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7

2006.08.08

엉뚱한 발상, 자유로운 먹선과 담채

  • 김준기 미술비평가

    입력2006-08-02 18: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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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뚱한 발상, 자유로운 먹선과 담채

    김단화, ‘물고기에게 갑옷을 입히자’

    갓 대학을 졸업한 20대 중반의 신예작가 김단화. 먹그림을 전공한 그의 작업은 격에 얽매이지 않아서 좋다. 대학 동양화‘꽈’ 출신 작가들이 먹과 씨름하느라 초반에 지치기 십상인데 그는 이런저런 실험으로 그 무게를 벗어나고 있다. 이런 경우에는 ‘못 건드릴 게 뭐 있겠냐’는 자신감이 커다란 자산인데, 그는 여기에 강렬한 탐구생활정신을 보탠 매우 개방적인 작가다. 드로잉처럼 쓱쓱 그려내는 작업뿐 아니라 어렵게 시간 들이고 공들여서 만들어내는 평면과 입체 작업들까지 공존한다는 점, 치밀한 계획으로 만드는 작업과 즉흥성에 의존하는 작업을 병행한다는 점 또한 그의 열린 자세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단화의 첫 개인전은 먹그림과 오브제 설치 작업 및 드로잉들로 이뤄졌다. 먹선과 담채로 그린 자화상 연작 ‘의미 있는 선, 의미 있는 면’은 얼굴과 머리카락만을 그려낸 것이다. 사물이 자신에게 던지는 이야기들을 추적해나가는 작업들로부터 자신의 안쪽을 들여다보는 작업으로 전환한 그는 낯설고 두려운 이미지로 자신을 그렸다. 단일한 인물이라기보다는 분절된 주체로 보이는 이러한 자화상 작업은 물고기에게 갑옷을 입힌다는 엉뚱한 발상으로 이어진다. 그는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식의 규정이나 한계상황들을 자신에게 적용하고 있는데,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새내기이자 여성이며, 예술가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물고기로 설정하고 그 물고기에게 갑옷을 입히는 것이다.

    얇은 구리선을 묶고 엮어서 만든 물고기 갑옷은 작가 자신의 소수자성과 차이를 드러내는 기호로, 자신을 확인하는 주체화 과정을 은유하고 있다. 낮게 띄운 물고기 갑옷의 아래와 옆에는 거울이 있는데, 하나의 오브제를 각각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함으로써 소수자들이 서로를 지켜보는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드로잉 작업들도 재미있다. 무작위로 점을 찍고, 그 점들을 따서 선을 긋고, 선 사이에 만들어진 면들에 색을 칠하는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무의식이 연출하는 점과 선과 면의 관계들을 발견한다. 씨앗(점)들이 관계(선)를 만들고 모습(면)들을 만들어나가는 일련의 과정 자체를 즐기면서 자신의 의식 너머 저편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다. 8월2일까지, 광주롯데화랑, 062-221-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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