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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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의 미식세계

얼얼함의 끝판왕, 색다른 보양식의 세계

서울의 중국 사천식 훠궈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입력2016-11-29 16: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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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중서부 내륙, 양쯔강 상류에 위치한 쓰촨(四川·사천) 지역의 음식은 유난히 매운맛과 향으로 유명하다. 해발 2000m에 달하는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이 음식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분지 특유의 무덥고 습한 여름과 춥고 건조한 겨울을 이기고자 사천 사람들은 몸에 기운을 북돋워줄 자극적인 음식이 필요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여러 향신료와 매운맛을 내는 재료는 자연스럽게 요리의 바탕이 됐다. 중국어로 맵다는 뜻의 ‘마라’라는 단어가 유난히 사천요리 이름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궈(火锅) 중에서도 사천식이 우리 입맛에 잘 맞는 이유는 바로 매운맛 때문이다. 사천식 훠궈는 붉은 국물의 홍탕과 맑은 국물의 청탕(백탕으로 부르기도 함)을 각각 끓여 여러 가지 재료를 탕에 담가 익혀 먹는다. 탕 국물을 우리는 방법은 집집마다 비결이 따로 있다. 서울 종로구의 사천요리 전문점 ‘마라샹궈’는 먼저 청탕을 끓이고, 이것을 바탕으로 홍탕을 만든다. 청탕은 닭고기와 백화고로 맛을 낸다. 백화고는 표고버섯으로, 갓이 갈라지면서 생긴 하얀 무늬가 마치 국화꽃과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백화고에서 우러나는 깊고 시원한 맛은 다른 재료가 대신할 수 없는 특별함을 지녔다. 홍탕은 화자오(매운맛을 내는 향신료의 일종)와 고추로 매운맛을 낸다. 두 가지 재료를 으깨 기름에 담가 맛과 향을 충분히 우린 다음 기름과 건더기를 청탕에 넣고 끓인다. 이때 10여 가지 한약재도 함께 넣는다.

    탕에 담가 익혀 먹는 재료로는 쇠고기, 양고기, 여러 가지 버섯, 배추를 비롯한 채소, 든든하게 배를 채워줄 만두와 완자, 당면, 두부 등이 기본으로 나온다. 그중 국수처럼 생긴 말린 두부, 유부처럼 폭신폭신한 얼린 두부, 쫄깃쫄깃한 말린 연두부가 특이하다. 이 밖에 모둠해물(가리비, 홍합, 게, 주꾸미, 갑오징어, 새우 등), 모둠완자(오징어, 새우, 생선, 문어), 메추리알, 햄과 소시지 등을 추가로 주문할 수 있다.

    탕이 끓어오르면 연근, 감자, 단호박 같은 단단한 재료부터 넣고 원하는 채소와 고기를 조금씩 국물에 담가 익혀 먹는다. 홍탕은 입 주변까지 얼얼하게 만들 만큼 맵기 때문에 이 맛에 익숙하지 않다면 조심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청탕에 재료를 익힌 다음 홍탕에 살짝 찍어 먹는 방법을 택한다. 희한한 점은 식사를 하다 보면 홍탕의 매운맛에 점점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청탕은 첫맛이 밍밍한 듯하지만 끓일수록 구수함과 시원함이 살아나 결국 냄비 바닥이 보일 때까지 떠먹게 된다.

    재료를 찍어 먹는 소스는 세 가지다. 두루두루 무난한 것은 간장소스이고, 홍탕에 익힌 재료와 어울리는 것은 마장소스(참깨와 땅콩)나 참기름소스다. 입맛에 따라 쪽파, 다진 마늘, 고수 등을 넣어 먹을 수 있다.



    훠궈와 곁들일 간단한 요리도 있다. 삭힌 오리알과 연두부에 간장소스를 곁들인 피단두부, 줄기 속이 텅 비어 씹는 맛이 독특한 공심채 볶음이 적당하다. 화끈하고 얼얼하게 식사를 끝냈다면 디저트로 바나나춘권을 맛본다. 얇은 춘권피로 바나나를 감싸 재빠르게 튀긴 것으로, 겉은 파삭파삭한데 속은 크림처럼 부드럽고 달콤해 입가심용으로 알맞다.


                
    마라샹궈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31-6, 02-723-8653,
    평일 오후 5시~10시 50분, 주말과 공휴일 정오~오후 9시 50분, 둘째·넷째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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