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4

2006.09.26

“전작권 환수는 전쟁 유발, 민족 공멸 자초 행위”

신일순 前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의 직격탄

  • 입력2006-09-21 14:0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전작권 환수는 전쟁 유발, 민족 공멸 자초 행위”

    8월11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반대 집회에 역대 국방부 장관과 성우회 회원들이 군복을 입고 참가했다(좌).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시절의 신일순 장군(우).

    신일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예비역 육군대장)이 ‘주간동아’에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군의 선배, 원로들이 한목소리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반대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가만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장문의 기고문을 보내왔다. 신 장군은 3군단장(1999년 11월~2001년 11월), 교육사령관(2001년 11월~2002년 4월), 육군참모차장(2002년 4월~2003년 4월), 한미연합사 부사령관(2003년 4월~2004년 5월) 등을 역임한 군 내 미국통이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의 ‘2012년 전시 작전통제권(전시작통권) 환수 희망’ 서한에 대한 답신으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2009년에 전시작통권을 한국에 이양하겠다’는 서한을 보내왔다. 2012년도 터무니없는 시기상조인데 2009년이라니, 한마디로 국가안보 비상사태다. 하긴 노무현 대통령이 “작통권 환수는 당장 하면 좋고 지금 환수하더라도 괜찮다”고 했고, 부시 미국 대통령도 “한국이 원하는 대로 해주라”고 지시했다니, 이변이 없는 한 환수 합의는 기정사실화되는 것 같다.

    연합사 체제 전쟁 억제, 전쟁 승리 보장

    현 정권은 전시작통권을 환수할 때까지 미비한 제반 전력을 확보하고 한국군 단독의 전쟁계획을 만들 것이며, 환수 후에도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하고 전쟁 발발 시 압도적인 미 증원군도 올 것’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호도하고 있는데, 이는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며 전문적인 군사지식이 부족한 일반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다. 과거 김일성은 남한의 시국이 혼란할 때 남침하지 못했던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는 말이 있었는데, 2009년이 됐건 2012년이 됐건 전시작통권이 한국에 환수되고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는 날, 김정일에게는 남침을 위한 최상의 호기가 주어지게 되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이 발발하면 우리가 승리한다고 해도 결과는 민족공멸이 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전시작통권 환수 논의는 여기서 당장 중단해야 한다. 국가와 민족의 존망 문제를 변질된 자주 논리의 흥정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부시 대통령에게 ‘사과’를 해서라도 현 한미연합방위체체를 존속시켜야 한다. 그 길만이 우리가 사는 길이다. 우리 민족의 생사가 달린 일인데 체면 좀 깎인다고 대수이겠나.



    현 한미연합방위체제 아래에서 연합사의 임무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고, 억제가 실패할 때 북한군의 공격을 격퇴하여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한미연합사는 사실 주한미군 자체보다도 더 실증적이고 확실한 전쟁 억제력의 근간이다. 왜냐하면 북한이 남침을 주저하는 이유는 주한미군 전력 자체보다 남한에서의 전쟁 수행 주체가 한미연합사이기 때문이다. 설사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한미연합사는 세계 최상의 작전계획 5027에 의거, 작전 초기부터 시차별부대전개목록(TPFDL)에 명기된 실로 막강한 전력을 한반도에 전개시켜 북한군을 효과적으로 격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는 을지포커스 등 수많은 훈련과 연습을 통해 실증적으로 검증된 사실이다. 한마디로 현 한미 연합방위체제 아래에서는 전쟁 억제도, 전쟁 승리도 확실하게 보장받고 있는 것이다.

    “전작권 환수는 전쟁 유발, 민족 공멸 자초 행위”

    8월10일 송파구 신천동 향군회관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해 역대 국방부 장관들이 성명서 초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전시작통권이 환수되면 한미연합사는 당연히 해체된다. 그렇게 되면 전쟁 억제도, 전쟁 수행도 기본적으로는 한국군 단독으로 치러야 한다. 국방부의 구상대로 전시작통권을 환수하기 전까지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F-15, 이지스 구축함을 사들이고, 한국군 지휘통제통신체계(C4I)를 개발하고, 한국군 단독의 전쟁계획을 만들면(이런 조치들에 대한 국방부 목표 연도는 2012년임), 전쟁 억제는 물론 전쟁 승리도 현 한미연합사 체제 못지않게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한마디로 천만의 말씀이다. 더군다나 환수 연도가 2009년으로 합의될 경우 국방중기계획을 대폭 수정해야 할 터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2012년으로 합의돼 그때까지 이러한 조치들이 완료된다 하더라도 한국군 단독의 방위충분성 조건에는 태부족이며, 그러한 조치들마저 완전 전력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수년간에 걸친 시험·검증 기간과 연습·훈련이 필요하다.

