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1

2006.09.05

놀면서 배우는 ‘친구 사귀기’ 우리 아이 확 달라졌네!

친구와의 갈등 다루기 등 기술 습득 … 수업시간 집중력 향상,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6-08-30 13:5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놀면서 배우는 ‘친구 사귀기’ 우리 아이 확 달라졌네!

    2005년 성동구 내 한 초등학교의 일반학급을 대상으로 진행된 ‘친구 사귀기’ 프로그램의 수업 모습.

    동완(가명·9)이는 서울 성동(구청장 이호조)정신건강센터와 한양대병원 소아정신과가 해마다 실시하는 어린이 정신건강 검진에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판정을 받았다. 늘 장난이 심하고 주의가 산만해 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지적을 자주 받았을 뿐 아니라 엄마가 하는 말을 금방 잊어 혼나기 일쑤였다.

    하지만 동완이는 성동정신건강센터가 학기마다 실시하는 ADHD 어린이를 위한 ‘친구 사귀기’ 프로그램에 참가한 덕분에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동완이 엄마는 “예전엔 열 번 말해야 들을 일을 지금은 세 번 말하면 듣는다. 또 예전에는 시간약속에 대한 개념이 없었는데, 지금은 시간약속을 잘 지킨다”며 동완이의 달라진 모습에 기뻐했다. 담임교사도 “수업시간에 집중력이 좋아졌다”며 동완이를 칭찬해줬다고.

    어린이와 별도로 부모 훈련 프로그램도 실시

    성동정신건강센터는 정신건강 검진에서 ADHD로 판정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사회기술훈련 프로그램인 ‘친구 사귀기’를 진행하고 있다. 매주 1회씩 총 8주에 걸친 프로그램으로, 이 센터 아동청소년 정신보건사업 담당자인 김윤영 아동심리치료사가 주 진행을 맡으며, 한양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보조진행자로 참여한다. 또 ADHD 어린이들의 부모를 대상으로 부모 훈련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부모 훈련은 역시 한양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맡아 진행한다. “ADHD 어린이들은 친구 사귀는 데 서투른 등 학교생활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런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 되는 사회적 기술을 배우게 해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김 담당자의 설명이다.

    친구 사귀기 프로그램은 ‘좋은 놀이친구 되기’ ‘결과를 기분 좋게 받아들이기’ ‘예의 바르게 자기 주장 하기’ ‘친구와의 갈등 다루기’ 등의 강의로 구성돼 있다. 각 강의마다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기술을 배우고, 역할극을 통해 연습한다. 예를 들어 어린이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친구와의 갈등 다루기’에서는 친구가 놀릴 때 △대꾸하지 않는다 △모른 척한다 △편안한 자세로 있는다 △편안한 표정을 짓는다 △침착하게 하던 일을 계속 한다 등의 기술을 습득한다.



    산만하고 부주의한 특성을 갖는 ADHD 어린이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 김 담당자는 “그래서 칩을 활용한 보상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데 효과가 매우 좋다”고 했다. 즉, 과제물을 행할 때마다 성과에 상응하는 숫자대로 칩을 주고 통에 담도록 한다. 또 자기 ‘통장’에 칩의 개수를 기록하게 한다. 일정 숫자 이상의 칩이 모이면 과자(칩 20개), 수첩(칩 60개), 색연필(칩 100개) 같은 상품으로 바꿀 수 있다.

    놀면서 배우는 ‘친구 사귀기’ 우리 아이 확 달라졌네!
    “칩을 모아서 원하는 상품을 타게끔 하는 것도 훈련의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색연필을 타기 위해서 당장 과자를 타서 먹고 싶은 마음을 꾹 참게 만드는 거지요. 즉, 목표의식을 갖고 충동을 조절하도록 하는 훈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효과가 매우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프로그램 진행이 끝날 때마다 학부모와 교사들로부터 긍정적인 보고가 들어오는 것이다. 2005년 2학기 프로그램에서는 교사가 “친구 사귀기에서 배운 사회적 기술을 학교에서 활용해 또래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보고를 해왔다. 부모들도 “우울, 불안, 집중 문제, 비행 등에서 문제 행동이 감소했다”고 알려왔다.

    부모 훈련 프로그램도 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부모들은 “아이와 효과적으로 노는 방법을 배웠다” “화를 덜 내게 되었고, 화가 나도 세 번 생각하고 행동하게 됐다” “칭찬하는 방법을 더 많이 알게 됐다” “체벌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등의 평가를 했다.

    “문제행동 발생 전 예방 차원서도 바람직”

    친구 사귀기 프로그램의 효과가 뛰어나자 4월 성동정신건강센터는 ADHD 어린이가 아닌, 일반 초등학교

    3학년의 한 학급 어린이 33명을 대상으로도 친구 사귀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8주에 걸친 교육이 끝난 뒤 어린이들은 “이제 어떻게 하면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지 알게 됐고, 정말 재미있었다” “친구를 놀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고쳐야 할 점을 알게 됐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ADHD만큼이나 빈번하게 나타나고 치료교육이 필요한 어린이 정신장애는 불안·우울장애다. 때문에 성동정신건강센터는 올해 2학기부터 불안·우울·위축장애를 앓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자신감 키우기’ 프로그램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어린이들은 ‘생각에 따라 기분이 달라져요’ ‘자아존중감 향상시키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이완 훈련’ ‘침착하게 내 생각 및 감정을 전달하기’ 등을 배우게 된다.

    성동정신건강센터와 함께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는 한양대병원 안동현 교수(소아정신과)는 “전반적으로 형제자매가 없는 외동아이들이 많고, 사교육 등으로 친구 사귈 시간이 부족한 어린이들이 많다”며 “문제 행동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 차원에서 많은 일반 어린이들이 이러한 사회기술 훈련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신보건센터란…

    전국 38개 … 인근 주민에게도 서비스 제공


    각 지역구마다 보건복지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는 정신보건센터가 설치돼 있어, 일반 의료기관을 찾아가기 전에 기본적인 어린이 정신건강에 대한 검진을 무료 혹은 저렴한 비용으로 받을 수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사업을 수행하는 정신보건센터는 모두 38개. 아직 정신보건센터가 없는 지자체가 더 많은 셈이라서 아쉬운 현실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산하 정신보건기술지원단의 서동우 사무국장은 “복지부는 2010년까지 인구 20만 명 이상의 지역에는 아동·청소년에 주력하는 정신보건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신보건센터는 기본적으로 해당 지역구 주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일부 센터는 인근 주민들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신보건센터마다 차이가 있지만 매주 한 차례씩 사전 예약을 받아 소아정신과 전문의의 무료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능검사나 집중력검사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성동정신건강센터와 같이 사회훈련기술을 가르치는 집단프로그램 센터도 있다. 전국 정신건강센터의 위치 및 전화번호는 지역정신보건사업 기술지원단 홈페이지(mentalhealth.kihasa.re.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