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3

2006.07.11

Paris 폼생폼사 월드컵 패션 전성시대

  • 파리=김현진 패션 칼럼니스트 kimhyunjin517@yahoo.co.kr

    입력2006-07-06 1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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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is 폼생폼사 월드컵 패션 전성시대

    명품으로 치장한 독일팀 선수들의 아내와 애인들.

    온 동네가 떠나갈 듯한 함성 때문에 TV를 켰다. 할 일이 많았고, 경기 내내 마음 졸이기가 부담스러워 결과만 보자고 다짐했건만….

    파리 시간으로 6월18일 밤에 열린 한국 대 프랑스의 축구 경기 때였다. TV를 켰을 땐 프랑스가 막 선취골을 넣은 뒤였다. 흥분의 도가니에 빠진 이웃들을 흘겨보며 그들이 환호할 때는 마른침을 삼키고, 조용할 땐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이튿날 몇몇의 프랑스 친구를 만났다. 그들은 하나같이 축구 얘기 끝에 “한국 응원단은 어쩌면 그렇게 응원을 잘하냐. 그리고 응원용 유니폼도 직접 만든 듯 디자인이 창의적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프랑스에서도 월드컵 패션을 찾아볼 수 있다. 때를 놓칠세라 월드컵 마케팅을 펼치는 패션 회사들과 디자이너들 덕분이다.

    대중적인 중저가 브랜드 H·M은 유니폼을 본뜬 티셔츠며 모자 등 월드컵 컬렉션을 선보였고,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는 프랑스의 거리예술가 HNT에게 의뢰해 월드컵 기념 티셔츠를 내놓았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에 가면 축구공 가방도 살 수 있다. 파리의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멀티숍 콜레트 역시 나이키가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제작한 운동복과 운동화로 축구 팬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유명 브랜드 축구 관련 용품 잇따라 출시

    갈리아노, 돌체 앤 가바나 등의 굵직한 디자이너들도 한결같이 “이번 시즌 컬렉션의 일부는 축구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는 데 한몫한다.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성공한 남성의 향기를 콘셉트로 한 향수(오 사바주)의 모델로 프랑스팀 주장 지네딘 지단을 내세워 자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축구 좋아하는 나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유럽이다 보니 이웃 국가들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축구 선수와 디자이너들 얘기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최근 “이제는 축구 선수들이 남성복의 패션 리더”라고 선언했다. 그는 브라질의 미드필더 카카를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새로운 얼굴로 기용하는가 하면, 우크라이나의 포워드 안드리첸코를 아르마니 콜렉지오니 광고 모델로 세웠다.

    일본팀의 미드필더 나카타 히데토시는 파리의 디오르 쇼나 밀라노에서 열리는 아르마니쇼에 초대돼 앞자리를 차지하면서 디자이너와의 친분을 과시했다. 그 역시 레이스 달린 티셔츠며, 끝단에 모피가 달린 자켓 등을 과감하게 입고 나타나 ‘아시아의 베컴’으로 대접받기도 했다.

    운동선수들이 자칭, 타칭 패셔니스타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하면서 아디다스나 푸마,나이키 등 스포츠용품 회사들도 디자인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더 폼 나는 디자인의 유니폼’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목표.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규정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패션성을 가미하기 위해 디자이너들이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남성 포털사이트인 애스크맨닷컴엔 서포터들의 패션에 대한 조언과 스타일링법이 매우 상세히 나와 있다. ‘거리응원을 가기 전에 자신의 스타일이 어떤지 거울을 통해 반드시 확인하라’면서. 선수들이나 서포터들이나 폼생폼사하는 비주얼 시대, 월드컵 피플의 모습은 서울이나 파리나 별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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