    전시작통권 환수 합의로 북한 측에 대해 “이제는 내 군대에 대해 확실한 통제권을 행사하게 됐다. 자주국가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게 됐다”면서 당당하게(?)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한반도 평화협정이라도 체결하려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전쟁 억제 장치로서 확실한 담보가 될 수는 없다. 실존적 힘이 없는 상태에서의 국가 간 서면 합의나 약속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는 과거 독소(獨蘇) 불가침조약 또는 월남 패망에서 보듯이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확실한 전쟁 억제력과 실질적인 전쟁 수행 능력만이 국가 안위와 주권을 보장할 수 있을진대, 그것을 확실하게 보장하고 있는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는 것은 전쟁을 유발하고 민족공멸을 자초하는 행위다.

    한국군 단독으로는 갈 길이 너무 멀다. 한국군은 그동안 자주국방 태세 확립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으며, 실제로 많은 발전을 이룩했다. 정보능력만 해도 20~30년 전에 비하면 참으로 많은 발전을 해서 지금은 제한적으로나마 백두산 일대까지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고, 2012년까지는 공중조기경보기도 들여올 계획이다. 그러나 한반도 전쟁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는 현 한미연합사 체제와 같이 인공위성을 포함한 국가 차원의 전략정보 자산은 물론 각 군 공히 말단 제대에 이르기까지 각급 제대에서 필요한 전술정보 자산이 모두 확보돼야 하고, 또 획득된 첩보들을 실시간대로 분석·평가·융합하여 각급 제대에 전파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려면 엄청난 예산과 기술, 시간이 필요하다.

    전략정보자산 확보 예산과 시간 필요

    현 시스템으로 한미 양국군은 북한의 동태를 문자 그대로 실시간대로 파악하고 있다. “전시작통권이 환수되더라도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정보활동을 하게 돼 있고, 작통권을 넘겨줬다고 위성을 내리겠느냐”고 했는데, 옳은 이야기다. 전시작통권 환수 후에도 미국은 한반도에서의 정보활동을 계속할 것이며, 인공위성도 임무 수행을 계속할 것이다. 그런데 수집·분석·평가된 정보를 현재처럼 실시간대로 100%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누가 자기 돈 들여 얻은 정보를 대가 없이 공짜로 주겠는가. 막말로 “획득한 정보가 없다. 모르겠다”고 하면 그만인 것이다. 적을 제대로 보지도 알지도 못한다면 그 전쟁의 결과는 보나 마나 한 것 아니겠는가.

    C4I 시스템 또한 큰 문제다. 각 군과 합참에서는 현재 목표 연도를 정해놓고 체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이러한 시스템은 합참으로부터 말단 전술 제대에 이르기까지 전략 및 전술 시스템이 상호 연동돼야 하고, 전투부대와 전투지원 및 전투근무지원 부대 간의 연동과 각 군 간의 연동, 그리고 유사시 증원될지도 모르는 동맹국 군대까지도 통합 지휘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개발돼 그 실효성과 연동성이 시험 보완돼야 하는데, 이 문제 역시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며 하루이틀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나는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으로 재직할 때는 물론 지금도, 한국에 세계 최고 수준의 한미연합 C4I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스럽게 생각해왔는지 모른다. “전시작통권이 지금 환수되더라도 괜찮다. 작통권 행사할 수 있다”라고 한 말의 속내는 무엇인지, 무엇을 제대로 알고나 하는 소리인지 자못 궁금하다.

    북한군의 가장 심각한 위협은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와 장거리 미사일, 특수전부대 등 이른바 비대칭 전력이다. 재래식 전력의 위협은 한국군 나름대로 감당할 수 있지만, 이 같은 비대칭 전력에 대한 한국군 단독의 대응능력은 전무하거나 대단히 미흡한 실정이다. 한국은 현재 한미연합방위체제 하에서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어, 확실한 대북 억제력을 제공받고 있다. 화학무기 또한 북한은 2500~5000t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는 데 비해, 우리는 극히 제한적이며 소극적인 방호 수단만 갖고 있을 뿐이다. 북한군이 보유하고 있는 천연두 등 13종 이상의 생물학 무기에 대한 방호 수단도 전혀 갖추고 있지 않다. 이러한 대량살상무기가 사용될 때 예상되는 피해에 관한 미 랜드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보면 참으로 가공할 수준이다.

    600여 기의 스커드 미사일과 200여 기의 노동 미사일에 대한 우리 군의 방호능력은 전무하고, 대응능력 또한 미흡하기 그지없다. 유사시 지상·해상·공중으로 침투해올 10만명 이상의 북한 특수전부대의 위협 또한 결코 만만치 않다. 이러한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효과적인 방호 및 대응능력 확보는 2012년이 돼도 불가능하며, 이는 오로지 주한미군 및 미 증원 전력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우리의 잘 훈련된 특전부대와 해병대 작전도 미군의 적시 지원이 없이는 엄청난 제한을 받는다.

