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7

2006.08.08

무더위가 사람 잡네!

  • 입력2006-08-02 16: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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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덥다 덥다 해도 이렇게 더울 수 있을까. 자정이 가까워오는데도 수은주는 여전히 30℃를 웃돌고 있다.

    유럽을 덮친 무더위가 2주 넘게 계속되고 있다. 이미 유럽 전역에서 수십 명이 더위로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프랑스다. 한국에 있는 독자들은 ‘도대체 얼마나 덥기에 사람이 목숨을 잃을까’ 하고 궁금할 것이다.

    먼저 지금 프랑스 파리가 얼마나 더운지부터 말해보자. 수은주가 치솟기 시작한 것은 7월10일경부터. 거의 매일 기온이 35℃를 오르내렸다. 햇볕 있는 곳의 체감온도는 40℃에 육박한다. 앞뒤로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집 안에 바람이 씽씽 불어대지만 전혀 반갑지 않다. 겨울에 자동차 히터를 켰을 때처럼 더운 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더위 때문에 사람이 목숨까지 잃을 수 있을까. ‘프랑스에선 그럴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첫 번째 이유는 더위에 대한 프랑스 가정의 대책이 거의 ‘무대책’에 가깝기 때문이다. 파리에는 에어컨을 설치한 가정이 거의 없다.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없는 가정이 허다하다. 프랑스의 전통적인 여름 날씨는 이렇게까지 덥지 않다. 또 여름철이 습도가 무척 낮아 그늘에만 있으면 시원하게 느껴진다. 그렇다 보니 냉방의 필요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혼자 사는 노인이 많다는 점이다. 때문에 허약한 노인들이 폭염으로 심장마비 등 응급상황에 처했을 때 재빨리 조치를 취해줄 사람이 없어 허망하게 운명을 달리하는 것이다. 2003년 폭염 때도 그랬다. 프랑스에서 숨진 1만5000명의 대부분이 노인이었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자녀들이 멀리 바캉스를 떠나고 없었다.



    기온으로만 따지면 2003년 당시 이탈리아가 더 더웠다. 하지만 사망자는 프랑스에 비해 크게 적었다. 이탈리아는 노부모를 챙기는 동양식 가족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프랑스에선 일부 자녀들이 부모의 사망 소식을 듣고도 예정된 바캉스를 마친 뒤에야 시신을 수습하러 와 비난을 사기도 했다. 관계기관 직원도 상당수가 바캉스 중이라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폭염 사태 이후 이런저런 원인을 따지면서 ‘프랑스의 개인주의가 문제’라는 자성이 나왔다.

    그런 반성 덕분인지 올해는 사망자 수가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도 개인주의가 도마에 올랐다. 얼마 전 의사들이 진료비 인상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한국에서라면 사회적 지탄이 두려워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런 모습을 볼 때면 프랑스를 과연 선진국이라고 불러야 할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파리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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