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4

2006.09.26

드라마 형식 파괴 시작됐나

‘4부작 미니시리즈’ 봇물 … 실험·독창성 주목

  • 배국남 마이데일리 대중문화 전문기자 knbae24@hanmail.net

    입력2006-09-21 1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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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형식 파괴 시작됐나

    ‘도로시를 찾아라’

    “지금까지 경찰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는 대부분 사랑 얘기 등에 초점을 맞춘 멜로, 휴먼 드라마였다. 그러나 최근 방송을 시작한 ‘특수수사일지 : 1호관 사건’은 사건 해결과 추리 과정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직업으로서의 형사를 다룬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전의 것과는 다르다.”

    9월13일 1회가 방송된 KBS 4부작 드라마 ‘특수수사일지 : 1호관 사건’ 권계홍 PD의 말이다. 권 PD는 “다양한 장르 드라마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 드라마를 통해 KBS가 새로운 형식으로 새로운 내용의 드라마를 선보이게 됐다. 새로운 관점에서 드라마를 시청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터뷰 도중 유독 ‘새로운’이라는 형용사에 강조의 방점을 찍었다. 그에게 ‘새로운’은 현재의 드라마 포맷, 특히 16~24부작으로 정형화된 미니시리즈의 진부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제작진의 노력을 함축한 표현인 듯했다.

    드라마 형식 파괴 시작됐나

    ‘특수수사일지’

    청와대라는 특수공간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 수사를 둘러싼 수사물 형식의 이 드라마는 6월13일부터 두 달에 걸쳐 사전제작을 했다. 방송된 1회분이 다분히 미국 수사드라마 CSI의 분위기를 풍겼지만 영상과 장르 실험, 세트의 완성도, 컴퓨터그래픽 등 기존 미니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요소들이 시청자의 눈길을 잡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 안방에 미니시리즈의 포맷이 도입된 것은 1987년이었다. 미국 ABC가 77년 ‘뿌리’라는 작품으로 미니시리즈라는 포맷을 선보인 지 정확히 10년 뒤였다. 첫 작품은 MBC가 방송한 8부작 미니시리즈 ‘불새’(원작 최인호)였다. 미니시리즈는 장기 연속극이 갖지 못한 긴장감과 속도감, 실험성, 작품성을 집약적으로 드러냈고 단막극의 일회 완결성에서 오는 아쉬움을 보완하는 포맷으로 각광받았다. 또한 20년 가까이 드라마의 시청률 선봉장 구실을 해왔으며, 최근에는 한류의 기폭제 역할도 했다.



    하지만 세월의 깊이만큼 부작용도 많았다. 특히 멜로드라마가 미니시리즈의 95%를 차지하는 등 장르 획일화가 심했다. 비슷한 내용과 진부한 형식, 상투적 캐릭터의 반복 등은 결국 시청자의 외면을 불러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본 시청률이 20~30%이고 50%라는 대박을 적지 않게 기록했던 미니시리즈가 심심찮게 나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시청률이 2%대까지 추락하는 미니시리즈가 속출하고 있으며 20%대만 나와도 성공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날개 없는 추락이 계속되고 있다. 올 들어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미니시리즈는 ‘궁’과 ‘마이걸’, ‘돌아와요 순애씨’ 정도에 불과하다.

    진부함과 상투성, 획일성으로 점철된 미니시리즈 포맷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것이 바로 초미니시리즈 4부작 실험이다. 우리 안방에서 생소한 4부작 미니드라마는 지난해 방송된 MBC ‘베스트 극장-태릉선수촌’으로 이미 시청자의 눈길을 끈 바 있다.

    MBC는 7월 아이의 유괴사건을 소재로 한 스릴러 형식의 ‘도로시를 찾아라’를 방송해 역시 호평을 받았다. KBS는 ‘특수수사일지 : 1호관 사건’에 이어 4부작 드라마 ‘도망자 이두용’을 9월27일부터 방송할 예정이다. 이 드라마는 살인죄 누명을 쓰고 도피 생활을 하는 말단 폭력 조직원의 얘기를 다룬 액션 음모극.

    속속 제작되고 있는 4부작 초미니시리즈는 사전제작제가 가능한 형태인 데다 연출자나 작가가 실험성과 독창성을 펼칠 수 있어 새로움을 불어넣을 수 있는 포맷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장르와 소재를 다양화하고, 횟수를 포함한 포맷과 제작관행의 변화에 기폭제가 될 것이다. 유행하고 있는 4부작 미니시리즈의 실험이 한국 드라마의 지평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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