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0

2006.06.20

옛 지인들 마음 주고, 수요 모임 머리 주고

민주화·노동 운동 선후배부터 공무원·학계 조직까지 총망라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6-06-14 13: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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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지인들 마음 주고, 수요 모임 머리 주고
    5월 한 주간지가 정치부 기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최적의 차기 대통령으로 나왔다. 이보다 한 달여 앞서 이뤄진 다른 주간지의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그러나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손 지사는 한 자릿수의 미미한 지지율에 그쳤다. 정치부 기자들이 손 지사를 특별히 ‘잘 봐준’ 이유는 무엇일까.

    손 지사 측은 “정치부 기자들의 시각을 대권 구도의 선행지표”로 해석하고 싶은 눈치다. 사례도 있다. 2002년 대통령 선거를 한참 앞두고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바닥일 때 정치부 기자들은 노 후보를 차기 대통령감으로 지목했다. 손 지사 측은 그 부분에 의미를 부여한다. 손 지사의 설명이다.

    “지금의 정치는 분열과 갈등에 빠져 있다. 여야 간 이념적, 지역적으로 국민을 통합하고 역량을 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민주화 세력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 한다.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도덕성의 상징으로서의 민주화 세력과 국가 도약의 상징으로서의 산업화 세력의 통합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정치부 기자들이 높이 평가해준 것 같다.”

    도지사 출마 당시의 싱크탱크 건재

    손 지사 측은 작금의 시대적 요구로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의 통합을 꼽는다. 즉 손 지사는 양 세력의 상징성을 모두 갖췄고, 그래서 통합을 이룰 적임자란 논리로 손 지사의 경쟁력을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손 지사의 싱크탱크는 바로 이런 양 세력의 통합이라는 콘셉트로 구성돼 있다. 손 지사는 서울대 입학 이후 반독재 학생운동,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60년대의 6·3세대(김덕룡 의원)에 이은 70년대 1세대 민주화세력의 일원이다. 김근태 의원, 장기표 전 의원 등이 동류 집단이다. 1년간 옥살이(무기정학 2차례)도 했다. 이런 경력으로 인해 손 지사는 각계에서 활동 중인 민주화 세력과 친분을 쌓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참모로 활동 중이다. 노동운동가 출신 김성식 경기정무부지사 등이 대표적 인사다.

    손 지사는 서강대 교수,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에 의한 정계입문, 노동부 장관, 국회의원 등을 역임하면서 정치, 행정, 경제, 노동, 문화, 언론 등 각 분야 전문가 집단과 활발하게 교류했다. 그리고 2002년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계기로 이들 중 상당수를 자신의 ‘싱크탱크’에 편입시켰다. 이들은 경기고-서울대 선후배, 서강대 제자 그룹, 정치권 인맥, 경기도청 및 산하기관 공직자 등 여러 겹으로 손 지사와 인연을 맺고 있다.

    손 지사 측은 “싱크탱크 그룹의 면면을 밝혀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외부에 공개하기 힘든 분들도 많다”며 부담스러워했지만 공개가 가능한 인사들의 명단을 넘겨줬다(도표 참조).

    손 지사 측이 전해준 자료에 따르면, 손 지사의 싱크탱크는 형성 과정과 역할 등에 따라 서너 갈래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송태호 경기문화재단 대표(전 문화체육부 장관)를 비롯 이수영 경기영어문화원장(전 안양시장) 등의 지인과 선후배 그룹이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한종기 박사(전 세종연구소 연구원) 등과 같은 전문가 그룹, 김성식 정무부지사 같은 참모 및 비서 그룹도 손 지사의 주요 참모 그룹이다. 정성운 경기지방공사 감사 같은 서강대 제자 그룹과 임해규 의원과 박종희 전 의원(전 수원월드컵재단 사무총장) 등의 정치권 그룹도 일정한 세를 형성하고 있다.

    옛 지인들 마음 주고, 수요 모임 머리 주고
    옛 지인들 마음 주고, 수요 모임 머리 주고
    송태호 경기문화재단 대표, 이수영 경기영어문화원장, 임도빈 (재)세계도자기엑스포 대표, 박종희(전 국회의원) 등 이른바 ‘시니어들’은 주로 수요일 조찬 모임을 하며 각종 정책 과제를 조율해 손 지사에게 전달하는 일을 해왔다. 외부엔 ‘수요 모임’으로 알려져 있다.

