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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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빛깔 소리 하나로 ‘新국악 알림이’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6-06-19 11: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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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 빛깔 소리 하나로 ‘新국악 알림이’

    신국악단 ‘소리아’ 멤버들. 지유, DK항, 주하, 시우, 자이(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어~~ 여 떠나가세 팔도강산을 구경 가세/ 젊어 청춘에 먹고 놀지 늙어지면 못 노나니/ 어~~ 여 떠나가세 팔도강산을 구경 가세/ 우리들 장단에 맞춰 거들렁거리며 놀아봄세….’

    분명 우리 전통 판소리 가사와 비슷하다. 꽹과리, 해금, 가야금, 장구, 대금 등 국악기로 휘모리장단에 자진모리까지 우리의 장단을 연주하지만 느낌은 완전히 새롭다. 빠르고 세련되면서 신명나고 재미있다. 노래 곳곳에 끼어드는 ‘아니리’와 ‘추임새’는 언뜻 들으면 힙합의 랩 같다.

    문화관광부와 문광부 산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6월의 우수 신인음반’으로 선정된 신국악단 ‘SOREA(소리아)’의 싱글앨범에 실린 ‘Beautiful Korea’라는 곡이다.

    그동안 국내 음악계는 국악과 서양음악의 접목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록이나 발라드 음악 중간에 국악 연주를 삽입하거나 국악기와 서양악기로 재즈를 연주하는 실험도 있었다. 국악기로 정통 클래식이나 서양음악을 연주한 예는 수없이 많다. 그러나 신국악단 소리아의 음악은 이런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신국악단 이영태 단장은 “국악과 재즈를 접목한다거나 다른 음악에 국악을 섞는 장르 간의 단순한 융합이 아닌, 국악의 소리와 가락을 재해석한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퓨전이 아닌 ‘신국악’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소리아가 만들어진 것은 지난해 6월쯤. 평소 절친한 국립국악원 김창곤(고수) 씨와 음반제작사 믹스크리에이티브 대표 류문 씨, 국립극장 창극단 이영태(판소리) 씨 등 세 사람이 의기투합해 국악을 대중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던 끝에 만든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이들은 국악의 각 분야에서 자천타천으로 추천받아 오디션을 실시한 뒤 여자 4명, 남자 1명 등 모두 5명의 신세대 국악인을 선발했다. 모두 현재 대학 또는 대학원에 재학 중인 20대 초반의 재원들이다.

    보컬과 해금을 맡은 이주하(25·주하) 씨는 서울대 국악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고, 소금과 대금을 연주하는 이주항(22·DK항) 씨와 가야금을 담당한 황지영(22·지유) 씨는 이화여대 한국음악과 석사과정 중이다. 보컬과 판소리의 박자희(21·자이) 씨는 중앙대 국악과, 타악기의 이우성(20·남·시우) 씨는 추계예대 국악과에 재학 중이다.

    이들은 지난해 9월에 열린 국악축전 ‘창작국악경연대회’에 앨범 타이틀곡인 ‘Beautiful Korea’를 들고 나가 금상을 차지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올해 초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TV 드라마 ‘궁’의 OST 수록곡 중 ‘이 노래를 부를게요’ ‘바람에 실어’도 이들의 곡이다.

    이들은 순수 국악인에서 대중 음악인으로 변신하면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름답고 흥겨운 우리 국악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없는 보람과 기쁨을 느끼고 있다.

    팀 내 유일한 남성이자 막내인 이우성 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 국악을 잘 모른다. 대금을 보고 퉁소라고 부르고, 해금을 아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어린 시절 대부분 우리 악기보다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배우는 것을 보고 정말 안타까웠다”면서 “우리의 음악을 대중과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이들에겐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스피커를 통해 국악기의 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전자음향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음향 기사들이 국악기를 다뤄본 적이 없어서 애로사항이 많다. 연주를 하면서 앞으로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라는 게 이주하 씨의 설명이다. 신세대 국악인들의 새로운 도전은 그러나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다. 이들은 독일관광청이 주최하는 ‘피파 팬 패스트(FIFA FAN FAST) WM 2006’ 행사에 한국 대표로 초청받아 월드컵 기간에 독일 전역에서 순회공연을 연다.

    이영태 단장은 “신인음반상을 받는 등 국악을 대중음악화할 수 있다는 성공 가능성을 발견했다”면서 “이제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 시장에 우리의 전통음악을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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