 대형 위그선(초고속 해상운송 시스템) 사업을 둘러싸고 의혹이 일고 있다. 의혹은 해수부와 이 사업을 강행한 오거돈 전 장관, 그리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했던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하 수산개발원) 등에 집중된다.

    오 전 장관은 재임 당시인 2005년 5월 대형 위그선 개발 사업이 관계전문가회의에서 추가검토(보류)로 결정되자, 이를 ‘추진’으로 바꾼 주인공이다. 수산개발원은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자 대형 위그선의 용도를 여객용에서 화물용으로 바꾸는가 하면 한국, 중국, 일본의 항공 물류량을 ‘조작해’ 위그선 개발의 당위성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은 10월30일 해수부 국정감사에 오 전 장관을 증인으로 불러 이와 관련한 의혹을 따질 예정이다.

    물류량 조작?… ‘의혹의 대형 위그선’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대형 위그선 개발사업은 2005년 1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과제로 선정됐다. 수산개발원은 그해 2월부터 5월 초까지 타당성 조사를 벌여 여객용 대형 위그선 개발은 한계가 있지만, 화물용은 필요하다는 내용의 예비타당성 조사 보고서를 해수부에 제출했다. 화물용은 여객용보다 안전 기준 등이 덜 엄격하기 때문에 현재 기술 수준으로도 개발이 가능하고, 중국 및 일본 등과의 화물 물류량이 늘고 있어 화물용 대형 위그선 개발이 절실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 강행 특정 업체와 연관 의혹

    그러나 이 과정에서 첫 번째 의혹이 제기됐다. 수산개발원이 제시한 한-중-일 물류량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 수산개발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한-중-일 항공항로의 이용 비율이 2003년에 비해 2.7% 늘어났다. 그러나 항공운송진흥협회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한-중-일 여객 수는 오히려 3.6% 정도 줄었다. 화물도 비슷하게 하강곡선을 그렸지만 수산개발원이 제출한 자료에는 소폭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수산개발원 측은 “지난해 2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내려받은 건설교통부(이하 건교부)의 자료가 오래돼서 생긴 실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건교부 관계자는 “자료는 지난해 1월 초 모두 새로운 자료로 대체(업데이트)했다”며 정반대의 얘기를 했다. 홍 의원은 “위그선 개발의 당위성을 찾기 위해 의도적으로 수치를 왜곡한 흔적이 짙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두 번째 의혹은 2005년 4월25일 대형 위그선 개발을 둘러싼 예비타당성 조사 검토를 위한 관계전문가회의에서 추가검토로 결론이 났음에도 해수부가 위그선 개발을 강행한 배경에 모아진다. 이날 회의에서 전문가들은 수요 측면의 자료가 부실하고, 비용 편익 분석 방법론에 대한 구체적 설명 자료가 미흡하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과학기술부 기계소재심의관·에너지환경심의관·생명해양심의관 등 6명, 기술 분야 위원 10명, 경제성 분석 위원 3명 등 총 19명이었다.

    Tips
    위그선

    바다 위를 1~5m 높이로 떠 시속 250~300km로 달리는 배. 선박의 장점인 대량 수송과 항공기의 장점인 고속비행이 가능하다. 해운업계에서는 개발만 된다면 해상물류 강국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줄 미다스의 손으로 꼽는다.


    물류량 조작?… ‘의혹의 대형 위그선’

    한강에서 시험 운행 중인 위그선.

    전문가들은 또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와 국방부가 ‘민·군 겸용 기술개발 과제’로 2004년부터 20인승 위그선을 개발하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 2009년 개발 완료가 목표인 이 사업이 성공하면 기술 이전이 가능하고, 그 경우 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었다.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물 위에 떠서 시속 250km로 나는 위그선을 상용화한 국가는 아직 없다. 러시아와 독일이 군사용으로 개발했지만 안전을 이유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측면을 고려해 “대형 위그선 개발은 기술적으로 다소 도전적이고 위험 요소가 있다”며 위그선 개발사업을 보류 사업으로 결정했다. 그로부터 한 달쯤 후인 5월20일에는 관련 부처 실·국장단으로 구성된 실무조정회의가 비슷한 이유로 이 사업을 추가검토 사업으로 분류했다.

    오 전 장관 “의혹 없어, 국회 불출석”

    그러나 5월26일 대형 위그선 개발 사업은 대반전의 기회를 맞았다. 오 전 장관이 7차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전문가 및 실무자들의 견해에 아랑곳하지 않고 추진 의사를 강력히 피력, 결국 추인을 받아낸 것. 오 전 장관은 동북아 해상 물류중심 구축이라는 전략적 목표와 민간의 참여 및 해외협력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홍 의원은 이런 오 전 장관의 판단에 문제를 제기한다.