    박종선 정책특보, 이수원 경기도 공보관, 전종민 경기도 서울사무소장, 홍용준 혁신분권 보좌관 등 참모 및 비서 그룹은 정성운 경기지방공사 감사, 이재학 경기문화재단 기획조정실장 등 손 지사의 서강대 제자 그룹과 함께 지근에서 손 지사의 정치적 행보를 세밀하게 보좌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손 지사가 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정계에 복귀하는 7월부터 이들은 경기도에서 나와 정책개발, 대외홍보, 조직구성, 인재영입 등 손 지사의 대권 플랜을 실무적으로 기획, 실행하는 일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해규·박종희 씨 등이 黨心 잡는 역할

    측근에 따르면 손 지사는 지사직 퇴임 이후 ‘모바일(mobile) 캠프’를 구성해 전국을 돌며 ‘민심 대장정’에 나설 예정이다. 참모 및 비서 그룹이나 서강대 제자 그룹 중 일부는 모바일 캠프에 합류한다. 다른 참모들은 손 지사가 서울 여의도에 마련한 개인 사무실에서 일할 예정이다. 손 지사의 언론-홍보 창구는 이수원 경기도 공보관이 계속 맡을 것으로 보인다. 지사직 퇴임이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계기가 될 경우 대권후보인 손 지사에게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향후 이 공보관 등 언론팀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싱크탱크 그룹은 손 지사와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과의 연대를 공개적으로 희망해왔다. 손 지사가 주창하는 ‘한나라당 개혁론’과 소장파의 ‘쇄신론’ 간에 접점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선 오세훈 전 의원의 서울시장 당선을 계기로 “소장파가 독자적으로 대선후보를 배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손 지사 측과 소장파 의원들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여부는 손 지사의 대권 행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 될 것이다. 싱크탱크 그룹에서 소장파와의 대화창구는 김성식 정무부지사가 맡고 있다. 서울대 77학번, 노동운동가 출신의 김 부지사는 미래연대 등 소장파 의원들과 자주 모임을 가져왔다. 그는 참모 및 비서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도 맡고 있다.

    손 지사가 대권 출마를 할 경우 한나라당 내 대선후보 경선 통과가 1차 목표가 된다. 이와 관련해 손 지사의 당내 인맥인 임해규 의원(부천 원미갑), 박종희 전 의원, 김용수 전 경기도경제인연합회 사무처장은 ‘당심 잡기’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종기 박사, 조중래 명지대 교수(전 대한교통학회 회장),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학 박사) 등 전문가 그룹은 정치, 외교, 행정, 경제, 사회 분야의 정책 조언을 손 지사에게 제공하고 있다. 김태승 경기개발원 연구위원(서울대 경제학과 박사)은 이들 전문가 그룹의 핵심 책임자로, 자문 교수진과 손 지사 진영을 잇는 가교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옛 지인들 마음 주고, 수요 모임 머리 주고

    2004년 8월2일 지리산 천왕봉에서 측근들과 포즈를 취한 손학규 지사.

    김영수 서강대 교수 등 자문교수 그룹 30여 명이 별도로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 지사와 함께 외자유치에 나서기도 한 이화수 한국노총 경기본부장, 시인 김지하 씨, 미술가 임옥상 씨, 건축가 승효상 씨, 소설가 황석영 씨(손 지사와 구로공단에서 함께 근무)도 손 지사 인맥에 포함된다.

    손 지사는 대선주자 중 재산(2억9394만원)이 가장 적다. 일관된 빈민운동과 서민행정(일자리 창출 및 복지 확대) 측면에서도 다른 대선주자를 압도한다. 그럼에도 손 지사는 서민 정치인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또한 글로벌 감각과 국가경영 능력이 실적으로 확인됐음에도 보수층은 손 지사에게 신뢰를 보내는 데 인색하다. 손 지사와 측근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다.

