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4

2006.09.26

교통사고 전문로펌 ‘스스로닷컴’ 떴다

2000년 인터넷에 둥지 틀고 업계 최강 우뚝 … 사건 3100여 건 맡아 패소율 1%도 안 돼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06-09-21 14: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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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사고 전문로펌 ‘스스로닷컴’ 떴다
    “소송을 통해 금전적으로 얻는 기쁨도 크지만, 무척 편하게 소송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게 더없이 행복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 인생에서 평생 잊히지 않을 겁니다.”(7월26일, ID tas505xm)

    “남들 얘기로만 생각하고 살아오다 막상 내가 당하고 보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하지만 교통사고라는 보험회사들만의 영역에 일반인도 소송을 통해 보상받아야 할 권리와 방법을 제시해준 사이트가 생겼고, 다른 변호사 사무실 혹은 손해사정인에 비해 가족처럼 정답게 소송을 이끌어주신 변호사님과 인연을 맺게 되어 감사드립니다.”(7월8일, ID nas220)

    교통사고 전문로펌 ‘스스로닷컴’(www.susulaw.com) 홈페이지의 ‘소송을 마치고’ 코너엔 이런 감사의 글들이 숱하게 올라 있다. 의뢰인들이 자신의 소송을 맡아 진행한 법률사무소에 이처럼 ‘찬사’를 아끼지 않는 까닭은 뭘까.

    이유는 간단하다. 스스로닷컴의 교통사고 손해배상 사건 패소(원고 청구 기각 판결)율은 1%를 밑돈다. 교통사고 소송에 관한 한 국내 최강의 전문성을 자랑하고 있는 것. 연간 1000여 명의 법조인이 쏟아져 나오고 내년 법률시장 개방까지 앞둬 상당수 변호사들이 생존 위기로까지 몰린 탓일까. 스스로닷컴의 ‘독주’는 유독 돋보인다.

    스스로닷컴이 사이트를 개설한 때는 2000년 10월. 당시만 해도 몇 안 되는 ‘사이버 로펌’ 중 하나에 불과했다. 본격적으로 교통사고 사건을 수임하기 시작한 건 2001년 초. 이후 2006년 9월 현재까지 처리한 사건은 무려 3100여 건이다.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도 580여 건에 달한다. 대법원 사법개혁위원회의 2004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스로닷컴은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교통사고 손해배상 소송의 25%를 쓸어담아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서울중앙지법 교통사고 소송 25% 싹쓸이

    스스로닷컴의 대표는 한문철(45) 변호사. 서울대 법학과, 사법시험 27회 출신으로 1991∼92년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거쳐 93년 변호사 사무실을 낸 그도 개업 초기엔 여느 변호사들처럼 수임 사건의 90% 이상을 형사사건으로 채웠다. 그랬던 그가 교통사고에 눈 돌리게 된 건 95년 전국버스공제조합 고문변호사로 일하면서부터다. 군법무관 시절인 89년, ‘교통사고의 법률지식’이란 책을 펴낸 것도 한 계기가 됐다. 그런 그가 변호사 업계 ‘블루 오션’ 개척의 최적지로 떠올린 게 바로 사이버 공간.

    “인터넷을 처음 접한 때가 1999년 12월이다. 그땐 e메일이 뭔지도 몰랐다. 그런데 당시 인터넷에 몇 있던 교통사고 정보 사이트들을 살펴보니 대부분이 보험사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었다. 피해자에게 불리한 내용만 가득했다. 그래서 ‘에라, 내가 한번 해보자’며 그동안 맡아온 사건들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꾸려 스스로닷컴을 만들었다. 요즘에는 교통사고 피해자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스스로닷컴을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한 변호사)

    교통사고 전문로펌 ‘스스로닷컴’ 떴다

    한문철 변호사(맨 앞)와 스스로닷컴 직원들.

    국내에 등록된 차량은 1500만 대. 한 해 전국의 교통사고 피해자(부상·사망)만 줄잡아 50만~70만 명.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아무도 원하지 않는 교통사고 분야로 특화한 인터넷 법률서비스는 ‘교통사고 사건=한문철’이라는 새로운 등식으로 뿌리를 내렸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한 변호사가 직접 개발해 특허등록까지 마친 ‘교통사고 송무관리 시스템’. 그동안 자신이 맡았던 사건들에 대한 기록과 관련 판례를 유형별로 전산화한 데이터베이스는 물론, 상담에서부터 판결 선고까지 의뢰인의 소송 진행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 및 입력함으로써 업무를 원활히 처리할 수 있는 독특한 시스템이다. 교통사고 소송은 의료사고 소송 등과 달리 패턴이 일정한 경우가 많아 이를 종류별로 정형화하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점도 시스템 구축 성공에 한몫했다. 한 변호사가 사이트 마련에 쏟아부은 돈은 15억원.

