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8

2006.08.15

독일월드컵 ‘그린골’ 터졌다

친환경 대회 치밀한 준비 결실…물 소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 등 목표 초과 달성

  • 슈투트가르트=안윤기 통신원 friedensstifter@gmail.com

    입력2006-08-09 16: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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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한 달이 지난 잔치지만 6~7월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2006 독일월드컵은 독일인들에게 여러모로 성공적인 대회였다.

    테러나 여타 불미스러운 일 없이 독일을 찾은 손님들과 함께 한바탕 축제를 즐길 수 있었던 점,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 독일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을 수 있었던 점, 그리고 독일인들 사이에서도 ‘자랑스런 조국’에 대한 애국심이 눈에 띄게 확산된 점 등은 단순히 경제적 성과를 넘어서는 소득이라 하겠다. 그런데 독일월드컵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만한 또 하나의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 있다. 바로 환경과 관련해서다.

    축구는 보기보다 환경 파괴가 심각한 스포츠다. 대형 축구장을 운영하려면 엄청난 양의 물과 전력이 필요하다. 그라운드의 잔디는 거의 매일 막대한 양의 물을 쏟아부어야만 죽지 않는다. 한 개 축구장이 연간 소비하는 전력량은 300만kW로, 이는 700가구가 연간 소비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그러나 독일은 2000년 7월 개최지 확정 당시부터 ‘그린골(Green Goal)’이라는 친환경 축구의 개념을 알렸다. 월드컵 개최 3개월을 앞둔 3월 말, 프란츠 베켄바우어 월드컵조직위원장은 “(월드컵 행사를 통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효과에 대한 보상을 추진하고,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며, 친환경적인 경기장 조성과 대중교통망 구축 등을 통해 독일월드컵을 환경에 관한 세계의 모범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관중 쓰레기 가져가기 캠페인도 성공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그린골 프로젝트는 크게 4가지 분야에서 이뤄졌다. 물, 쓰레기, 에너지, 대중교통이 그것.

    먼저 물은 그라운드 잔디를 관리하는 데 가장 많이 소비되고, 그 다음으로는 화장실에서 많이 쓰인다. 물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독일은 무엇보다도 빗물과 표층수 사용에 심혈을 기울였다. 예컨대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경기장에 각각 1400, 1715㎥ 규모의 대형 빗물저장탱크를 설치했다. 뉘른베르크, 슈투트가르트, 뮌헨에서도 역시 빗물을 정화해 화장실 용수를 공급했다. 알스터 강이 흐르는 함부르크에서는 경기장에 강물을 끌어들인 뒤 정화해 내보내는 방법으로 환경보호와 수자원 절약에 나섰다. 또한 월드컵 조직위는 모든 경기장 화장실의 수도꼭지를 절약형으로 바꾸었고, 압축관이 달린 소변기를 설치해 물이 필요 없게 했다.

    독일의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의 통계에 따르면 4만 명의 관중이 축구장을 찾을 경우 5t의 쓰레기가 배출된다. 그래서 분데스리가는 3년 전부터 관중 스스로 자기 쓰레기를 집으로 가져가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조직위는 이 쓰레기 캠페인을 모든 지역으로 확대해 ‘쓰레기 없는 월드컵 경기장’ 만들기에 나섰다.

    특히 3년 전부터 독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컵과 병 보증금 제도는 쓰레기를 줄이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 예컨대 1유로짜리 음료수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소비자는 음료수 값 외에도 컵 보증금 1유로를 더 내야 한다.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면 음료수를 마신 뒤 컵을 구입처에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자연히 쓰레기 양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친환경 조명으로 에너지 소비량도 큰 폭 줄여

    에너지와 관련해서는 전통적인 에너지 절약 방법과 친환경 대체에너지 이용 노력을 언급할 수 있다. 하노버 경기장은 대회를 앞두고 100만 유로(약 12억원)를 투입해 친환경 지붕을 설치, 햇빛이 경기장 전역에 골고루 비치게 함으로써 경기장 조명 사용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었다. 조명은 축구경기장에서 가장 큰 에너지 소비량을 차지한다. 월드컵 공식후원사인 ‘EnBH’는 검증된 ‘녹색 에너지’인 수력발전을 이용해 1300만kW에 달하는 월드컵대회 전체 전력 공급을 책임졌다. 그 외에도 카이저스라우테른이나 도르트문트, 뉘른베르크 경기장에서는 초대형 태양광 발전시설이 가동됐다.

    조직위는 월드컵 기간 동안 300만 명 이상이 경기장을 찾아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각국 취재진만 해도 1만 명에 이르고 FIFA (국제축구연맹) 관계자는 1500명, 자원봉사자도 1만2000명에 달했다. 실로 엄청난 수송량이 아닐 수 없다.

    독일 환경부는 ‘월드컵 이동’으로 인해 이 기간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평소보다 7만~8만t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조직위는 ‘월드컵 고객’을 대중교통 수단으로 유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승용차 대신 전차나 지하철, 버스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조직위는 경기 입장권과 대중교통 승차권을 함께 묵는 ‘콤비티켓’이라는 아이디어를 짜냈다. 곧, 경기 입장권을 가진 사람은 해당 경기가 열리는 날은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 조직위는 당초 전체 관중의 50%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70%가 대중교통 내지는 자전거를 타고 경기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발생된 ‘월드컵 온실가스’에 대해 조직위는 교토의정서가 정해놓은 GDM(그린개발메커니즘)에 따라 보상할 계획이다. 2년 전 쓰나미 피해를 입었던 남인도 해안에 소의 배설물을 이용한 바이오 가스추출기를 도입하게 하고, 차기 월드컵 개최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도 100만 유로를 지원해 가스발전시설을 도입하게 할 예정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독일은 ‘공해 배출 제로(Null-emission)’ ‘기후 무변화(climate neutral)’라는 이상에 도전한 최초의 ‘환경월드컵’ 개최국이 됐다. 비록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도 일회용품 사용을 억제한 바 있지만, 이는 뚜렷한 계획에 의해 추진된 것은 아니었다.

    그린골 프로젝트는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8 유럽컵대회,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그린골 프로젝트는 그대로 적용될 예정이다. 앞으로는 월드컵과 같은 굵직한 국제행사 때마다 ‘그린골’이 단골메뉴로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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