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1

2006.06.27

훌륭한 자녀 만드는 ‘學母대학’ 떴다

  • 대구=이권효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boriam@donga.com

    입력2006-06-26 11: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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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훌륭한 자녀 만드는 ‘學母대학’ 떴다
    “몇 년이 지났는데도 목요일이 되면 조심스럽죠. 대신 학모(學母)들을 만나는 즐거움은 꽤 커요.”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서재중학교 현관에 들어서면 시설안내도에 ‘학모교육대학 전용교실 3층’이라는 특이한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매주 목요일 이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어머니 40명이 ‘출석’해 공부하는 교실이다. 2004년 공립학교로 개교한 서재중학교 안에 또 다른 미니 학교가 생긴 셈. 2004~2005학번 어머니들은 졸업을 했다. 지금은 4월 초 입학한 2006학번 3기 학모들이 매주 모여 공부를 하고 있다. 학모교육대학은 이 학교 정병표(58) 교장이 오랜 준비 끝에 탄생시킨 교육마당. 학교와 가정을 잇는 다리가 없을까 고민하다 학모교육대학을 생각해냈다고 한다.

    정 교장은 “우리나라 어머니들은 자녀교육에 관심이 높지만 좀 이기적인 면이 있지 않느냐”며 “자기 자녀를 넘어 청소년 교육을 생각하는 좋은 어머니가 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청소년이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학교와 가정이 손을 잡고 쌍두마차처럼 청소년들을 끌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학모교육대학의 학사 관리는 꽤 엄격하다. 12월 중순 졸업 때까지 무려 152시간을 공부하게 된다. 95% 이상 출석하고 졸업 리포트를 제출해 통과해야 비로소 ‘사각모’를 쓸 수 있다. 어머니들이 1년 동안 공부한 흔적은 ‘생활기록부’에 정리돼 학교의 역사로 보존된다.



    학모교육대학을 알리는 가정통신문을 아이들 편에 배달하면 매년 100여 명이 참여 의사를 밝혀온다. 하지만 교실 여건상 40명 정도만 입학할 수 있다.

    매주 목요일 오후 1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3시간 동안 진행되는 수업은 무척 알차다. 절반은 정 교장이 직접 맡고, 나머지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외부 강사가 담당한다.

    그는 학생의 성적 관리와 예습복습 요령, 신문 읽기, 생활상담 등 강의에 필요한 내용을 담은 ‘훌륭한 자녀는 부모가 만든다’는 제목의 200여 쪽짜리 교재를 만들기도 했다.

    정 교장은 강의 준비와 외부 강사 섭외 등 학모교육대학 운영에 필요한 일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목요일에는 불가피한 일이 아니면 출장도 가지 않는다. 이 같은 열성 덕분에 학모 대학생들은 거의 개근상을 받는다.

    그는 “학모교육대학 덕분에 학교가 훨씬 밝고 활기찬 분위기로 바뀐 것 같다”며 “선생님과 어머니들이 힘을 모음으로써 훗날 한국을 빛내는 인재가 우리 학교에서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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