    스스로닷컴 사이트엔 ‘소송 일기’라는 특이한 코너가 있다. 이는 의뢰인과 스스로닷컴 직원만 열람할 수 있는 일종의 게시판. 이 공간을 통해 모든 소송 관련 사항들을 온라인으로 주고받는다.

    스스로닷컴의 최대 강점인 낮은 패소율의 비결은 뭘까. 한 변호사는 “항상 소송 결과가 가장 좋지 않을 경우까지 가정해서 소송에 만전을 기한다. 그동안 축적된 소송 경험과 피해자의 소득, 과실, 장해 등 교통사고 소송의 3대 요인을 면밀히 따져서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이 생길 것 같으면 사건 수임을 피한다”며 “소송을 해봐야 의뢰인에게 실익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 변호사는 모든 의뢰인들과 직접 일대일 상담을 한 뒤 사건 수임 여부를 결정한다. 그의 사무실엔 상담 장면을 녹화하는 비디오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의뢰인들이 소송 후 자칫 ‘다른 말’을 할 것에 대비한 증거 확보용이다.

    다른 변호사들 비해 수임료도 훨씬 싸

    스스로닷컴엔 그 흔한 사무장도 없다. 한 변호사는 그 이유에 대해 “교통사고 소송과 관련, 많은 사무장들이 사실상 사건을 물어오는 브로커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한다. 대신 한 변호사를 포함한 4명의 변호사, 속기사 3명, 간호사 5명 등 28명의 직원이 다른 사건은 일절 맡지 않은 채 교통사고 소송만을 100% 전담한다. 속기사는 사건 기록과 소송 진행 상황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통사고 송무관리 시스템에 입력한다. 대형병원 출신인 간호사들은 피해자와 함께 병원에 가서 환자의 몸 상태와 진료 기록을 꼼꼼히 챙긴다. 날고 기는 보험사 송무담당자들에 맞서려면 나름의 ‘날 선 무기’가 필수적인 까닭이다.

    교통사고 전문로펌 ‘스스로닷컴’ 떴다

    스스로닷컴 홈페이지.

    스스로닷컴의 수임료는 착수금 명목인 기본 수임료 220만원에 승소 시 배상금액의 7.7%(사망사고) 또는 10%(부상사고). 원래 부상사고인 경우 7.7%, 사망사고일 때는 4.4%를 받았지만, 적자가 나서 4월부터 수임료를 올렸다고 한다. 그래도 다른 변호사 사무실에서 통상적으로 330만원가량의 기본 수임료와 승소 시 배상금액의 10~20%를 받는 것에 견주면 상당히 적은 액수다. 이 역시 사건을 알선해주고 소개료를 챙기는 브로커라는 중간매개체를 경유하지 않는 ‘직거래’ 덕분에 가능하다는 것이 스스로닷컴 측의 이야기다.

    스스로닷컴 회원은 현재 7만9000여 명. 하루 평균 50~60명이 신규로 가입한다. 한 변호사는 매일 교통사고와 관련한 50여 건의 무료 법률 상담을 빼놓지 않고 해준다.

    인터넷을 통해 성공한 유일무이한 변호사로 알려져 있는 한 변호사. 그는 자신이 ‘창조’한 스스로닷컴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볼까.

    교통사고 전문로펌 ‘스스로닷컴’ 떴다

    스스로닷컴은 모든 업무를 ‘교통사고 송무관리 시스템’으로 전산화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법률 사이트가 사이트 자체로 수익을 얻으려고 하면 백이면 백 다 망한다. 사이트는 어디까지나 무료로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다만 이 공간을 기반으로 가랑비에 옷 젖듯 입소문이 퍼지면, 그것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며 “스스로닷컴은 앞으로 4년 후면 투명하고 깔끔한 업무 처리, 저렴한 수임료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법률서비스의 대표격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통사고 피해자들을 위한 ‘예인선’이 되고 싶다는 한 변호사가 스스로닷컴 사이트에 직접 촬영한 배 사진과 함께 올려둔 인사말이 인상적이다.

    “저 작은 예인선이 자기 몸집보다 몇십 배 큰 배를 끌고 가듯, 저도 비록 작은 능력이긴 하지만 스스로의 권리를 찾지 못하는 소외되고 힘들어하는 그 누군가를 위해 저의 작은 몸을 불태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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