    광양항 부두 운영권 사업자 평가 결과
    항목 세부항목 배점 사업신청 업체
    한진해운 PSA STX
    컨소시엄
    화물창출능력 화물처리 실적 25 25 15 5
    선사의 지분출자 비율 25 25 5 25
    소계 50 50 20 30
    부두운영역량 장비 및 전산시설 설치계획 5 4 5 3
    인력배치계획 5 5 5 3
    국내터미널 운영경험 5 5 1 1
    소계 15 14 11 7
    재무 상태 부채 비율 5 3 5 4
    유동 비율 5 3 5 4
    이자보상률 5 3 5 4
    소계 15 9 15 12
    채권매입액 채권매입 규모 5 3 5 5
    사용료 기본 사용료 5 3 4 5
    참여운영 형태 단일회사 구성 여부 10 10 10 8
    합계   100 89 65 67


    “전문가 그룹이 지적했듯 위그선은 국방부와 산자부가 2009년을 목표로 개발 작업을 추진 중이다. 대형 위그선은 시험선(샘플선) 하나를 만드는 데 1700억원이 든다. 해수부는 비용의 절반을 투자할 예정이다. 오 전 장관이 전문가와 관계 실무자들의 반대에도 왜 이 사업을 강행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홍 의원은 해수부의 이런 결정은 중복투자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차세대 해상운송 수단으로 평가받는 위그선 개발사업은 당초 한진중공업, 삼성중공업, 한국화이바, STX조선 등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 가운데 한진중공업은 해수부에 사업 참여 의향서를 제일 먼저 제출할 만큼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갑자기 사업 참여를 포기했다. 홍 의원 측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며 의혹을 제기한다.

    해수부는 2006년 2월, 대형 위그선 실용화 사업자로 STX조선을 선정했다. STX조선에는 오 전 장관의 출신 고교(경남고) 후배 몇 명이 전문경영인으로 포진하고 있다. 홍 의원 측은 이에 주목한다.

    해수부는 올해부터 대형 위그선 개발사업과 관련한 자금을 집행할 계획이다. 1차 투입 예산은 74억원 정도. 그렇지만 해수부는 자금 집행을 미루고 있다. 산자부와 건교부의 승인을 받을 사항이 많고 제반시설물 투자에 대한 협의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오 전 장관은 10월12일 전화 통화에서 “한 점의 의혹도 없다”면서 “당시 구체적 사항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실무자들이 내용을 잘 알고 있으니 그들에게 물어보라”고 덧붙였다.

    오 전 장관은 현재 중국 베이징대외경제무역대학 방문연구자(2006년 9월~2007년

    2월) 신분으로 주로 중국에 머물고 있다.

    오 전 장관은 10월11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위원장 권오을)에 불참사유서를 보냈다. 한점 의혹도 없다면 오히려 당당하게 출석해 적극 해명해야 하지 않을까.

    해수부 또 다른 의혹 ‘광양항 부두운영권’

    공개입찰 최고 점수 배제 2위 업체에 사업권


    컨테이너부두공단(이하 공단)은 2006년 2월 ‘광양항 3단계 1차 컨테이너부두(총 4선석 1단위 규모) 운영사’를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선정했다. 이 사업권은 향후 30년간 보장되는 알짜 사업. 한진해운, PSA(외국 해운사), STX그룹의 계열사인 STX팬오션 3개 사가 입찰에 참여했다.

    공단 측의 사업자격 평가 결과 최고 점수를 받은 업체는 한진이었다. 당시 한진은 100점 만점에 89점을 얻어 경쟁사인 STX팬오션(67점)과 PSA(65점)를 멀찌감치 앞섰다. 그러나 공단 측은 1위 기업인 한진을 배제한 채 2위 업체인 STX팬오션에 사업권을 줬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공단 측은 ‘우대조건론’을 들어 해명한다.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업자 모집 공고에 4선석 1단위 업체를 우대하겠다는 조건을 명시했다. STX팬오션은 이 조건에 맞게 4선석 1단위를 신청했다. 반면 한진은 높은 점수에도 2선석 1단위 운영을 희망해 탈락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 측의 이런 해명에는 의혹이 뒤따른다. 사업자 모집 공고에는 4선석 1단위와 2선석 1단위 모두 신청할 수 있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2선석 단위 운영을 신청한 한진도 자격에 하자가 없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원래 2선석 1단위 업체는 응찰 자격 자체를 박탈한다고 되어 있었다”며 또 다른 조건을 거론했다.

    그렇더라도 문제는 또 생긴다. 공단 측 주장대로라면 2선석 1단위를 신청한 한진해운은 애초 응찰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가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공단 측은 한진을 대상으로 마지막 심사까지 했다. 공단 측은 “(한진이) 자료를 제출했기 때문에 심사를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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