    우리 軍 북한 미사일 방호능력 미흡

    노 대통령은 “전시작통권을 환수한 후에도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하며, 유사시 압도적인 미 증원 전력이 전개된다. (…) 한반도의 전략적 위치가 미국이 속이 좀 쓰려도 쉽게 포기할 만한 곳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는 어떻게 생각하면 맞는 말인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 전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은 한국군에 전시작통권을 이양한 후에도 주한미군을 다 철수하지는 않을 것이며, 유사시 어느 정도는 미 증원군을 보낼 것이다. 문제는 ‘어떤 전력이 얼마나 잔류할 것이며, 유사시 어떤 형태의 전력이 얼마나, 언제 증원될 것인가’다. 일개 중대가 잔류해도, 일개 사단만 증원돼도 ‘주한미군 주둔 지속, 미 증원군 지원’이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주한미군은 그 자체가 전쟁 억제 기능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와 같이 한미연합방위체제 아래에 있어야만 확실한 억제력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한반도의 전략적, 지정학적 중요성은 국제 정세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 탈냉전 이후 일극체제를 주도하는 미국은 반미 성향의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부담 때문에 일본과의 동맹강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해나가고 있다.

    미 증원군 또한 한국에 오기는 올 것이나, 현재와 같이 작전계획 5027에 의거해 그야말로 엄청난 규모의 미 증원군이 거의 자동적으로 한반도 상황에 맞춰 속속들이 전개될 것인지는 아무도 보장할 수 없다. 설령 미국이 미 증원군 전개를 보장한다 하더라도, 현 작전계획에 반영된 증원 전력의 20%가 올지 30%가 올지 아무도 모르고, 그것도 전쟁 발발 한 달 후가 될지 두 달 후가 될지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전쟁 개입 여부, 파병 규모나 시기 등이 당시의 국제정세 흐름과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미국의 평가에 의거해 ‘미 의회의 헌법 절차에 따라’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 초기 수도권에 대한 적의 170mm/ 240mm 장사정포 위협도 미군의 적시 지원 없이는 극복이 불가능하다. 북한의 말대로 서울이, 남한 전체가 불바다가 되어버린 후에 압도적인 미 증원군이 한국에 온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최근 청와대 안보정책실은 “한미연합사 전시작통권=미군 자동개입 논리는 무지의 소산이며, 현재도 미군의 자동개입 보장은 안 된다”며 현 한미연합사 체제에 의한 미군의 자동개입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참으로 한심스럽다. 누구를 위한 궤변인가. 그렇다면 현 체제는 미군의 자동개입 보장이 안 되기 때문에 유사시 확실한 자동개입 보장을 위해 전시작통권 환수를 추진하자는 것인가? 안보정책실의 말대로 현재도 미군 자동개입이 명문화돼 있는 문서는 없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 시 전쟁 수행 책임을 지고 있는 한미연합군 사령관이 한미 양국 합참의장과 양국 대통령 및 국방장관에게 DEFCON(방어태세)의 단계별 상향 조정 등의 제반 조치와 함께 한반도 전쟁계획 5027의 시행을 건의할 때, 그런 건의를 승인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한미연합사가 존재하는 한 북한군의 남침은 한미 두 나라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며, 이때 미국은 대통령의 전쟁수권법(War Powers Resolution)에 의해 의회의 동의 없이도 전쟁선포, 즉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작전계획 5027의 시행을 승인하고 지시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 시스템 아래에서 미군 자동개입” 표현에는 현실적으로 전혀 오류가 없다. 그 실질적, 현실적 의미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

    자주 명분 때문에 엄청난 실리 포기

    전시작통권을 환수하겠다는 자주 논리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으나, 분명한 사실은 이 땅에서 전쟁은 반드시 억제돼야 하며, 만의 하나 전쟁이 발발할 경우에는 기필코 전쟁에서 이겨서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최선책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동맹체제인 현 한미연합방위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현 체제는 ‘한국과 미국이 한국에 대한 외부의 침략을 공동 방위’한다는 것이다. 유사시 연합사는 한미 간 동등하게 편성돼 있는 장군참모단과 한미 지휘관회의를 통해 주요 의사결정을 실시간대로 하게 돼 있고, 지휘체계상 한국 대통령과 국방장관 및 합참의장은 주한미군은 물론 엄청난 규모의 미 증원군까지를 미 측 카운터파트와 공동으로 지시·통제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 주권을 침해한다는 자주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결속력이 강한, 문자 그대로 혈맹의 우의에 입각한 한미동맹의 근간을 스스로 없애버리는 것이다. “전시작통권을 단독 행사하더라도 한미동맹은 유지되고 현행 SCM/ MCM(양국 국방장관/ 합참의장 회의) 체제도 유지될 것”이라고 하지만, 단독 행사와 동시에 실질적으로 SCM/ MCM 체제도 유명무실해질 것이며 한미동맹도 태국이나 필리핀 수준으로 약화 내지는 와해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하여 어느 날 또다시 전쟁이 나서 한반도가 불바다가 되면 과연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이 평화통일을 이룩한 뒤에도 한미연합방위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것처럼 시기에 기초(time-based)할 것이 아니라, 필히 여건/ 상황에 기초(situation-based)해서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정부는 자주라는 명분을 좇아 엄청난 실리를 스스로 포기하려 하고 있다. 작은 이익(전시작통권 환수)을 얻고자 엄청난 이득(한미동맹)을 잃는 우(愚)를 범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이것이 일개 기업이나 집단의 문제라면 몰라도 한 나라의 생존과 민족의 존립 문제가 걸려 있다면 마땅히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지 않겠는가. 노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과 역사의 평가를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