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0

2006.06.20

생생한 농촌 정착 경험을 알려주마!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06-06-19 09: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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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생한 농촌 정착 경험을 알려주마!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비지땀을 흘려가며 잡초를 벨 각오는 돼 있는가. 1년 365일 분뇨 냄새 나는 축사를 들락거리며 가축을 키울 생각은? 또 이웃집 숟가락 개수까지 파악할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는가.

    귀농(歸農).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도시인들에게 귀농은 단순히 직장 또는 생계수단을 농업으로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삶 자체를 송두리째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철저한 준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어디로 갈 것인지 지역을 정하고 살 집을 마련한 뒤, 농사는 무엇을 얼마나 지을 것이며, 아이들 공부는 어떻게 시키고, 살림은 또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 등 알아볼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귀농을 결정했다 하더라도 실행 과정에서 넘어야 할 장애물이 널려 있다. 그만큼 귀농을 실천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정보 부재와 농촌생활에 대한 불안감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 책은 대부분 귀농한 지 5년이 넘은 농부들의 귀농 준비부터 자립까지의 과정을 담은 경험담이다. 이들의 땀냄새 나는 글 속에서 어렴풋하게나마 귀농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농촌에 가서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은 이민 가는 사람보다도 더 강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더구나 생업으로 삼을 작정이라면 ‘벤처 정신’이 필요하다는 것. 태어나서 처음으로 농사짓는 일이 생각만큼 쉽겠는가. 남다른 각오 없이는 불가능하다.



    농사지을 땅과 집을 고르는 것이 귀농의 첫걸음이다. 머릿속에서만 그리던 귀농이 눈앞의 현실로 나타나는 순간이기 때문. 그렇다면 좋은 땅을 고르는 방법은 무엇인가. 먼저 땅은 반드시 길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물과 노동력이 확보돼야 한다. 땅값이 싸다고 무턱대고 계약을 했다가는 이삿짐을 풀어놓는 순간 후회하게 된다. 땅을 사기 전에 먼저 빌려서 농사를 지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농촌생활을 통해 살아 있는 정보를 얻다 보면 어떤 형태로 정착할지 가닥을 잡을 수 있다. 그러면 땅과 집에 대한 생각이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수십 년 농사를 지어온 농사꾼도 봄이 되면 어떤 것을 어디에 심을지 작목 선택에 대한 고민을 한다. 의욕만 앞서는 초보 농사꾼은 남들이 하는 말에 귀가 얇아지게 마련이다. 책은 내게 맞는 밭농사, 논농사는 물론이고 고추·약초·가축·양봉까지 족집게 과외 선생님처럼 요점만 콕 집어서 상세하게 일러준다.

    먹을 것을 손수 해결해야 하는 농촌생활에서 장 담그는 방법과 나물 캐는 법은 둘도 없이 요긴하다. 또 힘든 농사일에 무리하기 쉬운 몸을 다스리는 데 유용한 뜸과 발포(부황)요법도 알아두면 좋다.

    비교적 젊은 귀농인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아이들 교육 문제다. 귀농에 적응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보면 아이들 앉혀놓고 같이 공부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또 내가 좋아서 농촌생활을 시작했지만 아이들에게 농부의 삶을 물려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경우가 많다. 각자의 상황이 다르겠지만 시골에서 학교 보내기와 대안학교 관련 정보는 위안이 된다.

    “사실 시골에 살면서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아 편안하고 행복한 일이 더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우리 집 형편이 여유를 부려도 될 만큼 좋으냐 하면 그것은 아닙니다. 은행에 갚아야 할 돈도 많고 사람에게 갚아야 할 돈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시골에서 계속 살 것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전혀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일 것입니다.”

    흙냄새 맡으며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귀농도 아는 만큼 성공한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야 한다.

    전국귀농운동본부 엮음/ 소나무출판사 펴냄/ 344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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