    손 지사는 조만간 지사직을 퇴임한다. 4년간의 도정 실적은 여러 가지 좌절과 실패에도 정치인 손학규의 능력과 자질, 리더십을 평가하는 데 곧잘 인용된다.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손 지사는 경기벌에 쌓아놓은 업적과 성과를 발판으로 대권 정벌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측근과 참모진을 재배치하는 네트워크의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다. 손 지사는 그들과 함께 국민들에게 제시할 꿈과 희망, 비전을 만들어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한 측근 인사는 “정치인 손학규가 제시하는 비전은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려지고 검증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참모들

    지인, 선후배 그룹
    ● 송태호 경기문화재단 대표(전 문화체육부 장관)
    ● 이수영 경기영어문화원장(전 안양시장, 전 대통령 민정비서관)
    ● 한정길 중소기업지원센터 대표(전 과학기술부 차관, 전 재무부 경제협력국장)
    ● 이철규 수원대 교수
    ● 임도빈 (재)세계도자기엑스포 대표
    ● 오국환 경기지방공사 사장

    전문가 그룹
    ● 한종기 박사(전 세종연구소 연구원)
    ● 정용대 박사(전 경기개발원 전문위원, 17대 안양 만안 한나라당 국회의원 후보)
    ● 김태승 경기개발원 연구위원(서울대 경제학과 박사)
    ● 조중래 명지대 교수(전 대한교통학회 회장)
    ● 김종기 명지대 교수
    ●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학 박사)
    ● 박해진 경기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참모 그룹
    ● 김성식 정무부지사(서울대 경제학과 77학번. 16대, 17대 관악갑 한나라당 국회의원 후보)
    ● 박종선 정책특보(연세대, 중앙리서치 이사, 여론조사 전문가)
    ● 이수원 경기도 공보관(서울대 신문학과 81학번, 김덕룡 의원 보좌관, IT벤처기업 대표 역임)
    ● 전종민 경기도 서울사무소장(부산대 83학번, 한나라당 부산시당 부장)
    ● 홍용준 혁신분권 보좌관(성균관대, 전 한나라당 당료)
    ● 황주석 기획홍보담당 보좌관(서울대 사회학과 80학번, 전 프라임 정보통신 대표)
    ● 손인기 사이버 보좌관(경희대, 전 골드뱅크 기획팀장)
    ● 강훈식 보좌관(전 건국대 학생회장)

    서강대 제자 그룹
    ● 정성운 경기지방공사 감사(서강대 83학번. 전 손학규 의원 보좌관, 17대 광명 한나라당 국회의원 후보)
    ● 이재학 경기문화재단 기획조정실장(서강대 83학번, 전 서강대 총학생회장)
    ● 김주한 경기영어마을 교육운영본부장(서강대 85학번, 전 국회 보좌관)
    ● 이윤생 중소기업지원센터 홍보실장(서강대 86학번, 전 국회 보좌관)
    ● 김훈 경기관광공사 홍보팀장

    정치권
    ● 임해규 국회의원(부천 원미갑)
    ● 박종희 전 국회의원(전 수원월드컵재단 사무총장, 전 언론인)
    ● 김용수 전 경기도경제인연합회 사무처장 (17대 고양 한나라당 국회의원 후보, 한나라당 부대변인)
    ● 신현태 경기관광공사 사장(전 국회의원)


    손학규 싱크탱크의 노선

    남북공동 모내기 등 당과 차별화된 실용주의


    옛 지인들 마음 주고, 수요 모임 머리 주고

    6월 초 평양 인근 한 농촌을 방문, 모내기를 하고 있는 손학규 지사(왼쪽에서 세 번째).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싱크탱크 그룹은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대북사업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나라당 다른 대선주자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행보다. 6월3일, 4일 손 지사는 남북교류협력대표단 100여 명과 함께 북한을 방문해 평양에서 남북공동 모내기를 했다.

    손 지사는 “북한에 벼농사 기술을 전수함으로써 주민들을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북한 인권을 개선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북한 인권에 강경 태도를 보이는 한나라당 현 지도부와는 사뭇 다른 접근법이다. 싱크탱크 그룹의 한 인사는 “한나라당은 북한 인권에 대해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싱크탱크 그룹은 또한 ‘남한 경기도(파주 첨단단지)와 북한 경기도(개성공단)의 단일경제권 구축’을 구상 중이다.

    손 지사 일행의 이번 방북에 대해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은 “짜증나는 통일장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북한이 한나라당에 극렬한 적대감을 표출하면서도 한나라당 소속 손 지사 일행을 환대한 것은 유념해야 할 대목”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에 따라 한나라당-북한의 관계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한 중진 의원의 말이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집권해선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로 민족분열 세력, 반통일 세력이라는 점을 제시한다. 상당수 중도개혁 성향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선 한나라당은 반통일 세력이라는 오명에서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 한나라당은 대북정책을 원리주의, 근본주의로 접근하기보다는 좀더 실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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